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보이는 것들 ② 말의 힘, 사람의 온기.
반 환갑, 30년 인생 동안 사실 만났던
모든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고 살 수는 없다.
그중엔 눈물 쏙 빼놓고
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프면 서럽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게 넘길 말들도 행동들도 아프면 더 예민해져서
상대방 기분 따위는 아랑곳 않고 자기 위주의,
수류탄 파편 같은 말을 온몸 구석구석 박아놓은 뒤
그것도 모자라 거기에 소금 뿌리고 뜨거운 물 붓는 사람들 얼굴도 몇몇 떠오른다.
원래 뒤끝이 좀 있는 성격이라....
다 기억한다. 그들이 한 말은 물론이거니와 당시 그들의 얼굴 표정, 숨소리, 그림자까지도.!!!!!
이런 내용을 쓰고 있는 지금,
사실 떠올려 보면 웃음만 나온다.
빨간 일기장(데스노트 아님)에 휴직 때 썼던 분노의 글을 가끔 읽어보곤 하는데,
푸핫~! 웃음만 나온다.
그런 마음을 품은 내 자신이 유치해서.
몸이 많이 나아져서 그럴 수도 있고.
그런데 아무리 지금은 웃고 말할 수 있는
지난 일이어도
내게 상처를 준 그 말들은 안 잊힌다.
쿨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배웠다.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사람들한테는
단어 하나, 음절 하나, 말투, 숨소리까지 신중해야겠다고.
섣불리 그들의 상처를,
아픔을 "이해하는 척, 아는 척 하지 않겠다"고.
아픈 거 ,
자기 관리 못 해서 그렇단 게 틀린 말 아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관리를 못 한,
다 나름의 사정이 있다.
세상에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괴로운 사람 면전에다 대고
"네가 관리를 못하니까 그런 거 아냐"라고
앞뒤도 밑도 끝도 없이 딱 잘라 말해버리면
할 말이 없다..
특히,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너 진짜 아픈 거 맞느냐? "
(벗고 5분 동안 보여주면 믿을 것이냐-.-;;
근데 '너님'때문에 문드러진 속은, 깨질 것 같은 머리는 어떻게 보여주는가..)
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을 거다.
몸에 난 상처는 그렇다 쳐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뭐 어찌 보여줘야 할까.
몸이 아파서, 마음이 괴로워서 주저앉은 사람이.
다시 잘 해보려고, 겨우 다시 일어서 보려는데
손을 내밀어주진 못할 지언정
독화살 같은 말들로
무릎을 걷어차, 꿇리게 해서는 안된다.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냥, 환한 미소로 웃어주면 그걸로 된다.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니"
"기운 내. 너라면 잘 극복할 거야"
"널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만 더 힘 내"
힘들 때 큰 힘이 돼 준 말들이다.
이 한마디 하는데 돈 드는 거 아니다.
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속으로 욕을 하든 어쨌든 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손 한 번 꼭 잡아주면..
그거면 된다.
힘들 때 따뜻한 말 건네고, 위로해 준 사람들은
눈 감을 때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해라
괜히 눈치보다가 또 아프면 어쩌냐
너가 아프지 않는 게 회사에도
더 도움이 되는 거다"
혼자 끙끙 거릴 때 한 선배가 해준 얘기다.
날 동료로서 걱정해주는 선배들이 있다는 게
정말 눈물나게 감사하고 아픈 게 죄송하기만 한,
그래서 더 빨리 회복해야겠다고,
든든한 후배가 돼야겠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치솟는 한 마디였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사람에게 힘주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외로운 가족, 친구들에게
카톡이라도 보내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