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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Oct 05. 2019

이제 나도 강남 아파트 살 수 있을까

부동산 정책에 난리 난 강남 집값_분양가 상한제 약발 있으려면

서울 집값은 미쳤다. 특히 강남은.

20평대 아파트가 15억, 30평대 아파트가 23,4억씩 한다.

오를 만큼 올랐다고 했는데, 더 오를 수 없을 것 같은데 계속 오른다.

매 정권마다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지만 서울 집값은 도대체 왜 안 잡히는 걸까.

안 잡는 걸까. 못 잡는 걸까.

https://www.youtube.com/watch?v=b7NIHtMPFzc


(저는 부동산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서울에 15년 살면서 청약도 붓고, 전세도 살아보고 분양 신청도 해보고 매매도 해보고, 또 부동산 대책 나올 때마다 공인중개사분들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특히 직장 9년 차, 결혼 7년 차로 저는 물론이고, 제 주변인들이 모두 내 집 마련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들은 진짜 현실적인 얘기를 종합해서 전해드리려 합니다. 전문가 얘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그대로 나가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제 설명이 부족해 한 수 가르쳐줘야 하시겠다 하신 분들은 끝까지 봐주시고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겸손한 자세로 배우겠습니다. 물론 예쁜 말로요~~^^)




지난해 9.13 대책에 이어, 올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내놨다. 두 대책의 취지는 '집값 안정화'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서울 집값은 왜 계속 올라요?"라는 질문에

공인중개사, 부동산 전문가 100이면 100. 모두 이렇게 얘기한다.


"서울 살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집이 모자라잖아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그럼 이미 오른 집값을 내릴 수 있긴 할까? (다 떠나서 집값이 내려가면 집주인들 반발이 불 보듯 뻔한데??)


일단, 이론적인 미친 집값 해결책은 간단하다.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이면 된다.


집을 새로 더 많이 지으면서도,

거주용 외에 더 가지고 있는(2채 이상) 공급자는 가진 걸 팔게 하고

수요자는 집을 사고 싶어 하지 않게 만들면 된다.


먼저 작년 913 대책의 핵심만 말하자면, 종부세(종합 부동산세) 강화다.

세금을 올려, 공급을 쥐고 있는 다주택자의 집을 팔게 하는 것.

무주택자들은 살 집 한 채가 없는데 돈 많은 사람들이 집을 투기용으로 여러 채 갖고 있으니, 얼른 팔아서 가격 상승 요인 막고 이 사람들 살게 해 주겠다는 목표다.


다음, 요즘 가장 핫한 분양가 상한제.

말 그래도 건설사가 새로 지은 아파트 가격을 "얼마 이상으로는 팔지 마!" 정부가 상한선을 정해준다.


예를 들어, 강남에 10년 된 A파트 옆에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허물고 새 아파트가 지어진단다. A 아파트는 33평짜리가 20억 인 고가 아파트. 그런데 그 옆에 들어설 새 아파트는 분양가가 10억이라고!!


와~ 강남 로망을 가진 나는 얘기만 들어도 너무너무 행복하다.

"저 아파트를 분양받기만 하면, A 아파트보다 더 깨끗하고 쾌적한 아파트를 반 값에 살 수 있는 거네?"


이게 바로 분양가 상한제의 취지다.

"서울 집값이 너무 높아. 일반 서민들은 집을 살 수 없어.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어"


이 계획이, 계획대로 흘러만 간다면, 기존 아파트를 비싼 값에 사는 것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낫다. 그럼 기존 아파트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폭등하는 아파트 값을 진정시키고 그럼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서민들이 바라는 "내 집 마련의 꿈 모두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얘기한 그대로다.

A 아파트 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훨씬 좋은 신축 아파트가 반값에 나왔다→ A 아파트는 버킷 리스트에서 빠진다→ 수요 하락으로 A 아파트 가격도 떨어진다→ A 아파트(거주 말고 투자로 가지고 있는) 주인은 집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내놓는다→ 주변 다른 고가 아파트들도 동반 하락으로 물량 증가→ 서울 집값 전반적으로 하락


분양가 상한제의 목적은 또 있다.


시공사의 공사비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서다.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건설사들의 비리가 적발된 적이 많다. 재건축 공사비로 7억 원가량이면 충분할 것을 10억이라 부풀려서, 분양 원가에 넣어 파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부는 이제 분양가를 강제적으로 낮추게 하면서 공사비 부풀려 뒷돈 챙기던 것을 "너네 이제 돈잔치 그만해, 적당히 해 먹어라" 제재를 걸겠다는 설명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이렇게 좋은 정책이 또 어디 있을까.

