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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Sep 27. 2019

애플, 아이폰 몸값 낮춘 진짜 이유

크리에이터, 구독 시대 발맞췄다

'나도 유튜브 해볼까?' 생각만 하고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권하고 싶다.

게임 좋아한다면? 하지만 말고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이제 이 영상과 게임 같은 콘텐츠 시장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고

애플까지도 이곳을 주목했다.

혁신보다는, 돈 되는 것에 더 주력하겠단 모습이다.



https://youtu.be/Mz4 sPc2 WRDw



콧대 높던 애플이 뜬금, 이제와, 빗장도 풀고 가격도 내렸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콘텐츠에 투자하다 보니 아이폰까지는 크게 신경을 못 쓴 것 같다.

(안 쓴 것 같기도 하고..;;)

스마트폰 포화 상태에서 기기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본 건지..

어쨌든. 아이폰을 잘 만드는 것보단 정확히는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가 돈이 될 것이라고 본 건데,

특히 이번 iOS13 업데이트를 보면서 확실히 느꼈다

콘텐츠 시대를 노린 애플의 노림수가 통할까, 아니면 애플 시대도 이제 서서히 저무는 걸까.



아이폰 11이 출시됐다.

와우, 설마설마 인덕션이 그대로 나올까 했는데, 하.. 충격보다도 실망이 컸다.


12년 전, 스마트폰 혁명으로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애플인데.

차가운 기기에 감성을 담아낸 기업인데.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까.


어찌 됐든, 그나마 다행(?)인 게,

매년 가격만 혁신한다는 오명만큼은 벗었다.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 11 pro와 proMax 가격은 전작인 Xs/XsMax와 동일한 999달러, 1099달러로 책정됐다. 아이폰 11 가격은 Xr보다 오히려 50달러 내려갔다. 스마트폰 가격을 상향시켜온 애플의 행보를 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아이폰 가격이 비싸 교체를 미루던 이용자들을 낮아진 가격으로 유인하고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이폰 11보다 더 놀랐던 건

함께 공개된 아이패드 7세대.


애플 기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저렴하게 나왔다.

329달러부터 시작된다.


처음엔 가격에 놀랐고

다음엔 스펙에 놀랐다.


아이패드 7세대는 재활용 사과 패드였다.

가장 저렴한 모델 용량이 32GB에 불과하고(지금 이 시대에 32GB라니...) 전작과 동일한 A10퓨전 칩, 애플 펜슬도 1세대만 지원된다.


이유가 뭘까.

맞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대로다.

많이 팔기 위해서


(**스티브 잡스가 있을 당시만 해도, 팔기 위한 폰을 만들진 않았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폰, 가지고 싶어 하는 폰을 만들어서,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도록 했다.)

얼마나 팔 수 있을까는 당초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잘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건 걱정할 게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다음 질문,

팔아서 뭐하게?

사실 애플은 이다음 목표를 위해 가격을 낮췄다고 볼 수 있다.  


입는 것도, 먹는 것도 '구독'하는 구독 경제 시대에 발맞춰 애플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서.

애플 기기로 콘텐츠를 만들 크리에이터를 끌어모으는 동시에,

애플 콘텐츠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팀 쿡은 지난 9월 11일 키노트에서

"애플 디바이스가 콘텐츠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폰인 동시에,

콘텐츠 제작에도 탁월하다"고 자부했다.


아이폰 11 시리즈에서 가장 달라진 것 바로 후면 디자인.


'인덕션'이라는 조롱도 받고 있지만

애플은 "아이폰 11 카메라는 기존의 그렇고 그런 트리플 카메라와는 다르다"라고 자신한다.

(당황스러운) 인덕션 구조를 택한 것도 세 렌즈의 유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는데..


우선 후면 트리플 카메라는 모두 1200만 화소로, 광각, 초광각, 망원 카메라로 구성됐다.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카메라는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다.

초점 거리 13㎜, f/2.4 조리개, 5 element 렌즈, 시야각 120°, 4배 더 넓은 장면 포착, 12MP 센서가 탑재됐다.


