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은 오래가지 못한다. 뚜렷한 정체성 없인.
구독자가 늘고 있다. 조회수도 구독자 수에 비해 꽤나 괜찮은 성적이다. 흥분한 상태에서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가게 됐다. CES는 세계 3대 IT 박람회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한 해를 끌고갈 IT 트렌드를 볼 수 있다. 아직 IT와 절친이 되지 못했던 기자에게는 보는 것마다 신기하고 재밌고 큰 공부가 됐다. 유튜브를 하면서 영상의 힘을 직접 체감하고 있으니, 와우, 여기는 그야말로 '황금어장'!! 닥치는대로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사 송고한 뒤 숙소에서 영상을 열심히 편집했다. 그리고 기사에 현장 영상을 붙였다. 약 사흘간의 출장 동안 잠은 하루 1시간 정도만 잔 것 같다. CES에서 찍은 146인치 삼성 모듈러TV 'THE WALL' 영상은 작년에만 약 4만회, 올해까지도 조회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5만 4200회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그해 2월엔 평창올림픽이 열렸다. 평창올림픽도 5G 시범 올림픽, IT 올림픽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국내 IT기업들이 세계 축제의 장에서 기술을 뽐내기에 여념없었다. 올림픽 기간동안 평창만 두번 다녀왔고, 여러가지 체험하고 신기술을 설명하는 영상을 찍었다.
그러다 3월 갤럭시S9이 나왔고, 또다시 언박싱 영상을 찍었다. 조회수도 괜찮았다. 아이폰X과 비교영상을 찍으면서 구독자 역시 꾸준히 늘었다.
초심자의 행운은 여기까지였다. 4월부터는 소위 '스마트폰 비수기'다. 8월말, 갤럭시노트가 나오고 9월 아이폰이 나올때까지. 찍을 거리가, 유튜브용 아이템이 고갈됐다. 유튜브만 하는 전업 유튜버가 아닌지라, 일하면서 채널을 운영하느라 숨도 차기 시작했다.
구독자도 예전처럼 늘지 않았다. 조회수도 마찬가지. 물론 기대가 컸던 측면도 있다. 예전에는 조회수 1000회만 넘으면 잘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1000이라는 조회수에는 몹시 심한 갈증을 느꼈다. 또 하나의 의문은, CES에서 찍은 삼성TV의 영상 조회수가 몇 만이 나왔는데, 아이폰X 영상도 3만이 넘었는데 ..왜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구독' 버튼을 누루지 않은 걸까? 이 조회수가 구독자로 이어졌다면 4~5만은 나와야하는 건데.. 괜히 섭섭하고, 서운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편집 실력이 딸려서일까? 썸네일이 별론가? 구독자 이벤트 안해서 그런가? 재미가 없나.. 내가 살이쪘나, 화장을 제대로 안해서 그런가.. 부정적인 생각은 별에 별 쓸데없는 걱정을 낳았다.
그러다, 예전에 무심코 지나쳤던 댓글이 뇌리에 꽂혔다. "이 채널의 정체성은 뭔가요?, 뭐하는 채널이에요?"라는 질문들이었다.
정체성? 아니 유트브에서 무슨 정체성이야..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야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올렸던 지난 영상들을 쭉 스크롤해봤다. 스마트폰 언박싱, CES나 평창올림픽 등 신기술 현장 등 IT 영상도 있지만, 운동하고, 먹방하고, 재난 가방도 싸고, 조카 장난감 언박싱하고, 편의점도 털어보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사공은 없었으나 의욕이 많았으니, 배는 그저 바람부는대로 표류하고 있었다.
누가 나한테 "당신 채널을 10초동안 홍보해봐"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채널을 개설하기 전,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을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