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영상 플랫폼, 영상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필요
초조했다. 나보다 채널을 늦게 만든 유튜버들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성장해갔다. 딱히 편집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남녀불문 감탄할 만한 미모도 아니었다. 하지만 댓글과 좋아요 수가 조회수만큼이나 많았다. 그러고보니 내 영상엔 조회수에 비해 댓글도 많지 않았다. 주제도, 소재도 비슷한데, 말하는 내용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은데..뭐가 문제일까.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여기가 끝인가’ 다시 재미없어졌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순 없지. 입술을 삐죽거리며 유튜브 '인기' 목록에 올라온 동영상들을 차분히 보기 시작했다. 유튜버 현실 조언 영상도 찾아봤다. 유튜브 조회수 늘리는 법, 구독자 늘리는 법에 대한 영상 등등.. (정말 많은 유튜버가 있고, 잘되는 유튜버도 참 많더라;;;) 지극히 수치를 올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물론 '유튜브 가치관'을 재정립해주는 그런 조언도 많았다.
구독자 30만 이상 유튜버의 애정어린 꿀팁들을 종합하고 내 의견을 조금 보태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 구독자가 늘지 않는 이유? 당연히 재미가 없어서다. 유튜브에 영상이 분당 몇백개씩 올라오는데 사람들이 재미없는 영상을 붙들고 있어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유튜버가 개그맨도 아니고 모두가 재밌을 수는 없다. 재미있는 아이템만 골라서 할 수도 없다. 먹방 유튜버가 있다면 화장 알려주는, 다이어트 도와주는 뷰티 유튜버도 필요하고. 정치나 경제 문제 분석해주는 유튜버, 내 집 마련 도와주는 부동산 유튜버, 영어나 중국어 알려주는 유튜버도 필요하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는 유튜버도 필요하다-”-기자 김연지-)
잘되는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솔직히 편집 기술이 화려하다거나 그렇다고 유튜버의 비쥬얼이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뛰어난 건 아니다. "쟤는 뭣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저렇게 잘되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런 유튜버들이 쉽게 돈버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원래 내공이 쌓여있던 분들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만난 것일 뿐이다. 혹은 특정 분야 지식은 좀 부족하더라도 영상 하나는 기가 막히게 담아낼 줄 아는 사람이거나, 이도 저도 없지만 어떻게 전달해야 효과적일지 아는 사람이라거나, 모두 자기만의 강점을 그저 유튜브라는 곳에서 잘 살려낸 유튜버라는 것이다.
아이템, 내용만 좋으면 편집은 부차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영상은 내용과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만약 내용만 괜찮은 영상이면, 영상보다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올리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요즘엔 유튜브붐이 일면서 아이, 어른, 학생, 직장인, 연예인 할 것 없이 영상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유익함에 재미, 영상미까지 더해진 채널이 많은데, 이것만해도 볼 시간이 부족한데, 내용만 유익한 영상을 사람들이 붙들고 있을 이유가 조금도 없다.
여기서 영상의 형식은 카메라 구도, 각도, 어디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지, 유튜버의 말투, 눈빛, 표정, 앉아서 혹은 서서 하는지 등의 자세, 책상의 위치, 조명의 크기, 위치, 등등 우리가 흔히 영상에서 보이는 모든 사람 사물들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무시한채 나같은, 전혀 유명하지 않은 일반적인, 평범한 유튜버가 내용만 주절주절 열거한다면, 이를 보는 사람들은 어떤 매력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물론 내용만으로도 잘되는 사람도 있고, 이는 별 거 아닌것처럼 보여도, 겉보기엔 알기 힘든 내공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더이상 초조해하거나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유튜브라는 거대한 시장안에서 다른 유튜버를 질투할 것도 견제할 필요도 없다. 그래. 난 이전엔 그냥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사람이었을뿐. 유튜브는 콘텐츠를 영상으로 유통시키는 하나의 플랫폼일뿐, 내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하는 게 필요했다. 그냥 찍기만 해서 올린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니다. 잘되는 유튜버들이 무엇을 다루고, 어떤 얘기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편집이랑 장비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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