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 소리 들리게

[계절의 오행](2023)에 실린 글입니다._ 캐논

by 정연진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의 피아노 앨범들은 내가 10대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선물로 받았던 12월(December) 앨범의 모든 곡들은 지금 들어도 전혀 지겹지 않다. 기분이 좋을 때, 좋지 않을 때, 시험공부할 때, 쉬는 시간에, 날씨가 좋을 때, 비가 올 때에도 나는 꽤 오래 조지 윈스턴의 음악에 빠져있었다. 여름에는 여름(Summer) 앨범 속 음악을 지겨울 정도로 들었고, 9월 내내 9월(September) 앨범을 들었었다.


캐논은 그래서 내게는 조지 윈스턴의 변주곡으로 가장 익숙하다. 첫 직장에 다닐 때 한두 달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던 것은 캐논 변주곡을 언젠가는 직접 연주해 보고 싶다는 단 하나의 목표 때문이었다. 그때는 물론 실패했지만 말이다.


최근 나는 다시 바이엘 단계의 피아노 학원생이 되었다. 이번에는 바이엘에서 벗어나 캐논 변주곡에 도전해 보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조금 바빠지면 그 핑계로, 조금 어려워지면 또 마음이 피곤해져서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포기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도전한다. 모든 시도가 꼭 완벽한 1등이라는 결과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간편 버전으로 캐논을 연습해 본다.

누구나 아는, 변주가 유난히 많은 음악이기도 하니,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버전이라 하더라도 윗 소리가 들리게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제 막 바이엘 3단계를 마친, 손가락의 힘도 고르게 조절하지 못하는 나 같은 초보자는 더더욱.


학원 선생님이 쉽게 편집된 캐논 악보 위에 메모해 준 글자를 되새긴다.


윗 소리 들리게.


사진 c.정연진

2021 / [캐논까지 느릿느릿]/ [계절의 오행](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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