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플랭크였다. 10초가 이렇게 긴 시간일 줄이야. 플랭크 60초면 밥도 먹겠다 싶었다.
그러던 내가, 2년 뒤 120초 5세트도 거뜬히 버티고 있었다. 뜬금없이 찾아온 목과 허리디스크로, 문도 제대로 못 열던 20대 여자애는 운동을 시작하며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됐다.
일단 약해진 척추 주변에 복근을 장착했다. 코어가 강해지자 운동엔 탄력이 붙었다. 첫 출전한 피트니스 대회에서 2등을 거머 줬다. 아니, 디스크 환자가오랜 구력의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뿌듯했는데, 입상이라니! 2등이라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을 되찾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부한 진리를 몸소 체험했고, 아픈 뒤 공허함만 가득했던 마음속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채워졌다.
운동은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도 탄탄하게 만들었다. 유리 멘탈 대신 나를 ‘유리’하게 만드는 '멘탈'만 접수하기로 했다.
피트니스 대회 경험은 끈기와 인내 특히 겸손이라는 개념을 재정립해 줬다. 체지방 1kg을 빼고 근육 1kg을 늘리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두말하면 입 아프다.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최애 음식이 코앞에 있는데, 옆에서 한 입만 먹어보라며 숟가락 들이대는데, 그거 참아본 적 있는 사람, 손? 한 입 먹으면 두 입부터는 너무너무 쉽다. 그러기에 한 입도 먹지 말아야 한다. 그야말로 나와의 싸움이다.
대회를 앞두고 수분조절을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맛있는 건 '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목마를 때 깨끗한 물만 마실 수 있어도 행복한 인생이다.
#버티는 게 능사는 아냐_나를 찾는 시작
운동으로 대변되긴 하지만, 내 인생을 바꾼 진짜 ‘본질’은 운동이라는 ‘취미’가 생긴 것인 것 같다. 취미가 있다는 건, 내가 좋아하는 걸 한다는 것. 그 행위를 하다 보면 나를 옥죄거나 스트레스 주던 것들을 잊게 만든다. 소소한 취미라도 그걸 즐기는 나를 돌아보며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매일 나를 돌아보면서, 나도 그랬지만, 현대인들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자기를 보는 시선이 외부에 있기 때문이란 걸 깨닫게 됐다. 지독한 상사를 만나 퇴근이 없다거나, 업계 인정받고 싶어 밤낮으로 업무만 생각한다면 ‘나’는 없고 모 회사 과장 아무개만 있을 뿐이다.
SNS도 결국 평가의 연장이다. 일상을 올린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상현실이다. 상사에게 쪼임 받고, 업무에 허덕이는 내 모습보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진만 올리지 않나? 조금 전 올린 한 장의 사진이, 나의 24시간이고, 365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스마트폰과 PC 족쇄를 찬 일상 속에서, 무너지고 있는 척추보다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일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졌고, SNS에 파묻히면서 내가 보는 나보다 '남이 보는 나'가 더 중요해졌다. 나조차 나 자신을 밖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아무리 남보기에 멋진 삶을 살아도 만족스럽지 못한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아파서 시작하게 된 운동. 그리고 얻게 된 큰 깨달음, 바로 ‘취미의 재발견’. 취미가 있다는 건 나와 온전히 만날 수 있고,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기로 했다. 진짜 나로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회사 눈치? 당연히 회사에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되지만, 퇴근 뒤 여가시간만큼은 눈치 보지 않기로 했다. 눈치 본다고 해서 상사가 날 특별히 챙겨줄 것도 아니고, 내가 행복해지는 것도 절대 아니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것, 당장 하기_Right Now
유튜브로 나를 보여주고 기록하기로 했다. 라디오 리포트와 온라인 기사만 쓰는 건 뭐랄까, 아쉬움이 늘 컸다. 영상은 달랐다. 뭘 찍든, 세상에 하나뿐인 영상이고, 내 기록이자, 커리어다. (한국기자협회 소속) 1호 기자 유튜버가 됐고, 가끔 강의도 나간다.
요가 선생님에도 도전했다. 요가가 체형 교정에 좋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내 몸에 조금 더 알아가고 싶었고, 나를 비우는 호흡부터 배워보고 싶었다.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적어도 결과물을 손에 넣을 때까진 꾸준히 끈기 있게 나를 붙들 테니까.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지만, 여가시간에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됐다. 마음을 비워서일까, 결혼 만 5년이 되도록 소식이 없던 아기가 찾아왔다. 딸아이는 어느덧 17개월에 접어들었고, 철부지 여성을 어른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요즘엔 병원 대신 춤추러 간다. 출산과 육아로, 또 복직으로 허리가 다시 안 좋아지긴 했지만, 둘째를 가지면 또 못할 것이기에, 할 수 있을 때 하기로 했다. 감히 아이돌 댄스를 춰가며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