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유튜브 한 번 해볼까

현란한 유튜브 폭풍 속 언론사는 고요했다

#유튜브 한 번 해볼까?"

가끔 앱 분석 업체의 보도자료가 들어오는데, 유튜브가 대세란다. 요즘엔 검색도 유튜브로 하고 뉴스도 유튜브로 보고, 음악도 유튜브로 듣는단다. IT에 처음 출입했을 때만 해도 유튜브는 '라이징 썬'이었다. 단순 앱 사용시간마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꺾더니, 이제는 세대를 불문하고 유튜브를 본단다. 기계 사용에 서툰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유튜브를 더 많이 본다니..

경험해보고 싶었다. 도대체 유튜브의 매력은 무엇인지, 왜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는지, 그럼 기사도 유튜브에서 통할 수 있을지, 어차피 쓰는 기사,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고 싶었다. 사람들의 시선에 내 기사가 머무를 수 있길 바랬다.

보도국에도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여러번 얘기했는데, 그땐 그렇게 와닿지 않아하셨던 것 같다. 무엇보다 덩치가 큰 회사에선 아무래도 부서간, 또 부국간 이해 관계도 있고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유튜브가 대세라는 건 알지만, 기존 문법과는 확연히 다른 '유튜브'라는 플랫폼 자체를 생소하게 여겼던 것 같다. 하면 좋지만, '지금 기사쓰기도 바쁜데 영상찍을 여력이 어딨냐'는 반응이었다.

회사 험담을 하는 게 아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부디..)

다른 언론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문은 신문대로, TV 뉴스는 TV 뉴스대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신문은 TV가 나오면서 ‘신문은 없어질 것’이라는 늘 미래와 싸워야 했고, 방송 뉴스는 유튜브가 나타나면서 그간 독점해왔던 권력의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CBS도 만약 2000년대 인터넷이라는 게 나왔는데, 해오던 라디오만 고집했다면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었을까'.

언론사가, 기자가, PD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 세상은 여전히 바뀌고 있었고, 언론사는 위기에 직면했고 활로를 활발히 모색 중이다.

뉴스도 유튜브로 보는 세상. 기자들이 열심히 발로 뛰어서 만든 뉴스가, 치열한 데스크 회의 끝에 나온 뉴스들이 외면받고 있다. 그저 보도된 뉴스를 짜깁기해 읽어주는 유튜버보다 못한 신세가 됐다.

스마트폰 보급화도 뉴스 소비 방식에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은 더이상 TV 앞에 앉아 원하는 뉴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어쩌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기사를 보기 위해 이까운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대신 유튜브에서 궁금한 뉴스를 검색한다. 언론사가, 기자들이 선정한 '이건 정말 중요해'라는 뉴스를, 시청자들이 '아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 끄덕이던 시대는 진작 끝났다

뉴스 콘텐츠 자체의 변화도 고민해볼 시점이다. 사람들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진 순간, 텍스트보단 영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굳이 텍스트를 읽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기자들보다 훨씬 재밌고 소구력 있게 뉴스를 전하는 유튜버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기성 언론에 지쳤거나 마치 복붙한 것처럼 똑같은 딱딱한 텍스트 뉴스가 아닌 좀 더 쉽고 재밌는 방식의 'new's를 원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뉴스 소비 형태가 달라졌으면 기존 방식을 고집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당장 시작할 수 없다면, 나라도 해봐야겠다. 더 늦기 전에. 어차피 기자는 결국 자신의 바이라인으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것.

"유튜브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건 이런 '갈급함'에서였다. 2017년 10월,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던 것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