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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Dec 11. 2018

내가 엄마라니

14시간의 진통, 그리고 출산의 기록

12월 4일, 오후 9시 15분쯤이었지 싶다.


퇴근하고서 글 쓰고, 영상 편집하다..

의자에서 일어나는데 뭔가 왈칵,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숨이 멈췄고, 침 삼키는 소리가 두 귀를 울렸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정지됐고, 눈동자만 또르르 굴러갔다.

 

촉이 좋지 않았다.

소변이나 분비물이라고 하기엔 느낌이 이상했다.


곧바로 화장실에 들어가 속옷을 내려보니

점성진 분비물에 상당히 젖은 상태였고

소변을 누고 들여다 본 변기엔

스포이드로 한 방울 톡 떨어뜨린 듯 빨간 핏방울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예정일은 12월 12일.

양수가 터진다고 곧바로 애가 낳오는 건 아니다.

지금이 오후 9시 30분이니까 다음날 나온다치면

출산일은 12월 5일. 딱 일주일 전, 39주가 시작되는 날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YOfl2tW-gI

"양수가 터진 걸까"


양수가 터진 것 같은데..양수가 터져본 적이 있어야 알지..

임신이 처음인데

양수가 터진 게 어떤 건지 알턱이 있나;;


일단 네이버 검색에서 양수 터진 증상을 검색해보니

1.끈적한 점성의 분비물이 나오고

2.피가 섞일 수 있고, 그래서 분비물이 선홍빛일 수 있고

3.락스 냄새가 확 난다고도 했다.


경험자들이 남긴 증상과 같았다.

서둘러 응급실에 전화 걸었다.


마지막 진료 날짜와 현재 상태를 말하니,

계속 맑은 물 같은 게 흐르면 분만실로 오라는 것.


전화를 하는 동안에도 두 다리 사이로 액체가 흘러내렸다.

언제 아기가 나와도 상관없을 39주이긴 했지만,

그래도 한 주가 남아있는 터라, 예정일을 꽉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 컸기에

양수가 터진 게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 실으며 출산 가방을 챙겼다.


(그 와중에 화장도 지우고 샤워까지 했다. 라마즈 분만에서 화장 반드시 지우고 오라고 배웠다는;;물론 응급상황이 아닌 진통시 병원이 올 때겠지만..ㅎㅎ)


가는 동안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때되면 낳겠거니 했지만 너무나 준비가 안됐다고나 할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 철없는 내가 엄마가 되는 걸까?


*PM 10시 30분


병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려 몸을 움직이자 또 한 번 왈칵 쏟아진다.


배를 움켜쥔다고 양수가 흘러내리지 않는 것도 아닌데

아랫배를 꼬옥 부여잡게 된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며

병원서 알려준대로 분만실로 바로 향했다.  


보호자인 신랑에게는 감염을 막는 비닐 가운을 입으라 하고

산모는 탈의실로 보내며, 입고 온 옷과 신발은 검정 비닐에 넣고

속옷을 모두 탈의한 채 병원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분홍색 병원복을 입고 나오니,

병원 진료갈 때마다 복도서 마주치던 산모의 모습들이 스쳐갔다.


"나도 곧 그리 되는 거겠지?"


가족분만실을 신청하고 침대에 누우니

시계는 밤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와 이름, 생년월일부터 초산인지, 예정일은 언제고

언제부터 진통이 있었는지 등등 하나하나 굉장히 상세하게 묻는다.


분만실 당직인 것으로 보이는 남자 선생님이 들어와

내진을 하고, 양수가 맞는지 등등의 검사를 시작했다.


*여기서 내진이란 것은,,

참으로 중요하나, 참으로 아프고, 참으로 굴욕적(?)인 진료로

의사선생님께서 아기가 나올 통로로 손을 집어넣어

어느정도 아기가 내려왔고 등등을 파악하는 ....것으로 경험상 미뤄 짐작됩니다.


*PM 11시 30분


자궁수축기와 아기 심장을 체크하는 두 가지 기계를 배에 붙였다.

태동검사 때 한 것과 같았다.

튼튼이 심장 소리가 분만실에 울려퍼졌고,

건강히 잘 뛰고 있음에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AM 0시. 양수 맞음. 제모와 관장 시작.


정확히는 자정이 좀 되기 전일테다.

양수 검사 결과, 양수가 맞는 것으로 판별됐고

이제 분만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양수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 24시간 내(최대 48시간 내) 출산을 해야 한다.


