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DEC23_습관을 만든다는 것
일요일인 어제는 늦은 시각에 간단한 모임 회의가 있어 참석했다. 글쓰기 습관 만들기의 프로젝트 멤버들, 일명 '글루틴'을 실행하려는 사람들이 만났다. 나는 처음으로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1년여 지속된 그 모임에 처음부터 참여해 오고 있다는 분들도 꽤 있었다.
운동이나 새벽 기상 등이 습관인 사람들도 꽤 많은 듯한데, 나는 출근해야 하는 날이 아니면 늦잠을 자는 편이라 일종의 기상 습관을 만들어보고자 시도해 보기로 했다. 첫날부터 기상미션은 이미 실패했지만, 얼마 전 정이흔 선생님께서, '어그러진 계획 중에도 한두 가지는 건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던 말씀을 기억한다. 늦잠을 잤어도 남은 하루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보자고 다짐한 바다.
어떤 일을 습관으로 만들기까지는 대략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나도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에도 다녀보았고, 그 직장에서 근무조가 바뀌어 오후 1시경 출근하는 파트로 팀을 옮긴 경우도 있었다. 새벽에 일해야 할 때에는 4시나 5시면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으므로, 나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꾸역꾸역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긴 했다. 힘들었지만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는 뿌듯함은 매일매일 느꼈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해서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일을 꽤 해 보았는데도 오후 출근 팀으로 바뀌면, 또 낮밤이 바뀌고... 하여튼 출근 시간에 따라 나의 기상시간도 그동안 들쭉날쭉 해지기만 했다.
새벽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풀을 뽑고 아침을 준비하고 하루 할 일을 오전 중에 다 마쳐버리시고는 '하루가 너무 길다, 시간이 길다.' 하시던 할머니 생각이 난다. 할머니들은 왜 그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시는지, 어렸을 때 나는 할머니의 삶이 너무 재미없어 보였다. 그 좋은 꿀잠을 포기하고 해가 뜨기만 하면 텃밭에서 일하시는 모습, 없는 부엌 일도 찾아가면서 하시던 모습, 그러고도 바느질감을 찾아 앉으시고... 꼭 내 할머니만이 아니라 내가 아는 할머니들은 모두 같은 루틴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선생님은 교내에서 글쓰기 센터를 꽤 오래 운영해 오신 글쓰기 전문가였다. 박사학위를 글쓰기 연구로 받았으며 대학 내에서는 꽤 알려진 분이다. 그분이 작년 여름 어느 날, 자신이 매일 글쓰기 루틴 모임에 참여하고 있노라고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의 글을 평가하고 피드백해주는 일을 15년 이상 해 온 이 분야의 전문가가 매일 아침 글쓰기 루틴에 참여하고 있노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 대단한 열정과 욕심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일은 김 선생님 자신에게도 좋은 루틴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며 필명에 얽힌 재밌는 에피소드도 이야기했었다.
삶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시려는 실천가들은 알고보니 주변에 많았다. 하다 못해 지금 나의 윗집 사람들도 6시면 일어나 운동을 시작한다. 어릴 적 내 할머니나, 동네 할머니들이나, 글쓰기를 강의하는 김 선생님, 그리고 지금 하루의 빡빡한 일과 중에도 글쓰기에 매진하려는 모임에 참여한 이들, 모두, 대단한 실천가들이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언제나 참 멋져 보인다. 습관의 힘을 믿는 모든 실천가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