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서

[계절의 오행](2023)_우리들의 격리시절 16

by 정연진

나는 언젠가부터 배두나가 좋아졌다. 일반인들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오류가 연예인을 나와 같은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것일텐데, 어쩌면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연예인을 ‘인간 배두나’로 알고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주 단순한 이유로.


배두나를 본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은 우르르 사람들이 몰린 어떤 장소에서 '배두나다!'라고 외친 이들이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던 것이고, 사실 지금도 그냥 실루엣만 확신에 있을 뿐 얼굴을 직접 보았다고 할 수도 없다(실은 본 것이 맞지만, 사실 나는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가수 '비'와 외국의 유명한 여가수가 함께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여차저차한 기회로 나는 그 공연장에 갈 수 있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공짜로 얻은 그 표는 '스탠딩 석'이었다. 그런 공연 좌석도 처음 받아봤지만 '비'의 공연도 당연 처음이었다. 지금도 그 때 본 비의 강렬한 퍼포먼스와 이미지가 남아 있지만 그 공연이 뇌리에서 잊힐 수 없는 이유는 배두나 때문이다.


공연이 시작되고 자유롭고 혈기있는 공연 분위기에 완전히 심취되지는 못했던 나는 조금은 '관찰자'입장에서 무표정하게 관람했을 것이다. 야광봉을 흔들거나 함께 환호하지도 못한 채 그냥 꿔다 놓은 관객과 같았다. 공연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서 일정을 조절한 것 등 복잡한 과정이 있었지만, 함께 갔던 일행과도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했던 기억이 있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사실 공연장에서 나는 좀 피곤했다.


그러다가 내 뒷자리의 사람들 - 역시 스탠딩! -이 웅성웅성하기에 돌아다 보았는데, 배두나가 있었다. 바로 내 뒤였다.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고 또 순간 너무 깜짝 놀랐어서, 지금도 그 장면이 꿈인가 싶기는 하다. 당시 배두나는 미국으로의 진출 전후 쯤 되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문화계(!)에 크게 관심이나 관여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그 때의 공연표는 방송국에서 일하던 지인을 통해 받은 것이어서 자리가 꽤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의 눈에 쉽게 띄지는 않지만 공연을 보기에는 좋은 위치의 자리였다.


그 때, 다른 연예인들이 얼마나 더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드라마에서 보이는 '배두나스러운' 그 목소리와, 표정과, 옷차림이 그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 때 그 공연장에서 내가 보았던 그 이미지와 꼭 같기 때문이다.


환하게 웃는 법은 잘 없지만, 그렇다고 예쁜 척한다는 느낌도 없는 배우. 피부가 복숭아나 백옥 같다는 말을 듣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진하고 의도적인 화장으로 채우지도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배우. 그렇다고 늘 털털한 느낌만 주기보다는 영화의 배역에 따라 적당히 농익어 매력적인 연기력도 발휘하는 배우. 자신의 외모가 완벽해 보이는 것보다, 조금은 덜 꾸미지만 진지하게 연기할 것 같은 배우. 다른 어떤 배우들보다 먼저 헐리우드에 진출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아주 비싸게 굴지만은 않을 것 같은 배우... 나는 좋다, 그런 배두나가.


물론, 연예인의 기질은 어디까지나 타고난 부분이 있을 테니, 어디까지가 인간 배두나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배두나를 보고 들을 때마다 그 때 그 공연장에서의 앞모습, 그리고 뒷모습이 함께 떠오른다. 그녀의 나이도, 사생활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말이다.


언제나 흥하라,

완벽하지 않은 나의 이상형,

멋진 배두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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