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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Sep 15. 2016

굿바이 디스크, 보디빌더 도전기 - 두번째 '감사'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그래, 까짓 거, 나라고 못할 게 뭐야? 해보자"


라고 마음은 먹었지만,

머리는 마음과 달랐다.


걱정이 앞섰다.

너무 허황된 도전은 아닐까?

디스크 환자가 무슨 보디빌더?


주위의 시선도 두려웠다.

허리 아프다던 애가 무슨..


시작도 해보기 전에

이런저런 걱정들은 점점 나를 위축하게 만들었다.


내 입장에선 큰 도전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허황된데다 결혼까지 한 직장 여성이

노출을 감수해야하는 대회에 나간다는 것에

손가락질 받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물론 세상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사럄들의 비웃음이나

조롱거리는 되고 싶지 않았다.

"나 한 번 대회 나가볼까?"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래도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내가 잘 안다고 여겼던 사람들이

만약 무모하다고 한다면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얼마나 허황될 것인가.


의외였다.


"오, 진짜? 대박. 꼭 해봐. 할 수 있을 거야"


긍정 답변을 원한 건 맞지만

그래도 이렇게

...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일단,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데 남은 평생을 환자로 살아야하냐" 며

부정적인 말만 늘어놓던 내가 달라져서 무엇보다 기쁘단다.


또 "직장이 있으니 향후 커리어를 위해 1등 타이틀이나 입상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평생 해야하는 운동을 '숙제가 아닌' 보다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격려와


"입상은 힘들겠지만

내가 참가했다는 자체만으로

디스크로 고생하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수술대신 운동을 하라는 얘기를 좀 더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진심으로 고맙다"

는 말로는 부족하리만큼 고마웠다.


쉽지 않을 도전을, 허황될 수 있는 도전을 응원해준다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했다.


"설명하지 않아서 모른다는 것은

설명해도 모른다는 것이다"


1Q84에 나온, 참 와닿았던 문장이다.


내 도전을 밝혔을 때

실소를 터뜨리거나 갸우뚱해하는 표정 앞에서


"트레이너가 동기부여 차원에서 해보래"라는 등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어도

날 이해해주는 사람은 언제나 날 이해해주고

역시 "내 사람은 내 사람"이라는 생각

가슴 벅찼다.


디스크 진단받고 휴직할 때도,

"이래서 여기자는 뽑아서는 안된다"느니

비난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어찌어찌해서 휴직할 수 밖에 없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 않아도


"내가 있어야 세상이 있다,

건강이 먼저다"라고 얘기해준 장모 선배와


"아픈 거 참는다고 회사에 보탬이 되는 거 아니다.

아프지 말고 니가 먼저 건강해야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해준 윤모 선배의 말은


휴직 동안, 재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딴 생각,

허튼 생각따위 하지 않고

재활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줬던 게 생각이 났다.


무엇보다 피트니스 대회 복장에 대한 걱정에도

그건 엄연한 대회 규정인데다

"노출이 아니라 자랑"이라고


그런 건 절대 신경쓰지말고

다만 무리만 하지 말라며

 나보다 더 날 걱정하해주고 신경써준 내 신랑.


 사람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다.

무모할 수 있었던 도전에 날개가 달렸다.


그 날개는 응원에 실려 힘차게 펄력였고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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