문제는 현장과의 온도차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 좋게 말하면 투자, 나쁘게 말하면 투기인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클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는 다음과 같다.

'산을 허물고 논밭을 밀어서 아파트를 만드는 경우'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는 다르다. 서울엔 더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다. 대신 3~40년 된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죠. 이들 아파트들은 낡기도 했지만, 대부분 층이 낮다. 이대로 뒀다가는 주민들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문제도 있지만, 낮은 아파트를 허물고 높게 지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다. 이게 바로 재개발, 재건축이다.


특정 아파트 단지가 재개발 구역에 들어가면, 기존에 살던 사람들은 조합원이 된다. 조합원은 시공사를 선정한다. 택지를 밀고 살던 아파트를 다 부순 뒤 새로 예쁘게 지어줄 곳을. 공사비는 조합원들이 낸다. 집수리할 때도 우리가 공사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집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다른 것은 "우리가 살던 땅 밀고 새 아파트 지으면서, 남는 층에 집 없는 사람들도 들어와 살 수 있게 해 줄게~ 대신 공사비도 같이 내요" 하는 것이다.


재건축에는 공사비만 드는 게 아니다. 새 집 지으려면 기존 주민들은 공사기간 동안 살 집도 구해야 하고, 이사비도 필요하다. 조합원 이주비도 아파트 공사비와 함께 분양 원가에 포함된다.

 

그런데, 정부가 분양가를 낮추란다. 조합원들은 좋을 리가 없다. 내가 살던 땅을 밀고 집을 허물고, 이사 오고 가는 수고까지 하고 무주택자들을 위해 새 집 지어주겠다는데 "왜 우리가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희생하고 손해까지 봐야 해?" 분양가 상한제가 반가울 리 없다.


그러니 집이 오래돼 다 쓰러져 가는데도, 가끔 녹물도 나오고 단수까지 되는데도, 재건축 안 들어가고 버티기에 들어간다. 공급될 예정이던 물량이 줄어들고, 이러다 보니 2~3년 된 신축 아파트에 수요가 쏠린다. 주춤했던 강남 아파트 가격이 또다시 오르고, 최근엔 평당 1억을 찍었다. 문제는 매매값뿐만 아니라 전셋값마저 오를 거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결국 공급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대기수요에 따른 전셋값이 상승하고
저금리로 인한 월세 전환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 나오는 또 다른 우려는, 분양가와 시세는 다르다는 것이다. 10억에 분양받았겠지만, 옆 아파트 가격이 20억이면 입주민들 역시 20억으로 올리고 싶어 하지, 20억짜리 집이 옆집 분양가 10억에 맞춰서 떨어질리는 없다고 예측한다.


분양가 상항제는 최초 아파트 가격을 싸게 준다는 것일 뿐, '집값 안정화'는 아니라는 것. 결국 싸게 산 사람은 주변 시세만큼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로또 분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 누구나, 분상제가 적용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시세 차익을 노리는 새로운 투기장이 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새로운 투기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내놓은 보완책이 바로 '10년간 전매 제한'이다. 분상제가 적용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10년 동안 제삼자에게 팔지 못하도록 한 건데, 다시 말해, 실제로 거주할 사람만 아파트를 분양받으라는 뜻이다.


그. 런. 데.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분상제 시행을 앞두고 분양 물량의 희소가치가 더 높아지면서 서울 강남권 청약 과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무주택자들이 아닌, 현금 부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 최소 현금 10억 원을 쥐고 있어야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첨만 되면 5억 원 이상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 과열 양상까지 빚어지면서 강남권에서 3년 만에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이 등장하기도 했다.


서민들은 대출받아도 10억이 될까 말 깐 데, 현금 10억이라니.. 결국 분상제가 시행돼도 강남권 청약 과열 현상은 결코 식지 않을 거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다.


분상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공공 물량이 꾸준히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가만 규제하게 되면 수지 타산을 우려하는 민간 건설사들의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또 짓게 되더라도 이윤을 더 챙기기 위한 부실공사 우려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분상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크다.

찬성하는 입장은?


"서울 집값이 폭등하는데 이걸 보고만 있으라는 거예요? 뭐라도 하긴 해야 할 거 아녜요?!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겠지만, 단기간에 공급이 줄기도 하겠지만,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분양가를 그래도 낮추면 기존 아파트보다 신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릴 테니 결과적으로 부동산 거품은 빠지고 집값이 안정될 거야"


반대 입장은?


