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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때 내 기사 봐줬으면

밤샜는데, 봐주는 이 없네

by 기자김연지

#우리가 이렇게 좋은 기사 쓰는데, 왜 안보세요?


2011년 CBS 공채에 합격했다. CBS는 라디오 방송국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온라인 <노컷뉴스>를 창간했다. 라디오와 온라인 뉴스를 모두 하고 있다. 수습 교육에 들어가자마자, 방송 기사 쓰는 법과, 온라인 기사 쓰는 법을 배웠다. 라디오 뉴스를 녹음하고 편집·제작하는 법을 배웠다.


다른 언론사와 다른 것, “CBS는 빡세다”고 정평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CBS는 똑같이 하나를 취재해도 기사는 두 가지 형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힘이 많이 드는 또 한 가지. 아침, 저녁 뉴스가 있는데(원래 낮 뉴스도 있었지만, 이는 올해 초에 없앴다) 아침이 메인이다. 오전 7시에 큐 사인을 울린다.


아침 뉴스 아이템은 오후 4시 데스크 회의에서 결정된다.

기획 기사 같은 경우는 그날 오전부터 다음날 아침자를 준비하지만, 갑자기 무슨 일이 터졌거나, 실시간으로 변하는 속보가 필요한 경우, 오후 4시부터 새로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한다. 온라인 기사로, 또 방송 기사로. 그리고 리포트를 녹음, 편집해야 한다.


오후 4시, 조간 기자들이 마감에 들어갈 시간, 우리는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아침자를 만들라는 새로운 지시가 떨어졌을 때 아무리 빨리 끝나도 보통은 7~8시다. 취재가 잘 안되고, 예를 들어 전문가 멘트따야 하는데 전화를 안받거나, 사례자를 구해야하는데 섭외가 힘들고 제보한 취재원과 연락이 안될 때도 많다. 이런 변수가 생기면 그날 잠은 다 잤다.


회사에 대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불평하는 게 아니다. 취재하고 기사쓰려고 기자가 된 거니까. 내 의지만으로 취재가 되는 것은 또 아니니까.


불만은 따로 있다.


이렇게 밥먹는 시간 아끼고, 저녁있는 삶과 잠까지 포기하고 기사를 썼다. 방송 리포트도 했다.

하지만.. 봐주는 이가 없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나’


바쁜 아침, 1분이라도 더 눈 붙이고 싶어 아침밥도 생략하는 요즘, 오전 7시에 맞춰 “CBS 뉴스 들어야지” 라디오를 켜거나 CBS 레인보우 앱을 '터치'하며 우리 뉴스를 들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말을 소속 기자가 말하기도 쉽지 않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TV 뉴스, 신문도 잘 안 보는데 우리가 아무리 특종을 한들, 오전 7시가 메인 뉴스인 CBS 뉴스를 찾아 들을 리 만무하다. 라디오를 듣지 않아도 스마트폰에서 네이버 앱을 켜기만 하면 주요 뉴스가 한 눈에 보이는데, 뭣하러 그 수고를 하겠는가.


문제는 또 있다. “~했습니다, 이랬습니다 저랬습니다”를 반복하는 1분 30초짜리 라디오 뉴스는, 내가 쓴 기사가 아니고서야 잘 들리지 않는다. TV 뉴스는 시선을 사로잡는 영상이라도 있지만 라디오는 조금 생소한 단어, 전문 용어 하나만 들어가도 어렵게 들린다.


한 주제에 대해 앵커와 패널이 얘기를 주고 받거나 의미나 배경이 뭔지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시사 교양 라디오는 잘 들리지 않는다.


"했습니다"로 끝나는 백화점식 라디오 뉴스는 청취자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라디오를 대체할 플랫폼들이, 더구나 요즘엔 팟빵, 오디오북 등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래도 라디오 청취율이 나오는 건 하루종일 라디오를 켜고 계신 택시기사님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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