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다음날에도 카메라를 켰다

루틴의 힘 - 미라클모닝은 어떤 상황에서도 붙잡아주는 나의 코어가 됐다

by 기자김연지

사실상 난산이었다.

태어난 뒤 약 2시간 만에 아기는 집중치료실에 들어갔다.


키 160센티 작은 체구의 엄마 뱃속에 있던 3.7킬로그램남아는, 세상 밖으로 나오는 길이 비좁았던 것일까. 전날 저녁 이후로 아무것도 못 먹고 새벽 5시에 출산하러 간 엄마가 힘이 부족했던 탓일까.


둘째 출산이라 '늦어도 오전 중엔 아기가 나올 것'이라는 모든 의료진의 기대와 달리,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좀처럼 나오질 못했다. 산모가 과호흡이 오고 열이 39도까지 오르면서 아가도 숨쉬기가 힘들어졌단다.


결국 산소마스크까지 동원돼 힘주기에 들어갔고, 그렇게 아가는 힘겹게 나오면서 양수를 조금 삼켰다. 그러다 그만 폐를 적시고 말았다. 아가는 태어나자마자 엄마품 대신 인큐베이터 안에서 폐를 말리고 펴는 치료를 받아야 했다.


정말 다행히 닷새만에 아가는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고, 태어난 지 20일째인 오늘, 4.4킬로그램을 자랑하며 무럭무럭 쑥쑥 커가고 있다.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출산 직후 의사의 전화를 받은 순간에는 낭떠러지로 끝없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분만실에서 병실로 옮겨진 이후에도 과호흡이 계속돼 정신이 혼미한 와중이었다. "아기가 집중치료실에 들어갔어요"라는 의사의 말에 숨이 턱 막혔다. 모든 게 내 탓처럼 느껴졌다. 속절없는 죄책감과 아이가 날 원망하는 듯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무기력한 공포에서 벗어나고팠던 나는, 무통 주사 마취가 채 안 풀려 옴짝달싹 할 수 없었던 침대 위에 누워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졌다. 연신 검색만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의 호흡이 가쁘다, 폐가 젖었다"는 의사의 얘기 말곤 더 들은 게 없는 상태라 '신생아 호흡곤란, 신생아 인큐베이터'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 관련 글들을 눈이 빠지도록 정독해 나갔다.


후들거리는 손으로 누워서 스마트폰질을 하다, 끝내(?) 폰이 이마에 '퍽' 떨어졌다. '아 너까지 왜 그러냐 진짜' 짜증에 눈물이 핑 돌면서, 돌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기가 엄마품이 아닌 인큐베이터로 들어간 건 참으로 억장 무너지는 일이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시간은 내 뜻대로 되돌릴 수 없다. 엄마라고 해서 아기 대신 아플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치료해줄 수도 없다. 무엇보다 아직 확실한 병명도 나오지 않았다. 답도 없는 검색어만 두드려 가며 정보의 홍수에서 허덕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일이 있다 -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2019년 11월부터 약 100일간의 도전 끝에 미라클 모닝에 성공하면서 함께 얻은 좋은 습관은 '시간을 아껴 쓰는 법, 나의 잃어버릴 뻔한 시간을 되찾는 법' 등을 나름 터득했다는 것이다.


그것의 첫 번째는, 이처럼 힘에 부딪히는 일에 봉착했을 때, 냉정하게 판단을 해보는 것이다.


"이것이 내 의지대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일인가,
내 의지로는 통제 불가능한 일인가"


나를 괴롭게 하는 일이 후자에 해당되면 과감히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현재 봉착한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괴롭더라도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을 찾기 시작한다. 내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 의지로는 안 되는 어떤 상황에 매몰돼서 힘들어만, 아파만 하지 않기 위함이다.


어찌할 수 없는 일에 고민하고 원망하고 분노하고 자책하는 동안에도 내 소중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모든 걸 포기하기엔 아직 젊고 가능성도 있기에 현재의 소중한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쏟을 수는 없다.


내가 세상에 낳아달라고 한 적 없지만 태어난 것처럼, 세상에는 내 의지로는 안 되는 일이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어떤 부모를 만나고 어떤 환경의 가정에서 태어나는지도 마찬가지다. 3년을 지루하게 끌고 있는 코로나 사태도 그렇다.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코로라는 발생했고, 우리 가족 모두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감염되고 말았다. 또 우리 가족들은 '지나가버린 일'이 됐지만, 항공업 종사자분들이나 자영업자분들 가운데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도 허다하다. 그게 근데 자신이 잘못해서, 혹은 내 의지가 약해서 벌어진 일은 결코 아니다.


이미 발생한 일들, 사건들은 이미 내 손을 떠났다. 땅을 치고 후회하고, 누군가의 멱살을 붙잡는다고 달라질 일이 아니다. 세계 1위 부자라도 억만금을 줘도 지난 일들은 돌릴 수 없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할 것이냐.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이 또 다른 후회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루틴의 힘 - 인생의 코어가 되다


미라클 모닝이 가져다 준 또 다른 기적은 흔들리는 나를 붙잡는 '루틴'이다. 2020년 말부터 유튜브 5am모닝레시피 채널에서 매일 새벽 5시, 라이브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새벽 라이브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새벽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미라클 모닝을 꾸준히 하고 싶어서), 두 번째는 좋은 건 나눠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새벽의 기쁨을 알게 해 주고 싶어서다.


나 역시 의지라는 게 365일 풀 충전은 힘든 나약한 인간이다. 그러나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새벽 말고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가 힘들다. 그래서 새벽만큼은 늘 사수하고 싶다. 새벽 라이브를 시작한 이유다.


