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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Jun 25. 2017

돌아보면 소중했던 시간, 힘들게만 보낸 건 아닌지..

세상은 이미 프로듀스 101, 디스크女기자 정글에서 살아남기①

<프로듀스 101>이 끝났다.

한주의 희망이었는데..


금요일밤 11시 27번 채널에

풋풋한 교복입은 소년들 대신


짐승미 야성미 가득한 남성들과

짙은 화장의 쎈 언니들이

거친 가사를 내뱉는 쇼미 시즌이 왔더라..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살아남은 11명 '워너원' 아이들은

조만간 볼 수 있겠지.


데뷔 문턱에서 좌절한 아이들의 근황이 더 궁금하고..

더 짠하고 그렇다.


아마도

감정이입이 돼서 그럴 것이다.



세상은 이미 <프로듀스 101>의 확장판이다.


언론고시 역시 1~5차까지,

그해 채용 계획에 따라 최소 2~3명,

아무리 많아도 10명도 안되는 소수만 살아남는다.

서류, 필기, 카메라 테스트,

합숙 평가, 임원면접을 거치면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우스개소리로

1차나 2차에서 떨어질 때마다

합격한 애들이 부러우면서도

나름 쿨내 풍기겠다며


"1차에서 떨어지는 게

5차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낫지"

애써 긍정마인드를 붙들곤 했다.


5차에서 떨어지면 정말..

멘붕에 멘붕에 멘붕을..


5차까지 진행되는 최소 2~3달 동안

얼마나 마음졸이고 긴장하고

그러면서도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몹쓸 '기대'를 하기에..


몸이 힘들고 지치는 것보다

기대를 한 것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

또 분노와 원망 후회..

그 모든 것들이 나 자신을 굉장히 자존감 낮고

나약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언시뿐이겠는가. 각종 고시는 물론

모든 기업 공채,

사회로 나가는 그 모든 과정들이 마찬가지다.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도

시험장에선 "핑미업"을 외친다.


"우리 같이 붙자"고 하면서도

둘 중에 한 명만 된다고 하면

뽑힐 사람은 "나야 나"를 외쳐야만 한다.


그게 친구를 배신해서도,

내가 친구를 밀어낸 것도 아닌데,

나만 붙으면 내가 친구에게

"미안해" 해야 하는 세상이다.

 

대신,

"네 몫까지 내가 더 열심히 할게"를 약속하며

힘겹게 내딛은 첫발.


그땐 그렇게 최종 합격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큰 착각이었다.

 

프듀에 나오는 데뷔한 연습생들도

똑같은 말을 했다.

"데뷔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데뷔라는,

취업이라는 문을 하나 겨우 열었을 뿐,,


그 다음엔, 또 그 다음엔, 또 또 그다음엔

점점 좁고, 문고리조차 잡기 힘들고,

문턱까지 올라가는 것마저 버겁고,

'아차'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절망과 위기의 순간들이 도처에 널린 걸

깨닫는 건 시간 문제다.


하루하루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더이상 '라이벌'은 없다.

'에너미'만 있을 뿐..




나 역시

줄세우기 좋아하고

1등만 원하는 세상을 욕하면서도


에너지 넘치고 안구 정화해주는 '끼돌이' 소년들이 보고 싶어

매주 엠넷 본방 사수에, 본 재방 보고 또 보고

인터넷 짤방 조회수도 늘리고..

일대일 직캠보며 그와의 아이컨택에 나홀로 기뻐하고..


(임영민, 김종현, 김재환을 고정픽으로 열심히 응원했는데...)

;;;;::미안해 ㅠ 마지막 방송을 일하느라 못봤어..

너희가 떨어진 게 내가 투표를 못한 탓인 것만 같아..ㅠㅠ


얘기가 샜다..ㅠ

(지금까지 모순에 빠진 정글 속 직장인..이었습니다..)



다시 정신을 챙기고..!


그럼에도 불금, 퇴근 뒤 맥주 한 잔을 걸치며

노트북을 끄적이는 것은


그저 <프듀 연습생>들 같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관 및 기업 등등의 연습생들에게..

그날 하루 버티는 게 그저 하루 목표인..

조금 더 '정글에 빨리 들어온 입문자'(?!)로서  

조금이나마 작은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




시청률을 요구하고

이에 압박받는 어른들의 잣대에,

조금 어긋난다고 해서

너희 한 명 한 명의 가치가 낮아진다거나,

그런 이유로 목숨을 구걸할 필요는 없다고.


기업 이윤을 추구하고

실적에 압박받는 어른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해서

스스로 존재 가치를 하찮게 여기거나

그 기준에 끼워맞추기 위

편법을 쓸 필요는 없다고.


최종 합격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떨어진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니

어디까지나 이 시련같은 시험도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여겨줬으면.


가진 재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받던 '정동수'란 참가자가

아쉽게 방출되던 때 이런 얘기를 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데
너무 힘들게만 보낸 것 같아요"

프듀를 보면서 나도 참 많이 배웠다.

자기의 모든 순간이 전국에 공개되고

의도치 않게 편집되고

일거수일투족을 네티즌에게 평가받는

말도 안되는 살벌한 과정을 거쳐서 그런가


어린 나이에 비해 훌쩍 자라버린듯한 소년들은

어른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공감어린 얘기들을

때묻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때묻은 어른들의 기준에 좌절하면서도

환경을 탓하거나 누구를 원망하기 보다는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내가 못해서 그런 거라며 .. 내가 더 잘하겠고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많으니 지켜봐달라고..


센터가 아니더라도

뒷줄 맨 구석 카메라가 잘 비추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의 전문 파트가 아니더라도

숨이 차올라도 항상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에서

더 짠하고, 안타깝고

더 예쁘고, 응원해주고 싶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그들에겐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닐까..


나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사회인 연습생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젋음을,

이 소중한 시간을,

너무 힘들게만 보내지 않았으면.


내가 어디있든, 어떤 모습이든,

내가 '나 다움'을 놓치지만 않으면

나는 언제나 어디서든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사진 출처. 스포츠투데이 /일간스포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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