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재 Jan 16. 2021

독일 아이들의 일상-소비 문화(1)

한국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가?

베를린 동네 중앙공원에서 열리는 주말의 벼룩시장.

뜨거운 여름 한 낮에 어른들 사이로 4살부터 13살의 아이들이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은 아주 흔한 풍경이다.


자신이 더 이상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이나 작아져서 안 입는 옷가지들을 가지고 나와서 그것이 팔릴 때까지 하루 종일 앉아있는다. 거기에서 번 돈을 가지고 또 다른 아이들이 팔고 있는 물건을 사기도 하고, 모아 두었다가 다른 데에 쓰기도 한다. 이것을 일로 여기는 아이보다는 그 자체를 즐기는 아이들이 많다. 심지어는 목표 판매량과 판매금액을 사용할 계획도 미루 세우면서 재미있어 한다.

부모와 함께 하기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하기도 한다. 각자 가져온 물건이 있기도 하고, 아이가 하는 것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도 하면서 가족적이고 평화로운 주말을 보낸다.

작고 큰 축제에서도 자신의 물건을 팔고 있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모님을 따라서 맛있는 군것질을 하고, 여러 구경을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서투른 솜씨로 악기를 연주하며 기부금을 받는 아이도 있고, 축제를 기다리면서 몇 주일 동안 만든 팔찌나 목걸이 등을 파는 아이들도 있다.

1)축제 때 모자를 앞에 두고 연주를 하는 아이들 2) 사고싶은 레고를 위해 물건 팔고 있는 9살 강민


주말이면 엄마아빠를 졸라서 키즈 카페를 가고, 백화점을 가고 많은 것을 사면서 노는 서울의 보통 아이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아이들이 조르는 걸까? 어른들이 데려가는 걸까?

한국의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중고마켓에서 물건을 사면 창피한 일이고, 놀림감이 된다고들 말한다.

 "너 이거 중고야?"    "중고가 뭔데?"  " 다른사람이 입던거, 더러운 거"

(어쩌다 엿듣게 된 10살들의 대화에서 깜짝 놀랐다.....)

 벼룩시장에서 같은 반 친구를 만나기라도 할 까봐 두렵고 창피해서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땐 씁쓸하기까지 하다. 물론 형제 또는 지인으로부터 물려 입기도 하고, 물려주기도 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내가 받기는 쉬워도 줄 때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고 어려운 건 사실이다.

(요즘은 청소년들도 부모들도 당근마켓을 많이들 이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나바다의 좋은 모습과 또 하나의 저렴이 버젼의 쇼핑중독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독일 아이들의 알뜰 정신은 부모로부터, 조상으로부터 전해 내려왔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절약하고 아껴 쓰는 문화가 깊숙이 체득되어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얻게 되는 돈에 대한 경제 개념과 돈 벌기의 어려움을 알고 그만큼 아껴 쓰게 되는 올바른 소비 개념을 익히고 있다.


한국 부모들은 거의 모든 소비를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과잉보호는 아이들의 소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수입에 대한 경제 개념을 가질 수가 없게 만들며, 돈에 대한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배울 기회를 결코 쥐어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10대 청소년이 되어서도 심지어는 성인이 되어서도 돈에 대한 모호한 개념으로 삐뚤어진 소비태도를 가지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


슬픈 것은 한국의 아이들에게 입시를 위한 공부 말고는 모두 딴 짓으로 간주되어 경제, 소비, 수입 등에 대한 교육은 끼어들 틈도, 내어줄 시간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놀이의 삐뚤어진 모습- 소비놀이와 겉모습과 남의 이목을 신경 쓰는 패션, 화장품, 성형, 오락 등에 치우치는 문제성 소비문화로 이어지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 편에는 우리 아이들의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본  독일의 일상에서의 경제 교육 모습을 담아 보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잊고 있었던 일생 최초도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