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OCT23
“어떻게 해서든,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One way or another, what’s going to happen is going to happen.)”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맥베스는 실제 인물이었다. 나의 선생님은 최근 나에게 [맥베스]의 이 구절을 인용하신 적이 있다. 지금까지의 일들은 모두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고,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일어날 일들이라고.
그러나, [맥베스]에는 또한 '삶은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유명한 구절도 있다. 그리고 혹자는 [맥베스]를 이해하려면 [군주론]을 읽어야 한다고도 한다. “인생을 결정하는 첫째는 운명, 둘째는 삶에서 쌓아 온 능력, 그리고 셋째는, 역사가 부를 때 당신은 어디 있었는가에 대한 답이다.”라는 부분을 근거로...
어쩌면 맥베스에는 운명에 대한 메커니즘이 모두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셰익스피어의 어느 작품도 진지하게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곁눈으로 들어 온 이런 이야기들을 곱씹어 보면,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한가운데이거나, 삶의 어두운 심연이거나, 아니면 나는 그저터널 속을 지나는 과정에 있을 뿐이겠다.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며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불행한 배우.
인생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어도
결국 아무 의미 없으니.
(아내의 죽음을 보고 맥베스가 한 말은 한 편의 시나 마찬가지다. 영문학전공 수업에서는 암기해야 하는 때가 있다. 시험에 종종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