전날 오후 9시 15분에 양수가 터졌으니, 약 21시간의 시간이 남았다(무슨 작전 같음)

지금부터 아기를 낳을 때까지 금식이다. 당연히 물 한 모금 못 마신다.

하지만 아직 자궁문이 안 열려서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0시 5분쯤 간호사가 들어와 신랑에게 가족분만실 신청서와 입원동의서를 써달라고 했다.

그리고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간호사가 와서

제모와 관장을 해야한다고 전한다.


제모는 직접;; 간호사 선생님이 면도칼 같은 것으로 해준다;;

아래서 일어나는 일이라 보이지는 않았으나, 스걱스걱 소리가...

0시 8분쯤 시작돼 (참으로 민망했으나;; (다행히?!) 한 2분만에 금방 끝났다.


제모가 끝나자, 옆으로 돌아누우라하더니,

항문에...관장약을;;;;;; (관장한다 그러길래 먹는 약을 주실 줄 알았지만 ㅠ그래..먹는 약은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이때가 0시 12분 무렵.

"10분에서 15분 있다가 화장실에 가면 됩니다. 너무 못 참겠으면 10분 만에 가세요"

라고 했는데,


5분 정도 지나자 배가 꾸륵거리기 시작하더니

정확히 0시 20분, 도저히 못 참겠다.

화장실로 후다닥 달려가.. 뱃속의 모든 것들을 쏟아냈다.

(한 간호사 선생님이 다 해주셔서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하나;;; 그때는 경황이 없었으나, 지금 그 순간을 돌이켜보며 글을 쓰는 지금, 다시는 그 선생님 얼굴을 마주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0시 45분. 수액을 맞기 시작했다. 금식을 해야하니까..

저녁 제대로 먹어둘 걸, 이 생각부터 났다. 직장을 가지고서 든 생각은, 특히 이 불규칙적인 기자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게 "역시 사람은 먹을 수 있을 때 잘 먹어둬야 한다. 언제 못 먹을지 모르니"였는데, 이 중요한 날 저녁을 대충 과일과 과자들로 떼웠다는 게 너무나 후회됐다;;;


*PM  01시 10분. 항생제 투여.


양수가 터진 것에 따른 감염 우려 방지 차원이다.

배가 조금씩 아파온다. 배가 고프기도 했다.


벌써 많은 것을 한 것 같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쌩쌩했다. 제모와 관장이라는 굴욕만 맛봤을뿐.


당직 선생님이 내진을 한 번 더 했는데,

자궁문이 아직 안 열렸고 아기도 위에 있어서

출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아침까진 지켜보다가 그래도 너무 아기가 안 내려오면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시면서 "일단 자둬라"며 자리를 떠나셨다.


선생님이 떠나기가 무섭게

새벽 1시 15분부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생리통 같았다.


임신 34주에 들은 라마즈 분만 수업 때,

초산부의 경우, 5분 간격의 진통이 오면 출산의 신호라며

병원을 가라고 한 얘기가 생각이 나,

"아 드디어 때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혹시 또 호들갑 떠는 것일지 몰라,

5분 간격의 진통이 맞나, 시계를 보며 체크해봤다.

1시 15분, 1시 21분, 1시 26분, 1시 32분, 1시 39분..


'출산 임박'이구나 싶어 곧바로 비상벨을 눌러

간호사 선생님을 불렀다.


놀라서 달려온 선생님께

아주 반갑게 "진통이 오는데 5분 간격이에요"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예상한 반응이라는듯.

"네 아침까지 기다리세요~"라고 얘기하고 나가셨다.

진통과 자궁문이 열리는 것은 다르다는 것. 지금은 "아파도 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통증에 자라고??;;"

 

아픈데다 피곤하고 긴장하니 잠이 도통 오질 않았다.

그렇게 밤을 꼴딱 새고,


*PM 06시.


당직쌤의 내진 결과, 아직도 자궁문은 열리지 않았다고.


"배는 많이 아파요 선생님"

-"얼마나 아파요?"

"생리통 심할 때 같아요"

-"네, 더 아프셔야 해요"


유유히 떠나셨다.


*PM 8시 15분. 유도분만제 투입.


촉진제 쓰면 자궁이 수축되면서 진통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첫 애기면 촉진제 넣더라도 출산까지 하루 넘어가지도 한다고;;

12월 5일이 튼튼이 생일이 될지, 6일이 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다만, 출산이 다가온 것만은 확실했다.


