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격리시절 3
단지 이동 빈도가 줄어들었을 뿐인데, 직접 만나는 관계의 수가 조금 적어졌을 뿐인데, 2020년 여름 현재,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답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의 경우는 그나마 조금 잘 버티겠다 싶은 것이 평소에 약속이 별로 없는 편이고, 격리 명령이 아니어도 으레 집 안에만 박혀있는 편이라.
그런데 사람 심리란 참 신기해서, 격리를 의무로 하지 않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하루 종일 집에 있었구나.'하고 여유있게 지나갈 마음도, 반드시 격리를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정반대의 마음이 되더라는 것이다. 괜히 답답한 마음이 들고, 커다란 방충망 안에 갇혀있는 것만 같고 말이다. 사실은 행정명령이나 격리대상이 아니었어도 어차피 약속도 적고, 방학이었고, 2학기는 일단 일도 없어서 집에 있어야 할 처지가 아니었나.
비생산적인 날들이 이어지면 금새 지친다. 처음 일주일쯤은 나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오랫만에 주말 여유를 가진 것 같은 마음으로 여유롭다가 일주일이 지날 때쯤 정신을 차려 진다. 그동안 매일 먹고 마시고 티비보고 자고 또 먹고 마시고를 반복하고만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야근을 일삼던 직장생활에서는 주말 한낮의 이런 여유만 기다렸는데, 일이 없다는 것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현실이 되면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안 되는 문제인가 보다.
비생산적인 하루, 일주일, 그리고 한달 한달... 생활은 계속 불규칙적이고 몸은 더뎌진다. 특히 이 곳에서의 비생산적인 날들, 땅을 밟지 못한 격리 수준의 생활도 어느 새 한달을 훌쩍 넘겼다. 아예 일을 쉰 기간을 따지면 1년이 되어가는 시점인데, 지난 한달 간은 정말 더없이 무의미하고 덥기만 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난 달, 싼 월세에 적당한 집을 구하려고 한 것이 오히려 급하게 구한 셈이 되면서 원룸 한번, 소형 아파트 한번의 계약금을 날렸다. 상황이 바뀌어 집을 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직장 동료가 추천해서 계약했던 원룸을 취소했더니 거기서 수십만원의 손해가 생겼다. 그러다 며칠 사이에 집을 다시 구해야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는데 입주 날짜가 맞지 않아 주인과 중개사와 실랑이를 하느라 며칠을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갈 곳이 없어 숙소를 찾아야했다.
숙소 비용은 고스란히 카드빚으로 돌아오고 있다. 두번째 알아본 집의 주인은 수리가 되기도 전에 "즉시입주"로 집을 내놓았고(물론, 중개사의 홍보문구였겠지. 나중에 보니 중개사의 욕심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었다.), 집수리가 늦어져 예정했던 입주날짜보다 며칠 간의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 게다가 하필 그 시기는 7월의 마지막 주였다. 코로나 사태에도 지방으로 휴가차 내려 온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호텔이든 모텔이든, 게스트하우스였든 몇달간의 손해를 메꾸기라도 하려는 듯 남은 숙소들을 평소보다 몇 만원씩 비싸게 내어주고 있었다. 오늘밤 당장 잘 곳이 없다는 것, 갈 곳이 없다는 것은 사람 마음을 참 답답하고 우울하고 슬프게 만드는 일이었다.
중간에 알아본 다른 집은 세입자가 자신이 구한 집의 일부를 다시 세를 놓으려는 것이었는데, 내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주 싸게 먹히는 것이었으므로 솔깃했다.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이기도 했고 안전하고 편리한 시설을 갖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집으로 가려면 입주 청소부터 다시 해야 할 상황에, 주3일 정도는 원 세입자가 개인과외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비어있는 방 한 칸을 나에게 내어 주고 본인은 원래 자신이 거주해야 하는 개인과외교습소의 용도를 충족할 수 있게 되는 셈이었던 것 같다. 월세를 생각하면 솔깃한 것은 맞지만 어쨌든 외부인의 출입이 잦을 곳이었고 매주 3일 이상은 적당히 시간을 맞춰서 외출을 하거나 조용히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여차저차해서, 20년이 넘은 작은 아파트, 중학교의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공간으로 오게 되었다.
장마철에 시작된 집 구하기는 마침 빈 집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서를 써 버리면서 일단락 될 것처럼 보였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8월 첫주가 지나면서 잠잠해 보였던 전염병의 확산은 다시 시작되었고 곧바로 2주이상의 일상적인 격리 생활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이 1단계 거리두기에 멈춰 있을 때에도 이 곳은 갑작스러운 전염병의 확산으로 인하여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되어 장기전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8월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비생산적인 날들의 연속, 또 연속.
나의 여름, 2020년의 여름은 그렇게, 땀띠같은 불편한 기억만 남기고 지나가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