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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Dec 02. 2020

자전거 수리는 셀프서비스

독일에서 살아남기

" 뭐라고요? 바퀴 한 개 고치는 데 72유로라고요? "


72유로...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3번의 장을 보는 값과 같다. 이 말은 자전거 바퀴 하나와 우리의 12일치 식비가 같다는 뜻이다. 

너무 놀라서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계산하고 있던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아니면 독일인들은 다들 그러는지 나에게 자전거포 직원이 말을 꺼냈다. 


" 자전거 수리툴이 있는데 그건 6유로예요. 그거 가지고 한 번 직접 해 볼래요? 좀 힘들긴 할건데, 직접 결정하세요." 


아, 그래? 흠...그렇다면 직접 해야지. 유튜브도 있고, 저번에 뜯어본 적도 있고... 


저번에 왜 뜯었었지?


어느 아주 더운 여름 날, 강민이의 폴리차이 자전거가 장거리 운행 후 돌아오는 길에 '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더 이상 탈 수가 없게 되어 내 자전거에 올려 싣고 힘들게 끌고 온 적이 있다. (그 밤은 잊을 수 가 없지....-,-)

바람 빠진 바퀴에 펌프질로 살려내려고 열심히 소생술을 했는데, 그대로였다.... 


엄마, 그냥 새 걸로 사야겠다. 나 다른 거 사줘!  

이 녀석! 이렇게 물건을 사고 버리는 일을 쉽게 생각하다니! 

갑자기 나는 오기가 나서 " 우리는 반드시 고친다!" 마음먹고 이것 저것 다 해 보기로 했다. 


어디서 본 거지? 내가 어릴적 아버지가 집에서 뭔가를 뚝딱뚝딱 고치는 모습을 많이 봤던 것 같다. 그래서 아빠를 '맥가이버' 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보니 오늘도 마당에서 3시간째 뚝딱뚝딱...툭, 끼익끽,,,자전거 두 대를 가지고, 바퀴, 받침대 등 좋은 부품을 한 쪽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 만져보고 뜯어보면 못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신다.)


강민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 직접 해 보게 하고 싶었다. 엄마인 내가 완벽하게 몰라도, 잘하지 못해도, 그저 시도해 보는 정도면 된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작은 사건이라도 직접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시작하는 자체만으로도 아이의 안에는 큰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그 힘에는 자신감, 도전정신, 무모함,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갖지 않기, 뿌듯함 등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바퀴를 뜯어내고 바퀴에서 튜브를 꺼냈다
어디에 구멍이 뚫린건지 비누거품으로 알아낸다.


7살 소년은 세 번 놀랐다.

처음엔 자전거 바퀴가 빠질 수 있음에 놀랐고, 곧이어 바퀴 안에 또 하나의 바퀴(튜브)가 들어있음에 놀랐으며, 마지막이 비누거품으로 구멍난 곳을 찾아냈을 때였다.


다시 돌아와서, 

그리하여 우리는 자전거에서 분해하여 들고 온 바퀴를 들쳐 메고 집으로 다시 걸어왔다. 

왜 7살 아들과 굳이 힘들게 서로 번갈아 가며 바퀴를 들고 집까지 걸어간거야?

집에서 출발할 때는 버스에 자전거 바퀴를 들고 타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세 정거장 거리면 만만하고, 자전거 수리점에 맡기고 오면 빈 손이니 돌아올 땐 버스를 타면 될거야했던 나의 야무진 계획이였는데.... 



바로 그 문제의 자전거 바퀴
육아 TIP : 작은 사건이라도 직접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시작하는 자체만으로도 아이의 안에는 큰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그 힘에는 자신감, 도전정신, 무모함,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갖지 않기, 뿌듯함 등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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