다들 번 돈 쓰고 놀 때, 공장 다니면서, 뼈 빠지게 일하면서 돈 모으고, 발품 팔아 집 알아보고, 집 장만해서 피땀 흘려 이제야 빚 겨우 다 갚았는데, 노후자금 좀 모으려고 투자하겠다는데, 왜 그것도 못하게 하냐, 내가 산 집 팔게 해서 왜 집 없는 사람한테 주라는 건데?


무주택자 vs유주택자로 싸움이 붙고, 정부 정책이다 보니 또 정치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도 서울 집값은 잡기 힘들 것이기에, 반대론자들은 무주택자들에게 희망을 줘서 내년 총선 때 표를 얻으려는 포석으로 보기도 한다.


도대체 서울 집값은 왜 이렇게 비쌀까. 정권 바뀔 때마다 강력하다는 부동산 정책이 꾸준히 나오는데도 왜 서울 집값,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은 잡히지 않는 걸까.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그저 우리가 사는 '집'의 개념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부동산은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투자 혹은 투기 수단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투기 심리'를 꺾어야 하는데, 강제적으로 '투기 수요'만 꺾어가지고선 절대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계속 반복합니다만) 서울에 살려는 사람들,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그럼 왜 다들 서울에 살고 싶어 할까?

생활 기반이 서울이니까.


대구에서 태어나 쭉 살다가 스무 살부터 서울서 지냈는데, 15년 정도 살아보니 대학뿐만 아니라 주거도 왜 '인 서울'을 외치는지 정말 실감한다.


서울엔 어떤 분야든 많은 기회가 있다. 우선 일자리가 지방보다 훨씬 많다. 언론사 수는 물론이겠거니와, 언론사 규모 자체부터가 다르다. 지방에 있던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그나마 일자리 때문에라도 지방에 묶여있던 주민들마저 또다시 기회를 찾아 서울로 향하고, 지방 집값은 더 죽고 서울은 계속 오르고,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서양 극화는 더 심해진다.


대중교통 대구에 비해 정말 편하다.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도 지하철 노선도만 보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었다. 명문 대학들도 서울에 훨씬 많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도 증명됐듯이 강남 집값 상승 요인엔 교육도 빠질 수 없는데, 하.. 교육 문제까지 건드리면 이 영상은 끝나지 않기다. 이외에도 교육, 문화, 공연, 예술 등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모두 서울에 모여 있다.


모두가 서울에 살고 싶어 하지만,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이 수도권으로 빠진다.


하지만 직장은 서울에 있고 집만 수도권에 있다 보니, 출퇴근 왕복 3~4시간 걸리고, 도로에서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출퇴근길 지하철은 그야말로 지옥철이다. 출근하는 순간 지쳐버린다. 사람들은 또다시 인 서울을 꿈꾼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계획도 발표하면서 서울에 쏠리는 인구를 분산시키고, 30만 무주택자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신도시가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 이상, 충분한 인프라가 제공되지 않는 한 또다시 서울 집중현상이 발생되고 서울 집값 안정화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아무리 강력하게 규제하고, 세를 올린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 그리고! '로또 분양', '로또 분양' 하는데.. 진짜 솔직히 말해서 2,30대는 분양받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결혼하면서, 특히 애기 태어나면 진짜 집이 필요하다. 아이가 나중에 학교도 다녀야 하고 한 곳에서 적응하려면 집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2,30대는 무주택 기간이 짧고, 애기도 한 둘 나아서는 분양?? 어림도 없다. 85m2 아파트를 초과하면 추첨제도 있다지만, 그렇게 되면 값이 올라 금전적으로 또 여유가 안된다. 결국 모두 '그림의 떡'이다.


분상제, 정부의 약속대로, 무주택자들은 정말, 강남에 있는 아파트도 살 수 있게 되는 걸까.

아무리 정책 취지가 좋더라도, 여러 가지 사회, 경제, 교육, 문화, 일자리 등 복합적인 요소도 맞물려 개선하지 않는다면, 서울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분산시키지 못한다면, 서울의 미친 집값은 결코 잡으려 해도 자꾸 도망갈 것이다. 실제로 9.13 대책 때 집 사려고 부동산 수없이 돌아다녔는데, 부동산은 실제로, 스스로 움직이더라.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게 왜 중학교 경제 과목 첫 페이지에 나오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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