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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Sep 28. 2015

곁에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아프니까 보이는 것들 ① 내 소중한 사람들

잠들기 전, 신랑의 팔베개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곤 한다.


그날의 좋았던 일들, 짜증 났던 일부터

어제를 되새기기도, 내일을 약속하기도 한다.


하루는,


"내가 기자가 안됐다면,

지금처럼 아프지 않았겠지?"

"오빠랑 결혼 안 했으면 안 아팠을까?"


"기자가 안됐으면, 우리도 못 만났겠지?"

"내가 대구에 계속 있었어도 오빠랑 결혼했을까"


"당연하지"


'답정너'인 질문이었으나..

글쎄.


저 두 가지 가정대로라면

지금 나는 다른 누군가와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아직 하지 못했거나.

신랑을 만났을 확률보다

만나지 못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 집에 혼자 있다 보면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잡생각들이 집안 틈새 구석구석까지 파고든다.

안 좋은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을까.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러다 보면,


'내가 만약 기자가 되지 않았다면?'

'다른 전공을 했다면?'

'서울로 오지 않고 대구에 계속 있었다면?'


아무 소용없고 의미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 기억의 테이프를 감고 감으면서,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던 때로 돌아간다.


결혼식장,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

입사 합격 통보를 받았던 날,

자소서를 쓸 때,

대학 배치표 보면서 상담하던 날,

서울로 올라오던 날,

재수를 결심했을 때,

고등학교 졸업식...


수많은 갈림길에서 나는 선택을 해야만 했고

그 길을 내 길이라 믿고 걸어가기로 했다.


순탄하지 않았다. '운'이라는 건 내 인생에 없었다.  

길은 낯설기만 했다.

남들에 비해 많이 돌아가야만 했고

곳곳엔 장애물도 많았다.


그렇게 걸어온 지 만 30년.

그렇게 왔던 길도 돌아가고 장애물을 넘고,

낯설고 순탄하지 않은 길을 오면서

만났던 사람들 얼굴이 떠올랐다.    


자칫 나쁜 길로 빠질 수 있었던 학창시절,

나를 붙잡아 주고..

입시고 취업이고 불합격의 고배를 마실 때마다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해준 친구들..

부족하기만 한 나를, 좋아한다고

따뜻한 마음을  건네던.. 그 얼굴들도 떠오르고

같은 꿈을 꾸면서 같이 울고 웃던 '꿈' 동기들과..

같은 길을 걸으면서 인연을 맺게 된

동료들과 선후배..출입처 사람들..

또 같은 곳에서 눈 뜨고 감으며

누구보다 든든한 내 편이 돼 주는 내 신랑과

신랑을 세상에 나오게 해 준 시부모님까지..

 

'내 길이 달랐다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다 달랐겠구나..'

내 대학 동기들과 학창시절 친구들, 직장 동료,

결혼식 사진을 채워줬던 하객들과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람들 모두 다 달라졌겠네..


스마트폰에 담긴 연락처를 아래로 쭈욱.. 스크롤해봤다.



내가 참 잘 걸어왔구나

끄적거려보는 지금,

떠오르는  몇몇 얼굴들이 있다.

모니터 위로 익숙한, 또

그리운 이름들이 스쳐 나지 나간다.


만약 이 사람들을 못 만났다면

아마 반쪽짜리 인생이었을 것이다.

굉장히, 많이, 허전했을 것 같다.


물론 세상에는 훌륭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지금 내 사람들만큼

예쁜 인연을 맺고

서로 의지하고 믿고 사랑하며 살 수 있었을까.


하..


안도의 한숨이다.

어느 때보다 좋은 꿈꾸며 참, 잘 잘 것 같은 그런 밤이.




제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

제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더 잘 할테니 계속 제 곁에 있어주세요..^^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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