내가 새벽에 못 일어나면 그날은 방송 펑크다. 알람조차도 못 듣고 곯아떨어진 날도 많아, 실제 펑크를 낸 적도 더러 있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고 나 또한 기대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선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이끄는 나의 모습을 꿈꾸게 만든다.


그리고 알게 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에 일어날 수는 있지만, 일어나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5am모닝레시피는 30분의 짧은 방송이다. 그래도 나름 커리큘럼이 있다. 처음 10분 동안은 오신 분들과 짧게 인사를 나눈 다음 '운을 끌어당기는' 긍정 확언을 하고, 10분간은 경제 공부를 한다. 그리고 남은 10분은 인사이트를 주는 글이나 미래 산업에 대한 공부를 함께 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포근한 이불을 박차고 나와 자기 자신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보며 자극도 받고, 긍정적인 에너지도 받아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첫째를 낳고 그렇게 1년 넘게 미라클 모닝 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던 찰나.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까지 했다.


실체 없는 두려움과 공포에 홀로 떨며 검색만 연신하던 나는, 의미 없는 폰질을 그만두고, 다음날 라이브 방송을 결심했다. 원래 출산 이후엔 하지 않으려 이미 라방 식구들한테도 다 예고를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실체없는 불안과 공포를 잠재울 것은 나의 루틴을 다시 찾는 것이었다. 당장 내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할 일부터 끝내자'는 결심과 함께 부정적인 생각은 멈추게 됐다.




이어령 선생님께서 별세하신 뒤 읽게 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책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책에서 선생님은 "암과 싸우지 않고 같이 산다"면서 "고통을 관찰하는 것까지가 자신의 몫"이라 말씀하셨다. '지금 이 순간, '지나간 흔적과 시간들을 바라보며 내가 관찰하고 또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됐다.


첫 번째 '감사'다. 감사와 불만은 같은 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잘라졌다.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서울의 큰 대학 병원에서 출산해 후속조치가 빨랐던 것 것에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그간 대학병원에 산부인과 검진받으러 갈 때마다 대기가 너무 길고(기본 2시간) 병원에 사람들이 붐벼서 불만을 터뜨렸던 것이 너무나 죄스러웠다.


내 작은 몸에 비해 아이가 큰 편이라 30주를 넘어가고서부터는 사실 너무 힘들었지만, 한편으론 미숙아가 아니었기에 정말 다행이었다. 의료진도 "미숙아였으면 걱정했을 텐데, 주수도 다 거의 채웠고, 아이가 커서 힘이 있어 잘 이겨낼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이 모든 것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또 2018년 12월 태어나 여태껏 크게 한번 아프지 않았던 첫째도 정말 고맙다.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열이 40도까지 올랐지만, 밥도 잘 먹고 춤추고 뛰놀며 거뜬히 넘어갔던 예쁘고 기특한 첫째다.


두 번째는 '건강'이다. 무사하고 무탈하게 우리 가족 모두 아무 문제없이 숨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는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기적임을 새삼 깨닫게 했다.


세 번째는 어떤 외부 요소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나의 코어에 대한 발견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무수히 되뇌면서도 당장 느껴지는 극심한 불안이 공포와 두려움으로 나를 몰아넣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설령 평범한 일상에 금이 가더라도,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나답게 세상을 살아가고, 세상을 움직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좋은 건 나누자”고 시작한 새벽 방송. 연초에는 서른 명 남짓 함께 새벽을 열었지만, 3월, 4월, 5월로 접어들면서 또, 스피치의 대가 김미경 선생님도 올해부터 새벽 방송을 하시면서 (^^;) 또 많은 인원이 그리로 가면서 동력을 많이 잃었다.


그래도 내겐 10명~14명 남짓한 고정 멤버가 있다. 토요일에도 힘차게 이불을 박차고 나오는 분들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어떤 날은 늦잠도 자고 싶고, 방송 준비가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이미 한 식구가 돼버린 분들을 생각하면 기쁜 마음으로 포근한 침대에서 내려와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카메라를 켠다.


김미경 선생님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작은 채널이지만, 이 분들이 새벽 기상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출산 다음날 새벽 5시에도, 카메라를 켜고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했다. 예정보다 빠른 출산이었기에 늘 하던 커리큘럼대로 방송 준비를 하진 못했고, 대신 출산 가방에 챙겨 왔던 책을 읽고 좋은 문장들을 소개하면서 출산 후기(?)와 아이가 집중치료실에 들어간 얘기도 전했다. 내가 식구들로부터 더 많은 위로와 축하를 받았다.


방송을 하지 않았다면 남편도 없는 병실에서(남편은 첫째 케어하느라..) 나 홀로 걱정과 두려움에 떨었을 테다. 아니면 스마트폰만 들어다 보며 답도 안 나오는 검색만 연신 했을 테고.


새벽 기상 그리고 새벽 루틴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잡아주는 강력한 코어였다. 매일 하고 있지만 이를 돈벌이나 따분한 일상으로 여기지 않기에,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 묻는다

"새벽 방송, 언제까지 계속할 거예요?"


이렇게 답한다.

"글쎄요. 사랑에 빠진 사람과 연애를 시작할 때 언제까지 사귈 거라는 데드라인을 정하고 시작하진 않잖아요?"


미라클 모닝, 미라클 루틴은 조리원에서도 이어졌다. 조리원을 퇴소한 뒤에도, 출산 휴가 90일 뒤 복직한 뒤에도 아이를 안고 함께 새벽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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