튼튼아, 너도 얼마나 힘드니~
엄마 아빠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우리 빨리 만나자~~
튼튼아 조금만 버텨줘. 엄마 아빠가 사랑해~



***유도분만제는 강력했다.

9시 무렵부터 강력한 진통이 시작됐다. 아프다는 말 정도로는 표현 안된다.

진통이 시작되면 몸에 힘을 빼라고 배웠는데, 아프니까 온 몸 에 힘이 저절로 들어간다.


평소 생리 터지면 응급실 갈 정도로 통증이 심한 편이어서,

진통 초반에는 생리통이려니 참으려했다.


그러나..생리 때는 약이라도 먹고 응급실 가서 주사라도 맞는데

이건 뭐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몇 시간이고 참고 있으려니 눈 앞이 캄캄했다.


번뜩 생각난 것이 바로 무.통.주.사! '기적의 무통주사'라 불리는 이것을 놔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이마저.. 무통주사는 자궁이 4cm는 열려야 맞을 수 있다고..

"기다리라"고만 하신다..


걷잡을 수 없는 통증에 호흡이 가빠졌고, 몸이 마구 뒤틀렸다.

호흡이 빨라지니 숨이 차오르며 어지러워지는 과호흡 증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애 낳기도 전에 지칠 것 같았다.

튼튼이 만나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크게 숨 내뱉으면서 요가하면서 익힌 호흡을 떠올렸다.


코로 들이마쉬고 입으로 내쉬고...아플수록 더 아래로 아래로 숨을 가라앉히고 내뱉으면서

튼튼이를 품에 안는 모습을 상상하며 버텼다.


신랑도 열심히 손발을 주무르며 내 몸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주려 안간힘을 썼다.

구령을 붙이며 같이 숨 들이마시고~ 내쉬고 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신랑.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통증을 잊어보기 위해 몰입력이 굉장한..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6를 보자고 했다.

(넷플릭스 가입하면 한 달은 무료다. 이날을 위해 참았지..

병원에 와서 입원동의서 쓰고 바로 넷플릭스 다운로드...)


그런데; 시즌 5를 보고 난 지 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시즌 6 도입이 도무지 전편과 연결되질 않았고;; 진통 때문인지, 대사가 영어여선진 몰라도

예전처럼 몰입이 잘 안됐다..ㅠㅠ


시간이 흐를수록 진통은 점점점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허리디스크 탓일까. 진짜 정말이지 디스크가 재발한 줄 알았다.

아니 재발했을 때 느낌은 이미 잊은 지 오래기때문에;;;; 그보다 훨씬 더 아픈 것 같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누가 양쪽 골반을 잡고 앞뒤 좌우로 잡아당기면서 몸이 두동강 나는 듯 했다.

착한 신랑 머리는 못 뜯겠고, 분만 침대 손잡이(?) 난간(?!)만 붙잡으며 가쁜 숨만 몰아쉬었다.


* PM 11시 30분. 자궁 4cm 열리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무통주사의 시간이 ...


옆으로 돌아누워, 등을 구부리고 두 다리를 몸 쪽으로 당겨 몸을 동그랗게 만 상태서 척추에 주사를 맞는다.

뭔가 마취를 시키는 거겠지? 아무튼.. 무통주사를 맞은 뒤부터.. 진통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진통은 계속 있었지만 내가 못느끼는 것이었겠지?

모쪼록 무통주사 개발한 사람은 노벨상 줘야하는 것 아닐까..내가 심사위원이라면 줄텐데..아쉽다..)


무통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물론 그 전보다는 덜 아팠지만, 무통을 맞는다고 해서 정말 무통은 아니었다.;;


의사선생님 말씀은, 아이가 큰 편은 아닌데, 내 골반이 좀 작은 편이라 이게 벌어지면서 아픈 거라고..

그런 건 무통주사로도 어쩔 수 없다고 하신다.; 한숨이.. 한숨이..ㅠㅠㅠㅠ


힘을 잘 줘서 아이를 빨리 낳는 것 말고는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물론 이렇게 된 이상, 튼튼이를 빨리 만나는 수밖에 없다.


*PM 1시 40분. 자궁문 7cm 열리다. 그런데.!!


임신 때부터 진료를 쭉 해주신 원장님께서 내진을 하시더니 표정이 영 심각하다.

