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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Nov 26. 2019

한국 공공 놀이터의 실태-제주도 편

표선 해비치 해변 놀이터

나의 생활 동선은 넓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을 하다가 놀이터가 눈에 보이면 반드시 내려서 살펴보게 되는 일종의 '직업병'이 생긴 것 같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이, 파랑새는 놀이터를 그냥 못 지나간다.


한국 공공놀이터의 상태를 알리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공공 놀이터의 설계 시에 주변 환경과 안전을 위한 고민을 많이 하였을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놓친 곳은 없는지, 정말 과연 어린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놀이터인지 같이 살펴보고, 다음의 더 나은 놀이터를 위한 계획을 위한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 표선 해비치 해변 

 이 곳은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찾는 곳이다. 모래사장이 넓고 물이 얕으며 파도가 강하지 않아서 아이들도 놀기 좋고 윈드서핑 등 어른들이 해양스포츠도 많이 즐긴다.  또한 야영장이 있어서 캠핑하는 사람들도 많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주변 식당을 가는 길에  놀이터를 발견하였다. 

나의 발걸음은, 아니 나의 자동차 핸들은 자연스럽게 놀이터 방향으로 향했다.

자, 아주 최근에 지었다는 최신 놀이터를 살펴보도록 하자.


주차장과 놀이터의 경계가 없다. 큰 차도 옆인데 출입문이 없다.

 

놀이기능이 똑같은 조합놀이대가 두 개와 고무바닥 매트
문제점

1. 놀이터가 전혀 안전하게 보호되어 있지 않음.

->주차장과 놀이터의 경계가 없다.

-> 울타리가 없다. 

> 야자수 나무는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없다.

-> 자동차의 급발진으로 인한 인명 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 뒤편으로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버스와 자동차들이 다니는 길이 바로 연결되어 있고 출입문이 없다.

  이것은 무심코 달려 나가는 아이들에게 굉장히 큰 위험 요소이다.

  개선: 놀이터 주변으로 낮은 울타리와 입구를 만들어야 한다.


2. 위치가 적합하지 않음.

-> 이 곳을 놀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변가나 잔디의 캠핑장에서 머무르고 시간을 보낸다.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없이, 부모들은 억지로 끌려 나와 놀이터에서 혼자 버티는 느낌을 갖게 한다.

-> 경관을 해친다고 여긴 것인지,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설치를 하였다.

 개선: 해변가 또는 캠핑장 부근에 설치하는 것이 적합하다.


3. 놀이의 재미가 없음.

-> 똑같은 구성의 놀이기구인 조합대가 두 개 설치되어 있다.

-> 연령대의 구분 없이 유아들만을 위한 심심한 놀이기구이다.

개선: 해변가에 어울리는 다양한 연령대가 놀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함


4.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안내문

* 1번 안내문 :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라면 글씨가 아닌 간단한 그림으로 알려줘야 한다.

* 1번, 2번 안내문 : 안전인증번호가 없고, 제조년월일, 사용연령, 정기 시설검사 정보가 없다.

* 3번 안내문 : 글씨를 읽을 어린이는 없다. 전달 사항은 그림으로 알려줘야 한다. 

개선:  긴급상황의 경우 연락할 관리 담당자의 연락처가 적혀 있어야 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놀이터 옆으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
지탱부가 약하다. 


5. 수많은 운동기구들이 차지한 면적

-> 놀이터보다 훨씬 넓은 면적에 일렬로 자리를 잡은 어른을 위한 운동기구들

-> 녹이 슨 기구들 옆을 보니 새로운 운동기구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그것도 녹이 슬면 어떻게 할 계획일까?

->녹이 슨 기구들은 어린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운동을 하다가 파손되는 경우 다칠 우려가 있고, 옷이 뜯기고 녹물에 오염되는 등 혐오감을 주는데 자리만 차지하고 있게 된다.

정말 필요한 기구만 두고, 오래된 사용하지 않는 기구를 없애고,  부모를 따라서 해변에 오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다양한 연령대 (유아, 아동, 청소년)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놀이터는 주변 환경을 고려하고, 방문하는 사용자의 연령대를 조사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기분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표선 해비치 해변에는 가족 단위로 많이 방문하는 편이다. 현재 놀이터 바로 옆에 잘 지어 놓은 화장실도 있고, 넓은 잔디밭도 있다.  놀이기구 1번, 2번 주문하는 이런 고민 말고, 어떻게 하면 바닷가의 놀이터다운, 더 오래 놀고 싶은 놀이터가 될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모두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여 설계한다면 제주도의, 표선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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