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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Mar 21. 2022

인도를 싫어하는 인도여인 Kavitha

독일에서 만난 사람들

[인도를 싫어하는 인도여인 Kavitha]

어느날, 장기로 머무르기로 한 게스트가 들어왔다. 인도 남부  도시에서 왔고, 27살의 에너지 넘치는 발랄한 Kavita. 그녀와 함께한 특별한 15일 이야기. 

Kavita 인도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하고 싶은  많았는데 여자는 항상 무시당하고   있는 일이 거의 없어서 독일로 왔다고 했다. 어느 저녁날에 그녀를 위해서 인도레스토랑을 함께 갔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내가 본 모습 중에 가장 불편한 얼굴과 몸짓을 보였다. 인도인 사장님과의 대화도 길게 하고 싶지 않아했고, 음식도 좋아하지 않고 별로 먹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말했다. " 나는 인도를 싫어해. 인도사람들과 말하는 것도 너무 불편해..계급사회인것도 너무 싫고, 난 인도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기가 죽게 되어 있게 되서 그런 내가 너무 싫어..."

그녀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4년을 살았고, 다음달부터는 스위스 Davos에서 스위스 연방 눈-눈사태 연구소(SLF) https://www.slf.ch/de.html 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고, 그로 인한 유럽의 폭설 발생 등의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

Kavitha는 플라스틱 봉투를 최대한 쓰지 않고, 육류를 최소한으로 먹고, 요가와 명상을 하고, 설탕은 독이라고 말한다. 덕분에 나도 많이 배우고 환경보호 실천에 노력을 조금 더 하게 되었다.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싸매고 온 엄마표 김치를 꺼내주니 너무 잘 먹는다. (그런데 내가 아끼는 건 모르고 매일 먹는다는 슬픈 사실. 유학시절의 엄마표 김치는 귀하고 귀한 음식이라 눈물이 찔끔난건 안비밀!)

비록, 화장실과 주방을 좀 지저분하게 사용하긴 하지만 긍정적이고 밝게 웃는 친구인지라 그 정도쯤이야 내가 좀 더 치우면 되지하고 더 움직이며 살았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아주 깔끔하고 정리도 잘하는 사람인데 우울하고 비관적인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거지!

나도 아무것도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이가 들면서 살림 실력도 조금 늘었고, 청소 정리도 조금 늘었구나.. 하고 그 친구 덕분에 그런 나를 발견하며 토닥거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오후, 강민이가 동네 친구들과 어슬렁 거리고 놀다가 집에 와서 Kavitha방의 창문을 두들기고는 친구들에게 „얘들아, 내 친구야. Kavita는 인도에서 왔어. 인사해.“ 라고 말했단다. 그동안 인종차별도 많이 받고 눈치보며 불편한 적이 많았었는데, 꼬마 강민이의 선입견 없이 반갑게 열린 마음과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굉장히 행복해 했다.

자주 우리는 요리를 같이 해 먹는다. 나는 김밥, 비빔밥, 삼계탕 등을 하고 Kavitha는 야채구이, 야채스프 등을 만들어서 같이 먹는다. 강민이는 처음 먹어보는 샐러리와 배추를 넣은 스프나, 렌틸콩과 마늘이 들어간 고구마 스프도 괜찮은 맛이라며 끝까지 잘 먹었다.


강민이가 야채를 잘 먹는 이유는, 내가 요리를 잘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유식 시절부터 나는 조리원동기 엄마들의 화려한 나물무침, 이유식 등의 솜씨와는 전혀 거리가멀었다. 이유식책을 보며 시도도 해봤지만 2시간 동안 열심히 만든 음식을 결국 퉤퉤 뱉거나 입에 대지도 않는 반응에 좌절하곤 했었다.

그래서 그냥 흉내내기는 포기하고, 편하게 내가 할 수 있는대로 해 주기로 바꾸었다. 다양하고 싱싱한 야채를 데쳐서 주고, 좋은 고기를 구워주는 것. 다행히도 잘 먹어주었고, 양념은 못 해서 안 해주었기에 지금도 싱겁고 담백한 맛을 좋아하기도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강민이는 아주 어릴적부터 여러 음식점을 가보았다. 날씨가 좋아서, 비가 내려 좋아서~ 데이트하는 것처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천천히 먹는 시간을 즐겼다. 프랑스 요리, 베트남 요리, 중국요리, 멕시코 요리, 브라질 요리, 인도 요리, 이탈리아, 스위스. 먹으면서 다양한 음식의 맛을 느끼길 바랬고, 내가 알고 있는 식사매너를 가르쳤다. 패브릭냅킨을 사용하는 방법,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 뽀로로 플라스틱컵보다는 유리잔으로 조심스럽게 잡게 하고, 식전빵을 발사믹오일에 찍어먹기 등.. 2살~4살때 많이 다녔던 것 같다. 어차피 독박육아, 내가 하는 방법이 최선이고 최고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완벽히 잘하기를 바라는것보다 나는 어른으로써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을 전해주고, 물론 엉망이고 서툴고 온몸을 비틀때도 있지만, 그것은 이제 그 아이에게 전적으로 달린거라 귀기울여 듣고, 따라하고 노력하려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충분했다.

