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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Sep 28. 2015

따뜻한 말 한마디, 최고의 명약   

아프니까 보이는 것들 ② 말의 힘, 사람의 온기.

반 환갑, 30년 인생 동안 사실 만났던

모든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고 살 수는 없다.

그중엔 눈물 쏙 빼놓고

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프면 서럽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게 넘길 말들도 행동들도 아프면 더 예민해져서

상대방 기분 따위는 아랑곳 않고 자기 위주의,

수류탄 파편 같은 말을  온몸 구석구석 박아놓은 뒤

그것도 모자라 거기에 소금 뿌리고 뜨거운 물 붓는 사람들 얼굴도 몇몇 떠오른다.


원래 뒤끝이 좀 있는 성격이라....

다 기억한다. 그들이 한 말은 물론이거니와 당시 그들의 얼굴 표정, 숨소리, 그림자까지도.!!!!!


이런 내용을 쓰고 있는 지금,

사실 떠올려 보면 웃음만 나온다.


빨간 일기장(데스노트 아님)에 휴직 때 썼던 분노의 글을 가끔 읽어보곤 하는데,

푸핫~! 웃음만 나온다.

그런 마음을 품은 내 자신이 유치해서.

몸이 많이 나아져서 그럴 수도 있고.


그런데 아무리 지금은 웃고 말할 수 있는

지난 일이어도

내게 상처를 준 그 말들은 안 잊힌다.

쿨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배웠다.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사람들한테는

단어 하나, 음절 하나, 말투, 숨소리까지 신중해야겠다고.


섣불리 그들의 상처를,

아픔을 "이해하는 척, 아는 척 하지 않겠다"고.


아픈 거 ,

자기 관리 못 해서 그렇단 게 틀린 말 아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관리를 못 한,

다 나름의 사정이 있다.

세상에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괴로운 사람 면전에다 대고

"네가 관리를 못하니까 그런 거  아냐"라고

앞뒤도 밑도 끝도 없이 딱 잘라 말해버리면

할 말이 없다..


특히,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너 진짜 아픈 거 맞느냐? "

(벗고 5분 동안 보여주면 믿을 것이냐-.-;;

근데 '너님'때문에 문드러진 속은, 깨질 것 같은 머리는 어떻게 보여주는가..)


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을 거다.


몸에 난 상처는 그렇다 쳐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뭐 어찌 보여줘야 할까.


몸이 아파서, 마음이 괴로워서 주저앉은 사람이.

다시 잘 해보려고, 겨우 다시 일어서 보려는데

손을 내밀어주진 못할 지언정

독화살 같은 말들로

무릎을 걷어차, 꿇리게 해서는 안된다.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냥, 환한 미소로 웃어주면 그걸로 된다.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니"
"기운 내.  너라면 잘 극복할 거야"
"널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만 더 힘 내"

힘들 때 큰 힘이 돼 준 말들이다.

이 한마디 하는데 돈 드는 거 아니다.

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속으로 욕을 하든 어쨌든 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손 한 번 꼭 잡아주면..

그거면 된다.


힘들 때 따뜻한 말 건네고, 위로해 준 사람들은

눈 감을 때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해라

괜히 눈치보다가 또 아프면 어쩌냐

너가 아프지 않는 게 회사에도

더 도움이 되는 거다"


혼자 끙끙 거릴 때 한 선배가 해준 얘기다.

날 동료로서 걱정해주는 선배들이 있다는 게

정말 눈물나게 감사하고 아픈 게 죄송하기만 한,

그래서 더 빨리 회복해야겠다고,

든든한 후배가 돼야겠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치솟는 한 마디였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사람에게 힘주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외로운 가족, 친구들에게

카톡이라도 보내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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