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갈 때마다 혹시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적 없으세요?
저는 감기 걸리면 테라플루를 먹곤 하는데
이게 종로에서는 6천원, 강남에서는 8천원, 교대 근처였던가.. 거기에서는 9천원을 받더라구요,
실제 종로 쪽 약국이 강남보다 더 싸고 해요. 똑같은 약인데 왜 이렇게 지역마다 약값이 다른 것일까요?
다들 '좀 이상한데' 고개만 갸우뚱했던 천차만별인 약값 가격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2020년 12월, 서철모 화성시장이 '약국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글을 SNS에 게시한 건데요.
비급여 탈모약이 A 약국에서 12만원, B 약국에선 17만원으로 판매되는 것을 지적한 건데요,
비급여 약값 차이를 언급하며 "약사의 양심에 따라 폭리를 취할 수 있다"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했습니다.
약값을 결정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1. 약의 종류
2. 약국의 위치,
3. 약 구매 시간
먼저, 약의 종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과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데요, 전문의약품은 전국 어디서나 가격이 같습니다. 비급여 의약품을 제외하고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매달 고시하는 '약제급여목록표 및 급여상한금액표'에서 정해진 가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죠.
문제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입니다. 약국에서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해서 팔기 때문에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약국의 위치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일반의약품은 일반 상품이나 마찬가집니다. 똑같은 음료가 편의점, 대형마트, 슈퍼마켓에서 가격이 다르게 판매되잖아요? 같은 원리입니다. 보통 임대료가 높은 중심지일수록 약값은 더 비싸구요, 또 약국이 밀집된 지역은 출혈 경쟁이 발생해 그렇제 않은 지역보다 저렴하게 책정됩니다.
대형 약국은 도매상을 거치치 않고 직접 제약사와 거래하기도 해 약값이 더 싸게 판매하기도 하죠. 종로에 대형 약국이 많다보니, "종로가면 인터넷보다 약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 종로가 '약국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재밌는 건, 전문의약품은 장소보다는 사는 시간에 따라 가격이 변할 수 있다는 거예요. 결론부터 쉽게 말씀드리면 퇴근 뒤, 혹은 주말, 공휴일는 약값이 비싸집니다.
일반적으로 약품비에는 약사의 상담서비스료가 더해진 금액으로 책정됩니다.
상담서비스료에는 △조제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의약품관리료 △약국관리료가 포함되는데요.
병원 진료비처럼 약국에도 '야간·공휴일 가산제도'가 적용됩니다. 그래서 평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 약을 지으면 조제료가 30% 가산돼 약값이 책정되는 것이죠.
즉, 약사들에게도 똑같이 시간 외 수당이 계산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얼마나 더 비싸지느냐? 감기약 2~3일분을 조제할 경우 기본금액에서 300원~500원가량이 가산되는 정도입니다. 약제비 계산서 영수증에서 야간 또는 공휴일 항목에 표시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약국이 각자 약값을 달리해 판매할 수 있는 건 '오픈프라이스 제도' (판매가격표시제)때문이기도 합니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제조업체가 가격을 표시하는 권장소비자가격 제도와 달리, 제품의 최종 판매자인 유통 업체가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99년 1월 20일 의약품 가격을 포장 또는 용기에 표시하는 ‘표준소매가격제’가 전격 폐지되면서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도입됐죠.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기대로 도입됐는데요 오히려 약국별로 약값이 천차만별이 되는 결과를 낳으며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급여 의약품 가격 체제에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약사들의 입장도 들어봐야겠죠. 서철모 시장의 발언은 약사사회에 반발을 일으켰는데요, 비급여 약의 경우 오픈프라이스 제도로 가격 결정권이 약국에 있기 때문에 마진을 합산하는 것이 불법은 아닐뿐더러 직거래와 도매상에서 사입가에도 차이가 있어 실제 약국간 몇 만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제약사의 이중가격 문제를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마치 약국을 양심을 버린 채 폭리를 취한다는 일반화된 시선은 환자에게도 왜곡된 이미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경기지부 관계자는 “약국 가격 구조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치가의 발언은 매우 위험하다”라면서 “주유소 가격이 각각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약값도 오차범위가 있고 약국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약국을 폭리를 취하는 집단으로 일반화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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