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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사회 연습장, 놀이터

놀면서 배우고 깨닫고 자란다 <MBC 뉴스데스크 현장36.5>

by 이연재

어른이 되면 살아가는 삶이 평탄하고 쉽지만은 않잖아요.

어릴 적에 놀이터에서 놀면서 여러가지 상황들을 겪다보면

나중에 커서 직면하는 다양한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사회 연습장처럼, 그렇게 커가는 곳이 놀이터인 것 같아요."


방송영상 유튜브링크:

https://youtu.be/ZOf4cB9buhU?si=iUKttbdn80NqLJIP

MBC뉴스데스크 현장36.5 '미리만나는 사회, 놀이터


2022년, 제주도 가시리에 김민재 배우와 최유라 배우가 설립한 예술학교에 놀이터를 만들었다.

우리는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인지 친구로 지내면서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을 구상하고 상상했었다.

적은 예산으로, 이 마을에 꼭 필요한 놀이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크라예술학교'의 '크라'는 제주어에서 따왔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와 어른들 모두가 놀고 쉬며 함께 클 수 있는 놀이마당을 만들어야겠다 마음먹었다.

뒷마당에 중앙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제주의 나무, 담팔수를 심고 적당한 높이에서 뛰어내리고, 나무에 매달리고, 앉아서 쉴 수 있게 했다. 밤에 여기서 어른들은 막걸리 파티를 하고 고된 하루를 나누며 내일을 준비한다.


제주에서는 아이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시냇물을 만들었다. 수동물펌프에서 내 힘으로 물을 끌어올려 받고, 그 받은 물로 소꿉놀이로 밥도 짓고, 씻기도 하고 졸졸 흐르는 물길따라 놀기도 하고, 징검다리도 건넌다.

처음에는 왜 호스에서 바로 나오게 해주면 안되냐, 너무 힘들다 불평하던 아이들은 이제는 앞다투어 펌프질을 한다.

언니오빠들이 힘있게 물을 끌어주면 동생들은 돗토구리(옛날 제주 흑돼지의 여물통) 에 담겨지는 물을 받아다가 열심히 옮겨서 모래주방에서 떡도 만들고 바쁘게 요리한다.

어느 겨울에는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아이들이 벽돌과 돌을 어디서 구해와서는 물길을 만들고, 막고 힘차는 놀이를 만들어낸다.


여름에는 건물의 폴딩도어를 열면 정면에 잎이 무성해진 담팔수 나무와 나무집이 액자 프레임안에 사진 한 장처럼 싱그럽게 담긴다.

이 배경으로 연극도 하고, 사물놀이 공연도 하고, 동네 어르신들, 아이들 모두 모여서 정을 쌓고 함께 커간다.

정말 그렇게 되고 있다니 행복하고 감사하기만 하다.

민재랑 유라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마음 가득 애써주고 있어 참 감사하다.


비록 이 곳은 작지만, 사회의 한 형태이고, 살면서 자라면서

마음 속에 후시딘도 저장하고, 무지개도 저장하고, 굳은살도 베기고, 웃음에너지도 가득 저장한다.


여기서는 마음껏 틀려도 되고, 울어도 되고, 웃어도 되고, 넘어져도 되고, 몰라도 된다.


연습장이니까! 다 괜찮아!



사회의 연습장을 만듭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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