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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Jan 25. 2021

독일 아이들의 일상-소비문화(2)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통해 얻는 세 가지

독일에는 Pfnd(판트)라는 빈 병 환불 제도가 있다.

음료를 살 때 의무적으로 15센트~ 25센트의 보증금을 내고 다시 가져오면 돌려받는 제도이다.


독일의 거의 모든 슈퍼마켓 한 켠에는 Pfand를 위한 무인 재활용 선별 수거 기계가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이나 캔, 음료병을 넣으면 바코드를 읽고 자동으로 선별하여 해당되는 보증금이 계산되고 영수증이 나온다.  

그 영수증을 가지고 계산대로 가면 현금으로 교환해 주거나 물건을 구입했다면 구입가격에서 차감해도 된다.

 

윗집 아저씨들이 무겁고 귀찮다고 그냥 버리는 맥주병을 기필코 들고 슈퍼로! (많이 무거웠을 거다...^^)
일상생활이라 사진을 찍지 않았었는데, 무거운 맥주병들을 끝까지 들고갈지 궁금해서 촬영한 날.

빈 병을 길거리나 쓰레기통에서조차 보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음료병을 아무데나 그냥 버리지 않거니와 혹시라도 눈에 보이면, 심지어는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수거해서 현금으로 바꿔 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은 노숙자들이 아주 바쁘게 경쟁적으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생활비가 부족한 어린 학생들이나 유학생들도 빈 병 줍기에 열심히인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돈이 급하게 조금 모자라서 4시간동안 빈 병을 주우러 다녔는데 겨우 물병 3개 주웠다고 힘든일이라고 하소연을 했었다^^)


독일인들에게는 빈 병 보증금 제도가 자원 재활용의 목적과 더불어 환경보호에 큰 중점을 두고 있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빈 병을 모아서 직접 회수기계에 넣는 일이 용돈을 버는 일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놀이이기도 하다.

나도 아이에게 재활용품 분리작업의 모든 과정을 맡는다면 수입을 가질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집에서 열심히 빈 병을 모으고, 직접 들고 가서 한 개씩 기계에 넣고, 영수증을 받는 일까지 직접 한다. 보통은 먹고 싶었던 과자나 음료수를 사 먹는 편이였고, 언젠가부터는 반드시 돈으로 바꾸고 지갑에 넣기 시작했다. 그 돈은 무조건 자신이 마음대로 쓰는 돈이라는 자신감과 많이 모으겠다는 기대감과 함께.

하루에 한 번씩은 자신의 돈 세며 흐뭇해 한다.. (아직 셈을 잘 할 줄 모르나 그냥 계속 센다. 가끔 세탁할 때 동전을 몰래 쓰면 귀신같이 알아내서 좀 무섭다..)

세고 또 세고,..목표는 동전을 지폐돈으로 바꾸는 것!


 

어느 날에는 친구들과 빈 페트병 3개를 모아서 신나게 슈퍼로 가더니, 한 구석에 모여 앉아서 수근수근 상의를 하고 있는 거였다. 살짝 들어보니, 15센트짜리(약200원) 쥬스를 금액에 맞는 갯수 계산을 하고 있는 거였다. 75센트(약1000원) 교환영수증을 들고 쥬스를 몇 개 살 수 있는지를 한참을 생각해야 알 수 있는 8살과 9살. (독일 아이들은 셈 진도가 느린 편이다.)


가끔은 여러 사람이 몰려 기계 앞에 줄이 서 있을 때도 있다. 그러면 대부분은 기다렸다가 이용하는 편이기는하지만, 슈퍼에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장을 보다가 기계 앞에 사람이 없을 때 가서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어차피 식료품을 사야하므로 반환 받은 금액을 반드시 필요한 곳에 쓰게 되니 좋다. 아이들에게는 열심히 모으고 반환하는 작은 일을 하고 벌게 되는 경제 활동이 되니 교육적으로도 좋다.


아이들이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통해 얻는 세 가지는

1. 자원 재활용을 통한 환경 보호
 2. 용돈 만들기
3. 집안일에 참여했다는 칭찬

플러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노력과 노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껴써야 한다는 경제 개념



참고) 기쁜 소식!

우리나라도 로봇공학 회사 ‚수퍼빈‘에서 2018년부터 약 160대의 네프론(폐기물회수로봇)  을 전국 40개 지자체와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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