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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Nov 19. 2016

그토록 원하던 직장에  사표를 냈습니다

디스크女기자, 기자로 살아남기 ① 언론사 입사기 - 지옥행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사직서'라고 적힌 흰 봉투를 부장께 내밀었다.


회사 오기 전까지만해도 가득 품었던 독기는

눈물이 힘없이 대신했다.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은 사표를 품에 안고 산다고들 한다.

열두 번도 더 넘게 사표를 던지고 나오는 상상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으로만,

마음에만 품고만 있던 사표를

정말, 진짜로 내밀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정말 허무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렇게 아둥바둥 아득바득 버티지나 말걸..

 



벌써 6년, 언론사에 첫 발을 들여놓기까지..


대학교에 입학할 때도

기자를 꿈꾸며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했고

오래있진 않았지만 학교 영자신문사에도 있었다.


(머리가 탁월하지 못해 학과 공부와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기엔 영자신문사 일이  상당히 많았다. 적어도 당시에는 그랬다. 무엇보다 내 깜냥도 부족했고)


졸업예정자일때부터 스터디를 하고 언론사 시험을 보면서 반드시 기자가 , 사랑하는 내 주변 사람들이 조금 더 웃으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갔다.


졸업할 무렵 하필, 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가뜩이나 언론사 신입은 적게 뽑는데

그야말로 그때는 더더욱 바늘 of 바늘 구멍이었다.


스터디 그룹엔 언론사 시험을 보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일반 기업 시험을 보는 멤버들도 있었다.


나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시험만 보다 서른을 훌쩍 넘어버리진 않을까..

그러면 시집도 못가겠지. 잉여인간이 되버리진 않을까...하루하루가 두려웠다.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해보기로 했다.

사실 준비해온 것도 이것밖에 없어서

다시 뭔가를 시작하기가 어렵기도 했으리라.


"누군가와의 만남은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이 함께 오는 것"이라는 말처럼


세상의 많은,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내 글로서, 내 목소리로서 조금이나마

이들의 애환이 담긴 사회 부조리를 알림으로써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주고


세상에 따뜻한 얘기를 듣는다면

이를 또 널리 전하면서


"정말 드러운 세상"이라며 분노하는 이들에게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걸 알려주면서

굳게 닫힌 입술에 미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정말 간절한 사람에겐 기회가 오고

준비된 사람은 그 기회를 반드시 얻는다는 말을 붙잡고 노력했다.


자신감으로 무장해 덤벼도 될까말까인 판국에

"자신없다"느니 "안될거"라느니

그런 부정적인 말은 입에  담지도 않았다.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내가 가는 이 길이 주님께서 예비하신 길이 맞다면,

그 길로 저를 인도해주소서"라는 기도로

불안함과 싸워갔다.


고군분투 끝에

마침내 한 언론사 보도국 기자로 입사할 수 있었다.


5명뿐인 합격자 명단에 적힌 내 이름을 보자

반백수 서러움 견뎌가며 , 늘 수면부족에도 시달리면서도 애썼던 그 시간들이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웃으면서 씩씩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번외편 )

[그톡록 원하던 직장에 사표를 냈습니다]

글 싣는 순서

 디스크 女기자, 기자로 살아남기 - 언론사 입사기 '지옥행'

② 조금만 더 버티면 웃을 수 있을까 - 버텼던 끝은 허무했다

그저 내 이름으로 살고 싶을 뿐인데 - 내가 불행하길 바라는 것 같아

④ 남말은 쉽고, 상처받긴 더쉽다 - 그래서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⑤ 사표는 요동칠 때가 아닌 평온할 때 내는 거야 - 깎아내릴수록 난 더 날카로워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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