애기가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있어야 엄마 골반을 타고 자연스럽게 내려올텐데

지금 아기가 하늘을 보고 있다는 것(고개를 들고 있다는 의미) 이른바 '선샤인 베이비'라는 것이다. 그리고 골반에 맞춰서 내려오려면 좀 더 왼쪽으로 틀어야하는데 아직 덜 틀어졌다고..


아기는 머리부터 나오니까 고개를 내리고 있어야 정수리부터 나오는데 고개를 들고 있으면 그렇게 나올 수가 없어서 만약 시간이 지나도 계속 고개를 들고 있거나 엄마 골반과 교합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이 수술(제왕절개)을 해야한다는 말씀이다.


수술이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자연 분만을 하고 싶었다.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첫째를 수술하면 둘째도 수술해야할 확률도 클 뿐더러, 수술자국을 남기고 싶지도 않았고, 자연분만이 회복도 빠르고, 아이와 더 빨리 만날 수 있고, 아이가 엄마 골반에 맞춰 자신의 몸 위치를 틀면서 나오기 때문에 더 건강하다는 등등..


사람 마음이 그런 것 같다. 아예 몰랐으면 몰라도, 근거 없는 얘기일지라도, 그런 얘기를 듣고 나니 신경이 계속 쓰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자연분만'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원장 선생님은 "지금은모든 게 아기에게 달렸다. 기다려보자"셨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 더 돌 수 있게 왼쪽으로 계속 돌아누워있으라고 하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왼쪽으로 누워있는 것, 그리고 기도말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튼튼이에게 말을 계속 걸었다. "튼튼아, 고개를 내려줘, 조금만 참고 나와서 엄마 얼굴 보자" 수없이 기도했다.


*PM 3시.


기도가 통했을까. 원장쌤이 내진을 하시더니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힘을 줘보라고 한다.


"TV에서나 보던 출산 장면 주인공이 내가 되는구나"

그러나 드라마에서처럼 '출산 힘주기'는 고상하지 않았다. 진짜는 이랬다.


자궁 수축이 시작되면(진통이 오면) 반듯이 누운 상태에서 두 무릎을 접은 뒤 양쪽 허벅지와 무릎 사이에 각각 손을 넣고 몸쪽으로 잡아당기면서 '변 보듯이' 힘을 줘야한다. 이때 머리를 들어 배를 쳐다보면서 힘을 주면 더 잘 된다.


선생님들은 자궁 수축 기록기 같은 것을 보면서 신호를 파악하고, 나는 통증이 느껴질 때 힘주면 된다.


"진통오세요? 그럼 지금부터 할게요. 숨들이마시고 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선생님들은 밀어내듯 내 배를 위에서 아래로 누른다. 그러기를 스무번 정도 했을까..

아직은 아기가 덜 내려왔다(멀었다)면서 다시 올 때까지 혼자서 힘을 좀 주고 있으라고 했다.


방법은, 왼쪽 옆으로 돌아누워 왼쪽 다리는 길게 펴고, 오른쪽 무릎은 직각으로 접는다.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일부터 열까지 세는 동안 숨을 참으며 배에 힘준다. 그냥 윗몸 일으키기 하듯 배에 힘만 주는 게 아니라 반드시 '변 보듯' 밀어내며 힘을 줘야 한다.


선생님들께서 자리를 비운 동안 정말 선생님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시키는대로 열심히 힘을 줬다. 신랑은 구령을 붙여줬고 함께 호흡했다. 그리고 계속 기도했다. "튼튼아 제대로 돌아누운 거지? 고개는 내린 거지?"


*PM 3시 40분. 구토하다.


선생님들이 다시 들어왔고, 본격적인 힘주기에 다시 들어갔다.

그러나 힘을 어찌나(잘못) 줬는지, 하늘이 핑핑 돌고 속이 메스꺼워졌다.


"다시 힘을 줘보자"는 선생님께 "잠시만요, 지금 너무 어지러워요"고 말하자 선생님은 곧바로 일으켜 앉히셨다. "힘주다 보면 토할 수도 있어요" 라고 말하는 순간 진짜로 구역질이 '우웩'하고 나왔다.


금방이라도 토가 올라오는 것 같아서 입을 막고 화장실을 가려했더니 선생님이 가로막으신다.

