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女기자, 언론사에서 살아남기 ⑤ 그래서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결과부터 말하면
난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다.
사표가 반려됐다.
'다행인건지, 불행의 연장인건지'
는,
아직 잘 모르겠다.
"세상을 살다보면 더한 일도 겪는다"
"아니요,
저는 더이상 못 다니겠습니다"
"언젠간 나한테 고마워할 것"이라며
"오늘 나는 너를 못본 걸로 하겠다"
"어서 가서 일해라",
아니 "그냥 출입처 나가서 잠이나 자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미 마음의 정리 다 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계획도 세운터라
(물론 월급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당장의 두려움은 컸다)
쉽게 사표를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그러자 나를 냅다 문 밖으로 밀어버렸다 .
그렇게 나의 입사 6년만에 사표 내기는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부장 말씀이 전혀 틀리지 않다.
그래. 살다보면 얼마나,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이 있을까.
지금 내가 화가 난 건 맞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나로 살고 싶었던 것일뿐.
솔직히 기자라는 직업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왔는데
쉽사리 접는다고 생각하니 나로서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
'리셋'하고 싶다ㅠ
그러나
방법을 모르겠더라.
그래서 다시
결국
다시 매일 새벽 6시 눈을 뜨고
씻고 노트북을 들고 집을 나선다.
마지 못해 죽을 상을 하고 다닌 게
너무나 티가 났는지
날 어여삐 여긴 한 선배와 우연히 한 식사 자리에서
내 얘길 털어놓게 됐다
"정말 이렇게까지 살아야할까요?"
여성이라 더 비난받기 쉬운 사회 생활.
그렇다고 내가 포기하긴 열받고
그냥 다니자니 아주 빡친다.ㅠ
"일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즐겁게 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선배는 선배다.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는
지식으론 상대가 안된다.
"참고 다니라는 말은 절대 안할거야.
근데, 뭐든지 그만 둘때는
감정에 휩싸여서 마음이 요동칠 때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말 내 마음이 평온하고 안정적일 때 하는 거야"
그래,
맞다.
(자신과 상황과 타협해)
도망가는 건 아닐지언정
감정이 요동친 건 맞으니까.
내가 아플 땐 몸 관리도 못한다고 비아냥대던 사람들이
이 악물고 관리하니까 이제 몸 편하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에
정말 화가 난 건 맞았으니까.
선배의 얘길 듣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평안해졌다.
회사라는 거,
그래,
그만둘려면 오늘이고 내일이고 내 의지에 달린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신중해질 필요는 있다.
정말 내 마음이 안정됐을 때
그때 그만둬도 늦지 않다.
또,
회사는 회사다.
핏줄이 아닌 이해관계로 엮인 사람들이다.
말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고
말해도 알지 못한다.
(아니 그냥 아무말 안하는 게 나을지도ㅠㅠ)
말은 말을 낳기 마련이고
다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니 고개도 끄덕여졌다.
회사 입장에선 주말에도 자기 취미보단
열심히 회사일 하는 후배가 이쁠 수밖에.
왜 '미움받을 용기'라는 말이 나오게 됐는지
이제야 알겠다.
괜히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아닐테다.
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으니까 힘든거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으면
주말에도 계속 일하고, 기자로 살면 된다.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기자 김연지로도 살고 싶지만
그저 운동을 좋아하는 30대로도 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냥
욕하면 욕 먹기로 했다.
대신 엄청 행복해지기로 했다.
일할 땐 열심히 일하고
쉴 땐 운동도 하고 제대로 쉬면서
또 한 주간 버텨나갈 에너지를 채우고
충만해진 자신감으로 씩씩하게, 또 즐겁게
한 번뿐인 내 삶을, 만끽하기로 했다.
그래, 깎아내리려면 얼마든지 깎아내리세요.
그럴수록 난 더 날카로워질테니까요..
난 당신보다 훨씬 행복하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일도, 운동도, 보란 듯이 다 해내서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일 또한 내 보람의 원천인데다
내 이름 걸고 하는 것인데 허투로 할 수 있겠는가.
운동은 나를 위해서,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인데..
운동이 내게 준 선물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사람들이 욕한다고 눈치볼 일은 결코 아니다.
성장통이 심했던 만큼
한뼘 더 자라고, 단단해졌다.
오늘도 화이팅이다.
아무도 내 행복을 방해할 수는 없다.
번외편)
[그톡록 원하던 직장에 사표를 냈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디스크 女기자, 기자로 살아남기 - 언론사 입사기 '지옥행'
② 조금만 더 버티면 웃을 수 있을까 - 버텼던 끝은 허무했다
③ '역할'이 아닌 '나'로 살면 안되는 걸까 - 내가 불행하길 바라는 것 같아
④ 아무도 내 행복을 방해할 수 없다 - 내 이름으로 살기, 더욱 나 다워지기
⑤ 사표는 요동칠 때가 아닌 평온할 때 내는 거야 - 그래서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