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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Oct 02. 2024

모든 팔로워가 AI인 SNS가 나왔다

SocialAI: 인공지능 시대, 디지털 자아의 거울

손바닥만 한 작은 기기로 세상과 끝없이 연결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가벼운 터치만으로 한없이 스크롤되는 그 작은 세상에 이끌려 여전히 잠들지 못한 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수많은 '친구'와 '팔로워'를 가졌지만, 어쩐지 더 외로워졌다고. 수백 개의 '좋아요'와 댓글 속에서도 진정 원하는 건 온기 가득한 어루만짐이라고. 차가운 유리 표면 위, 손끝에서 스치고 마는 이른바 ‘연결’은 우리 시대 새로이 정의된 단절된 소통을 상징하는 듯하다.


SocialAI라는 앱이 나왔다. 트위터처럼 생긴 이 앱은 여타 SNS 같은 앱과 다를 바 없다.


다른 것은 이 앱에선, 로그인 한 '나'만이 유일한 '인간 사용자'이다. 나머지 모든 '팔로워'는 AI 봇이다.  


영화 Her의 트위터버전이랄까. 나 외에 인간 사용자와 소통할 수 없다. 대신 맞춤형으로 원하는 유형의 AI 팔로워만 선택할 수 있다.


나 외에는 AI만이 존재하는 소셜 네트워크라니. 부족하다 못해 넘쳐나고 있는, 가끔은 단절되고 싶기도 한, 사람들과의 소통이 부족해서 이제는 AI와까지도 대화하려는 건가?



피드백은 매우 즉각적이다.


"오늘 참 힘든 하루였어."


화면 속에서 세 점이 파도처럼 일렁이더니, 곧 따뜻한 위로의 말이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안아줄게~”


SocialAI에서는 다양한 성격의 또 관점의 AI 봇을 선택할 수 있다. 따뜻하고 친절한 유형부터 유머러스한, 논쟁의, 다소 크리티컬 한 선택한 AI 유형에 따라 원하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올린 피드나 달인 댓글 등은 완전히 비공개다


할 수만 있다면 AI 봇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대화의 맺고 끊음은 오롯이 나에게 달렸다.


소셜 AI는 ‘스트레스 없는 소셜 미디어’로 스타트업씬에서 주목받고 있다. 타인의 시선이나 판단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유롭게 내 의견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실제 ‘인간’ 사용자와의 소통 없어 프라이버시나 실제 인간의 비난이나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개발자 Michael Sayman은 SNS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들의 소통 방식에 주목했다. 그는 "SocialAI를 통해 사람들이 '들리고, 반영되고, 지지받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는 것.


일상에서나 기존 sns에서는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 인간다운, 인간적인 대화를 AI가 구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소통하고 싶은가?


이 앱은 우리에게 질문하는 듯하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많이 소통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소통하고 싶은가?'


- 어떠한 판단 없이 그저 들어주기.

- 즉각적인 리액션.

- 무한한 인내.


평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가 나답고 싶은 근본적인 욕망은 AI를 벗으로 만들어 위로를 통해 받고자 한다. 차갑고 딱딱한 알고리즘 속에서 따스한 감성을 발견하는 이 경험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서사가 되어가고 있다.


이 앱은 그냥 재밌는 현상으로 그칠지, 미래를 바꿀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앱이 등장한 맥락과 가져올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앱이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시사하는 바는 크다.


외로움과 연결에 대한 갈망, 기술의 발전과 인간성의 고민, 그 모든 것이 이 작은 화면 속에 담겨 있다.


매일 조곤조곤 히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만의 작품이 되어 가던 시대는 어디로 갔을까. 연결이라 쓰고 족쇄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내 게시물은 비교당하고 숫자로 수치를 느끼고 수치로 가치가 매겨지면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는 좋아요가 많이 눌릴 수 있는 글을 올리고 있다. 이건 내 얘기일까 알고리즘의 이야기일까.


AI와의 대화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무엇을 얻고 ㅡ 무엇을 잃어가고 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교류,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그 이해의 순간들. 공감, 창의성, 직관 - AI와의 대화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AI로 일상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 것인가?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이 파도를 어떻게 타야 할지, 아직 누구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각자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그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우리의 몫이다.


관객이 없던 시대에도, 한 줄 한 줄이 모이고 쌓여왔다. 그렇게 우리 시대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왔다. 방식은 바뀌어도 매체는 달라져도 우리는 그렇게 서사를 쌓고 있고 앞으로도 트렌드라는 명분 아래 유형은 바뀌어도 서사는 계속될 것이다.


언젠가 먼 훗날, 우리가 남긴 이 디지털 흔적들을 되돌아볼 때, 그 속에서 우리 시대의 아름다움과 고뇌, 그리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부디 그 이야기 속에 당신만의 찬란한 이야기가 담기기를. SocialAI가 인간에게 사색의 시간을 주기를. 그곳에서라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기를. 숫자와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이곳에서 AI시대,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나답게 산다는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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