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때를 기록했어야 하는구나

우리들의 격리 시절 12

by 정연진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고 했던가. 조금 전 커피물을 올리며 메모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내용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까는 분명 언제라도 생각날 듯, 잊어버리지 않을 것처럼 강렬했는데. 분명 잊히지 않을 내용이었는데 뭐였더라.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 잃어버린 기억, 잃어버린 내 아이디어.


아이디어는 탄생하는 즉시 곧바로 그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이 있다. 생각나는 것은 바로 기록해 두어야 한다. 할 말도 일단 문자든 전화로든 해 두어야 하지 않던가. 흩어진 메모 쪼가리들을 나중에 한 장 한 장 버리게 되더라도 말이다. 오늘 경험하고도 아마 나는 며칠, 몇 주가 지나면 또 한 번 “아차” 하고 있을 것이다.


잊지 않으려거든 “그때”를 기록해 두어야 한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찰나”의 그 순간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같은 강물에 절대로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라고 한 그리스 철학자의 말은 그래서 늘 진리일 수밖에 없다. 그때 기록하지 않은 것은 시간이 지나고 공간이 바뀌는 한, 그때 그 순간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이디어 하나를 영원히 잃어버리고 나서야 ‘아차!’하고 외치는 바보가 여기 있다. 우리의 모든 생각, 모든 아이디어, 모든 추억들은 그때, 그 순간을 기록해야만 하는 것이었구나. 한 번 흘러간 순간은 다시 찾을 수가 없구나.


아, 잃어버린 내 아이디어. 인간은 그 순간순간만을 사는 것,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되고... 삶이 되는 것이라는 흔한 말은 진리였구나.


This Present Moment

By Gary Snyder


This present moment:

That lives on,

To become


Long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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