둘이서 데이트하는 시간인데, 스마트기기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레스토랑에 있는 예술작품들에 대해 설명해주거나,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어떤 재료로 만들었을까 맞춰보기 게임도 하고, 냄새로 추측하기, 맛을 느끼면서 표현하는 어휘들을 풍부하게 사용하면서 우린 나름 재밌었다.


그래서인지. 다행히도 독일에 와서 요리 못하는 엄마와 살면서 음식투정은 안 부리고, 여러가지 잘 먹는 편이라서 고맙다. 게스트하우스에 살면서 이탈리아 형이 해 주는 스파게티를 먹어보고는 진정으로 맛있는 스파게티라고 엄지척 올리고, 터키여행하며 먹었던 치즈와 올리브는 최고였다고 아직도 잊지 못하며, 고추가루라는 베를린의 한국-스페인 퓨전음식점에서는 너무 맛있다고 다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난감한 적도 있었다. 비싼 식당이여서 돈이 모자라서 더는 못 사주고, 나가서 빵 사줄께. 하고 겨우 데리고 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창 좋은 맛을 느낄 때 충족시켜 주지 못한게 미안하다. 맛있는 걸 먹을때 느끼는 행복감을 알면서 불안정한 가계살림에 경제적 세련미를 부리지 못했다.


Kavita가 새벽마다 요가와 명상을 한다고 하길래 나도 동참하기로 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40분동안 한다. 나는 요가만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Kavita는 명상을 1시간 더 하고 출근을 한다. 정말 존경스럽다. 서로의 방이 가까우니,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깨우기로 하고 우리는 같이 있던 30일을 잘 지켰고, Kavita가 떠난 후에도 나는 6시에 일어나서 요가를 계속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한 가지 특징은 아침 시간에 있다고 들었다.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새벽5시의 기적이라는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한번도 실천은 하지 못했었다. 초기에는 오후에 낮잠이 쏟아지는 부작용이 있지만, 내 몸도 적응하느라 힘들텐데 그까짓거 30분 정도 자 준다. 너무 빡세면 그만두게되니 적당히 자비롭게 유연하게 살아야 한다.

Kavita에게는 배울 점이 참 많았다.

초초초긍정주의자,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기분이 어떤지 자주 물어보고, 간단히 대답하고 넘기려고 하면 구체적으로 다시 물으며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준다. 누군가가 나에게, 내가 생각하는 바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고 중요하게 관심있게 들어주고 응원해준다는 건 삶에서 아주 큰 선물인 것 같다. 용기를 얻게 되고, 위로 받고, 나도 다른이에게 그렇게 하게 된다.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날, Kavita가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 키가 2m가 넘어서 천정에 거의 닿을 듯 걸어오는 이 사람은 Mr. Uhrmacher. 자전거로 세계의 절반을 돌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는 도나우 강가에서 쉬면서 오트밀로 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런 그를 멀리서 지켜보던 Kavita가 다가갔다. "왜 길에서 식사를 하고 있어요?"

"자전거 투어중이예요. 오늘은 이 곳에서 자고 내일 다시 달리려고요."

"그렇군요. 재미있고, 멋지네요! 근데 오늘 밤에 비가 올 텐데.. 어쩌죠? ..우리집으로 가서 하루 묵고 가시겠어요?"

"오, 당신은 참 친절하시군요. 그런데 그래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참...낯선 사람을, 그것도 같이 살고 있는 나한테는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채로 무작정 데려온 태도에 처음엔 화가 났다. 그런데, 내가 만약 힘든 여행을 하는 중에 무작정 따지지도 않으며 이유없이 도와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고맙고, 삶에 힘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쩌면 생각이 짧고 깊지 않은 사람이였구나.. Kavitha라는 특이한 사람 덕분에 반성했다.

우리는 욕실과 음식과 잘 곳을 제공했고, Uhrmacher는 자전거 여행자답게 우리의 자전거를 훑어보고는 몇 군데 고쳐주었다. 강민이는 우리집에 거인이 왔다며 신기해하며 신이 났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얘기했는데 믿지 않겠다는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직접 소개하기까지했다. 그 친구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눈이 휘둥그레지며 여기저기 매달리며 신이 났다.

  

그렇게 이상요릇한 동거생활을 마치고 Kavitha가 스위스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내가 아끼는 따뜻한 원피스와 김치를 선물로 주고, 따뜻한 아침식사를 준비해주었다. 추운 스위스에서 마음은 따뜻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배웅해주는데 눈물이 났다.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살아가면서 모든 면에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다. 살아보니 어느 상황이나, 어느 사람에게나 그렇다는 걸 계속해서 깨닫고, 그래서 그것 그대로를 인정하게 되는 지혜도 쌓이는 것 같다.

인도 친구 덕분에 아침에 억지로라도 일찍 일어나고, 요가하면서 내 몸을 더 사랑해주고, 따뜻한 표현을 의식적으로 더 하고,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나은 나로, 그래서 행복한 나로 살았다.

참으로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가부다. 그리고 인생은 계획한대로만 살아지는게 아니고, 예상치 못한 만남도,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도 일어난다. 그래서 더 놀랍고, 화나고, 당황하고, 기쁘고, 반갑고, 슬프고 다양한 감정으로 가득차게 된다. 그것이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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