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살아남기
5. 내 용돈은 내가 번다!
7살 강민이가 터득한 스스로 용돈을 버는 방법
1- 빈 병은 내가!
독일 슈퍼마켓에 한 켠에는 Pfand 라는 무인 재활용 선별 수거 기계가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이나 캔, 음료병을 넣으면 자동으로 선별하고 해당되는 보증금 영수증이 나온다. 그걸 가지고, 계산대에서 현금으로 교환해도 되고 물건을 사도 된다. 대강 보면 17센트짜리 물병을 사서 마시고 다시 가져오면 25센트를 주다니! 그럼 돈을 버는 거 아니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음료를 살 때 영수증을 잘 보면 보증금이 붙는다. 예)페트병 25센트
그래서 빈 음료병이 돈 자체이니, 길거리나 쓰레기통에서조차 보기가 어렵다. 절대로 버리지 않거니와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수거해서 현금으로 바꿔 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 반환률이 98%라고 한다.
독일인들에게는 빈 병 보증금 제도가 자원 재활용의 목적과 더불어 환경보호에 큰 중점을 두고 있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빈 병을 모아서 직접 회수기계에 넣는 일이 용돈을 버는 일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놀이이기도 하다. 가끔은 기계 앞에 줄이 서 있을 때도 있다. 그러면 대부분은 줄을 기다렸다가 이용하는 편이기는하지만, 슈퍼에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장을 보다가 기계 앞에 사람이 없을 때 가서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어차피 식료품을 사야하므로 반환 받은 금액을 반드시 필요한 곳에 쓰게 되니 좋다.
강민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용돈을 받지 않았다. 어느 날, 강민이가 나에게 제안을 했다. 이제부터 판트(Pfand)는 자기가 할 테니 그 쿠폰을 갖게 해달라는 거였다. 그래서 좋다, 단 한가지 조건만 지키면 그 돈은 너의 것으로 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조건이라함은 수거와 분류와 이동 모두 직접 해야 하는 것이다. 작은 노동이지만 신경을 써야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맥주병이 많이 나왔을때는 꽤나 무겁다. 강민이는 페트병을 열심히 모으고 직접 들고가서 돈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원하는 젤리나 아이스크림 또는 아동잡지 (스페셜 장난감이 붙어있는!)를 사곤 했다.
나는 수고로움을 덜어서 좋고, 강민이는 일을 하고 번 돈으로 원하는 걸 사서 좋고, 나는 그걸 따로 사주지 않아도 되서 좋고, 어른들이 맥주파티를 벌이는 날은 강민이가 덩달아 신이 나고, 너도 나도 좋은 재활용 분리 수거!
2- 카트는 내가 갖다놓을께요!
유럽의 대부분이 공항에서 사용하는 카트의 사용료를 받는다. 독일에서는 1유로다. 이 1유로 덕분에 사람들이 다시 돌려받기 위해 카트장소에 갖다 놓고, 그럼으로써 카트 운반하는 인력을 쓰지 않게 된다. 그런데 간혹가다 귀찮아서 카트를 아무데나 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공항에는 시간에 쫓기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어느 날, 공항에서 강민이가 잠시만! 하고는 덩그러니 놓여 있는 빈 카트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1유로를 가져왔다. 얏호! 얼마나 신나하던지. 1유로는 약 1300원정도 하니까 어린나이에 공짜로 길에서 돈을 주운 기분일 것이다. 그 후로는 여행을 다닐 때나 마중을 나갈때에 주변을 둘러보며 빈 카트를 찾는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알고보니 경쟁자가 꽤나 있었던 것이다. 보통은 아저씨인데 아주 매서운 눈으로 민첩하다. 한 번은 강민이가 간발의 차이로 차지한 적도 있고, 아저씨가 재빠르게 잡아갈 때도 있었다.
슈퍼의 카트는 50센트다. 강민이의 실력 발휘는 이 곳에서도 화려하다. 드물긴 해도 신기하게 강민이 눈에는 잘 띄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경쟁자를 만났으니, 바로 노숙자들이다. 그들은 매너가 있었다. 매장엔 들어오지 않고, 입구에서 카트를 대신 꺼내어 주거나 나올때 대신 끼워주면서 그들의 50센트를 받는다. 멀쩡한 몸으로 그냥 구걸하는 이들보다 훨씬 건강하고 현명하게 보였다. 강민이는 그들을 미워했지만, 그들이 찾아낸 살아남는 방식에 대해 설명 해 주니 이해는 했다. 내가 길거리의 노숙자들 중 동전을 주는 사람과 주지 않는 사람의 기준을 알고 있기 때문인 듯 했다.
강민이는 어렴풋이 깨달았을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구나! 무엇이든 노력하면 뭔가 얻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