왼쪽 상단의 '와이드 카메라'는 초점 거리 26㎜, f/1.8 조리개, 6 element 렌즈, 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 기능, 100% 포커스 픽셀, 별도의 새로운 12MP 센서를 갖췄다.


왼쪽 하단 '망원 카메라'는 초점 거리 52㎜, f/2.0 조리개, 2배 광학 줌, 그리고 6 element 렌즈, 광학 흔들림 보정 기능이 들어갔다.


센서가 다른 카메라는 각각 다른 색감을 낼 수밖에 없다. 애플은 이를 극복했다. 3구의 렌즈로 각각 이미지를 촬영하면, 화이트 밸런스, 노출값 같은 정보를 정밀 보정한 뒤 같은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하나의 이미지로 처리한다.


애플의 설명대로, 아이폰만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법들이 많아지긴 했다.


동영상 촬영은 4K 해상도에 60 fps를 지원한다. 전면 카메라로도 4K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또 전면 카메라에 초당 120 프레임의 슬로모션 촬영 기능도 추가했다. 애플은 이걸 들어 'Slofies(슬로피)'라고 이름 붙였다. 아이폰 X에서 애니모지를 처음 선보였을 때처럼 또 한 번 열풍이 불 것 같은 예감이다. 특히 유튜버 같은 동영상 제작자들에게는 폰카메라로 할 수 있는 신선한 기법이 될 것이다.


누구나 동영상 제작에 더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사진 촬영하다 셔터 버튼 길게 쭉 누르면 동영상 모드로 바로 바뀌는 기능 말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동영상보다는 사진을 주로 찍는다. '동영상을 굳이 찍을 거 있어?'라거나 '동영상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제법 많다.


하지만 이번에 애플이 선보인 손쉬운 동영상 전환은

영상 촬영에 관심이 없거나 어렵게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일종의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줄 수 있는?

꼭 유튜버가 아니더라도 동영상을 이렇게 쉽게 찍을 수 있고, 사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늘 아쉬웠던 아이폰 카메라의 저조도 촬영도 상당히 개선됐다.



동영상 제작도 수월해졌지만 편집까지도 한결 쉬워졌다.


이번 iOS13 업데이트로 동영상 편집도 사진 편집처럼 할 수 있게 됐다. 가로 세로 회전, 좌우반전, 필터나 노출 색 선명도, 그림자, 하이라이트 등 별도의 편집 프로그램 없이도, 손바닥 안에서, 손가락 만으로 쉽게 편집할 수 있었다.


이 역시 동영상 제작은 기술을 배우거나 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치부됐던 걸,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서, 너도 사진만 찍지 말고, 영상도 찍고 편집해서 작품을 만들어봐~라고 얘기해주는 듯하다. 스마트폰에 카메라가 탑재됐을 때, 그리고 카메라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당신도 전문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어필했는데 이제는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누구나 콘텐츠 제작을 쉽게 할 수 있는 툴이 마련됐다면, 누구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 역시 제공해야 한다.


애플 아케이드와 애플 tv+ 서비스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팀 쿡은 기조연설에서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애플 콘텐츠는 애플 기기에서 최적화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도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애플 아케이드, 애플의 클라우드 게임 구독 서비스다.

매달 4.99달러, 우리 돈으론 약 6500원을 내면 애플 독점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첫 달은 무료, 계정 하나로 6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이란, 게이머가 인터넷을 통해 고성능 서버에 올려진 게임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즉, 게이머가 가진 PC나 스마트폰 콘솔이 아니라 외부 서버에서 게임이 작동돼 소유한 기기 사양과 상관없이 고사양의 최신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애플은 아이폰이든 아이패드든, 맥이든, 아이팟이든, 애플 기기만 있으면 비싼 고사양의 PC를 살 필요가 없다는 걸 강조하고 나섰다. 애플 아케이드는 지난 9월 19일부터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리고 애플 tv+. 애플이 독점 제작한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애플판 넷플릭스라 생각하면 쉽다.