무통 주사를 맞으면 다리에 힘이 풀려서 못 걷는다고. 그러더니 급히 봉지를 찾으시는 쌤..;;


신랑이 기민함을 발휘하며 쓰레기를 담았던 봉지를 준다;;;;; 거기다가 드립다 토를 ㅠㅠㅠㅠ ..ㅎㅎ

먹은 게 없어서 위액 같은 노란 물이.. 그래도 꽤나 쏟아졌다. 입덧 때 하도 토를 해서 그런가 이제 토하는거야 뭐;;; 익숙하다.. 신랑은 안쓰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차라리 쏟아붓고 나니 정신이 한결 더 맑아지는 것 같았다.


토하면서 나온 눈물을 닦으며(아파서 운 건 아님. 구역질하면서 눈물 나온 것일뿐)

"이제 해볼게요" 자신있게 말하자


선생님께서는 토닥거리며 눕히시곤,  10분 정도 뒤에 올테니 쉬면서 안정을 좀 취하라고 하셨다.


*PM 4시. 준비 완료.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들어오고 본격적인 힘주기에 들어갔다.

자궁문은 모두 열렸고, 아이 위치도 상태도 모두 완벽하다고.

이제 내가 힘만 잘 주면 된다.


4시 10분이 되자 원장선생님도 오셨다. 메디컬 드라마에서 보던 초록색 수술복을 입고 계셨다.


"하나 둘 셋, 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몇번을 했을까.


간호사 선생님들까지 모두 5명이 병실에 있었고, 두분은 다리를 밀고, 한 분은 내 배를 밀고

나는 힘주고.. ㅎㅎ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애 낳는 순간은 여느 드라마처럼 고상하지도 우아하지도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배에다 힘을 줘야하는데 선생님이 배를 누르니 자꾸만 얼굴에 더 힘이 쏠린다.

미간에 압이 쏠리고 두 눈이 튀어나오고 코는 터질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원장쌤.


"다음엔 낳는거다"


OK. I'm Ready.


이번에도 느꼈지만, 뭐든지 말하는대로 된다.

원장쌤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오케이, 이번엔 한다" 비장한(?) 각오가 생겼고

진짜로, 실제로, 이번에 낳았다..!!


"들이마시고 하나 둘 셋, 힘. 조금만 더"

  

벌린 두 다리를 손으로 잡아 당기고 머리를 들면서 있는 힘 없는 힘 다 쥐어짜내는데,

뭔가 아랫배가 꿀렁 꿀렁하면서 확 쏟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들리는 애기 울음소리..

(정말 아기는 "응애~ 응애~"..하고 운다.)


그렇게 튼튼이를 만났다.

12월 5일 오후 4시 27분. 2930g으로 세상에 나온 튼튼이.


정말 핏덩이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싶을 만큼, 머리카락은 피떡져있고 얼굴과 온 몸이 피로 얼룩져있다. 내 배 위에서 응애~ 응애~ 하고 우렁차게 우는데..그냥 눈물이 쏟아졌다.


감격스럽고, 반갑고, 고맙고, 정말 얼마나 기다린 아기였는가.. 각종 시술들도 고민했지만, 그런 것도 없이 5년만에 자연임신, 그리고 자연분만까지..우리 고마운 아가..기특한 아가..


선생님 말씀으론, 아기가 그리 크지 않은데, 원체 내 골반이 좁은 편이어서 나도 아가도 힘들었던 거라고 한다. 그래도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그리고 워낙 생리통이 심했었고...(비슷한 통증에 익숙한..) 무통주사의 신세계와,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과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는 남편 덕분에 순산할 수 있었다.


튼튼이를 낳고 조리원에 들어와있는 지금, 튼튼이에게 수유하다가, 또 안아주다가 한번씩 울컥울컥 울음이 터진다. 기쁨의 눈물, 감격의 눈물이다.


지금 튼튼이의 세상은 엄마 아빠가 다 일텐데, 튼튼이가 웃으며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어른이 돼야갰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언제나 튼튼이를 지켜줄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엄마 아빠가 돼야겠다는굳은 결심도 든다. 이젠 정말 사랑과 책임감이다. 이제부터 육아지옥이라는 말들도 하지만, 하늘이 주신 축복스러운 과제를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해내려 한다.




*엄마, 김연지 Youtube

https://www.youtube.com/channel/UCBPtbv6b0pi-NmWVMfyGbzQ?view_as=subscriber

*기자, 김연지 Youtube

https://www.youtube.com/channel/UCXQIAmNf2xq809gKk2mOpdg?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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