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오행](2023)_12NOV22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 이랬다 저랬다 한다. 혼자 생각했다가 말았다가 하는 것이야 다른 사람과 얽히지도 않고 책임질만한 어떤 행위가 되는 것도 아니므로 혼자서 하루에 수백만 번 마음먹고 바꾸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마음 하나만이라도 '마음대로' 하고 사는 자유, 생각의 자유는 모든 개인의 유일한 전유물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마음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간 대화에서 종결되거나 내뱉은 '말'이 되어 버리면, 마음을 자주 바꾸어 말하는 습관은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마음을 먹고 그것을 공론화하고나서 다시 마음을 먹고 그 마음의 변화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더 이상 마음의 영역이 되지는 않는다.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싫다. 가벼운 거짓말들은 해명이나 변명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사회에서 거짓말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문제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혼자서 했던 생각, 또는 마음먹은 일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난 뒤라면 그 마음과 그 말은 이미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관계에서 조금 지치는 부분들은 바로 이런 지점이었다.
'이제 이렇게 할 거야.'와 같은 얼핏 보면 지나가는 대화에서 오갔을 법한 저 내용들이 만일 듣는 사람의 생활이나 일정에도 영향을 주는 계획이었거나, 또는 말하는 사람의 저 결심을 들은 사람이 그것을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믿어버린 상황이라면 그것은 사실 지켜져야 한다. 자신이 먹은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뱉으며 '그래, 그렇게 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는다. 사실 관계에서는 자격증 시험이나, 내년 계획과 같은 일 정도야 그 사람 마음이나 계획대로 하면 그만인 일이 되어 다시 이야기 꺼낼 사안도 아니지만, 갈팡질팡 하는 마음을 잡아주기 위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생각해 주고, 함께 마음을 나누고, 일정과 계획을 함께 정하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지원을 하는 등 마음을 먹는 과정에서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지켜보았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최소한 상담가의 입장에서는 저 마음을,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라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을 먹는 일'이 말과 글이 되어 전해지고 기록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그것은 이미 약속인데도 이런 약속을 아주 자주, 아무렇지 않게 바꾸어버리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그때 그때 그 마음을 바꾸고 바꾸고, 또 바꾸는 습관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그건 그냥 실없는 사람일 뿐 무게가 없다.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마음과 말이 그만큼 가벼운 것으로 치부된다는 이야기겠지.
나는 언젠가부터 '누구는 그래서 10월에 이렇게 하기로 했대.', '누구는 결국 이렇게 하기로 했대.'와 같은 말들을 전해 들어도 평소 그 누구가 마음먹기를 얼마나 쉽게 하고 쉽게 바꾸는지에 따라 '카더라' 통신 버전으로 전달하는 일들이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 이렇게 한다고 들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전하는 일이 다음 순간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아 다시 원점이 되고 만 일들을 나는 수차례 경험했다. 물론, 나 자신도 살면서 이렇게 하기로 했다가 또 저렇게 하기로 했다가, 시작했다가 말았다가, 또 마음먹고 해 보려다가 실패하기도 했지만 모든 결정들은 내 책임 하에 내가 정리할 수 있는 선에서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지나친 진중함을 타인이 알리도 없고 어떤 신뢰 같은 것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나 자신은 알지 않는가, 내가 나 자신에게 또는 상대에게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대화 속에서 실없이 던진 가벼운 입말이었는지 정도는.
'누구는 어떻다고 하더라'와 같은 루머와 소문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를 생각해 본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나는 내가 처한 어떤 상황을 건네 들어서 알고 있다는 사람을 만났을 때 기분이 좋지는 않았었다. 물론 조금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기도 했지만, 나와 전혀 모를 만한 관계의 사람들에게 나의 아주 개인적이고 민감한 일이 정보가 되어 존재했다는 것이 놀랍고 싫었다. 그리고 그것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아주 큰 문제였어서 내게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마음을 먹는 일, 그 일부터 너무 쉽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마음을 먹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그것을 말하고 행동하고 또 실천할 수 있는 어떤 시작점에 서게 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자기 자신에게조차도 함부로 하지 않으려는 말과 행동, 그것은 마음을 먹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종의 신뢰의 문제일 것이다.
그냥 쓸데없는 생각 한 번 해 보았다. 마음을 먹는 일이 언제나 너무 쉬워서 누구에게는 적당히 계산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쉽게 할 수 있는 아무것이라면...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이, 너무 쉬운 일들은 결국 그만큼의 가치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결국 그 무게만큼의 결과를 가져다주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