대표적인 콘텐츠로는 제니퍼 애니스턴 주연의 <더 모닝쇼>. 제작비만 6억 달러, 한화로 7150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왕좌의 게임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자됐다고..) 이외에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어메이징 스토리>도 독점 제공할 예정이다.


애플은 올해에만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에 15억 달러, 1조 78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애플 tv+는 11월 1일 전 세계 100개국에서 베일을 벗는다.(우리나라 제외)


이것 역시 놀라운 건 가격이다. 월 4.99달러. 가족 이용권으로 6명까지 시청할 수 있다. 11월 시작할 디즈니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가 월 6.99달러, 넷플릭스의 기본 상품이 월 8.99달러임을 고려하면 가격을 경쟁력 요소로 삼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 콘텐츠는 애플 tv+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데, 애플 기기를 구매하면 1년간 애플 tv+가 무료다.


올해 애플의 전략은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가격을 높이지 않은 아이폰 프로 모델과 이례적으로 가격을 낮춘 아이폰 11 그리고 아이패드 7세대 등으로 구매를 유도한다.


이렇게 미끼를 던져 턱 걸려들면, 애플 아케이드나 tv+구독 서비스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콘텐츠까지 제공하면서 고객을 잡아두려는 전략이다.


애플 디바이스 몸값을 낮춰서 한 대씩 다 보급하고, 콘텐츠도 만들고 서비스까지 구독하게 하면서 애플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것. 애플 페이에 이어 지난 8월 미국에서 애플 카드가 출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플 카드는 특히 수수료가 없고 1~3%의 캐시백 제공으로 기존 고객 유지는 물론 신규 가입자까지 끌어들이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애플 카드도 안되지만;;)


애플 케어 서비스도 확대하고 '애플 ID로 로그인'처럼 빗장을 풀기도 했다. 아무런 혁신 없이 기존 방식만으론 애플 메리트가 없다는 걸 이제야 안 걸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애플과 달리

삼성은 올해 초부터 5G 폰을 선보였.

9월 초에는 미흡한 점을 보완한 폴더블 폰도 내놨다.


애플은 폴더블은커녕 5G조차도 만들고 있지 않다.

콘텐츠에 투자한 1조 7800억 원을 아이폰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기대와 실망이 섞인 상상을 해본다.


애플은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돈 되는 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셈이다.


유튜버를 비롯한 1인 미디어 영상 창작에 최적화된 폰. 애플 tv+와 아케이드로 고객을 묶어두면서 

'애플 구독' 시대로 진입하는 동시에

 AR 생태계를 구축하는 서비스 업체로 뻗어자가려한다.


인정.

기업이니까.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애플의 혁신과 고유 감성을 기대하는 충성고객들은 등을 돌린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합리적인 가격에 신제품 출시한 것도 하나의 전략이겠지만, 아이폰만 놓고 봤을 땐 디자인은 3년째 똑같고( 아니 더 이상해졌고) 기능도 카메라 외엔 차별점도 잘 모르겠다.

아이폰 11자 체도 프리미엄도 가성비도 아닌 모호한 위치다.


이해는 간다.

애플은 1년에 한 번씩 폰 내놓는데, 잘못했다간 1년 치 농사 말아먹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애플 매출 가운데 아이폰 매출은 점점 줄고 서비스 매출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은 점점 상향 평준화됐고 교체 주기 역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손에 들고 등장했을 때만큼의 혁신이 아니고선 기기만으론 승산이 없다고 느꼈을 터.


이전에 없던 폴더블 폰의 경우, 경쟁사가 하는 걸 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런 점은 도입하고 저런 실수는 하면 안 되겠구나" 추이를 잘 살핀 뒤 애플 감성이 담긴 폴더블 아이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부디;;)


폴더블 폰과 5G로 재도약에 나서는 삼성과 카메라 성능에 주력하고 1조 7800억 원을 콘텐츠에 올인한 애플.


누가 더 시대의 흐름을 정말 잘 읽은 걸까? 삼성과 애플 승자는 누가 될까. 스티브 잡스가 있었으면 적어도 애플 충성고객들만큼은 열광할 다른 아이폰을 만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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