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시님은 잘 지내고 있을까

우리들의 격리시절 7

by 정연진

친구를 통해 '오로시'님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녀의 본명은 모른다. 친구를 통해서 내 책을 받은 오로시님이 책의 어느 한 페이지에 있던 '오롯이'라는 단어를 통해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고 했던가, 어쨌든 그녀가 블로그를 열고,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데에 나도 약간의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그녀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오로시님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6월 전후까지는 친구를 통해 그녀의 소식을 몇 번쯤 접했는데 여름이 시작되면서 장마에, 코로나 블루에, 개인적인 사정까지 겹치면서 석달이 정신없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눈을 들어보니, 장마 끝이었고, 여름은 지나간 듯 했으며, 태풍 두어 개가 눈 앞에 와 있었다. 그리고 이번 주, 갑자기 오로시님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친구와 연락한지도 두어달 쯤 된 것 같다. 중간에 확인해본 바에 의하면 오로시님은 어디론가 출장을 다녀온 듯도 했으며 건강하게 잘 지낸 듯하다. 한글 [오롯이]의 발음대로 자신의 필명을 지어낸 것도 기특하고, 직업이 무엇인지 글쓰는 감도 참 좋은 친구 같았다. 우리는 친구를 통해 서로 아는 사이가 되었으나 한번도 서로 직접 대화를 하거나 만난 적은 없다. 그런데도 이 친구는, 참 신기하게도, 아는 사람인 것만 같다.


아마, 오로시 님을 소개한 내 친구를 내가 신뢰하고, 그와 가장 친한 친구라는 생각에 마음을 놓고 대해서일 수도 있다. 오늘 짐을 정리하면서 보니, 내가 오로시님에게 보내주려고 모아 둔 몇가지 도서관련 소품들이 그대로 있다. 우체국 택배용 작은 박스에도 덜 차는 양이라 보낼 물건이 조금 더 쌓이면 보내려고 했는데 기약이 없다.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 박스 안의 물건들을 보고 있다가, 오로시님의 안부가 궁금해졌던 것 같다. 이름도 참 기가막히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단어의 원래 뜻이 가진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성이 '오'씨이고 이름이 '로시', 마치 '장미같은'의 느낌을 주는 이런 이름을 어찌 이리 잘 만들어 정했는지. 어쩌면 그녀는 홍보회사의 카피라이터인지도 모르겠다. 아니아니, 해외 출장도 다니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어쩌면 무역회사? 아니면 글의 편집이나 기획같은 것을 맡아하는 에디터?


궁금해진 김에 오로시님의 블로그에 잠시 다녀왔다. 담벼락 위로 몰래 안부를 훔쳐보듯, 로시님의 네이버 블로그를 슥슥 보다가 돌아온다. 바로 며칠전까지도 새로 올라온 글이 있다. 음, 잘 지내고 있군. 더불어 내 친구의 안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친구의 안부가 궁금한 일이 얼마만인가,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아닌데도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는 것을 보면 친구와 오로시에 대한 나의 관심이 꽤 컸나 보다. 면대면이 아니라 비대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만남이 주를 이루는 세상, 문득 안부가 궁금할 때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슬쩍 안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구나 싶다.


나도 모르는 어느 때에 '잘 모르는 아는 사람'으로 나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까. 나처럼, 문득 아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 찾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들의 이 격리시절은 어떻게 기억될까.

로시님이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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