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먹는 법

[계절의 오행](2023)_17NOV22

by 정연진


나는 음식이나 요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 심각할 정도로 음식이나 요리의 매력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음식을 만드는 것, 먹는 것 그 어느 쪽도 즐겼던 기억은 없고 그냥 '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로서의 음식 마니아다. 몇 가지 좋아하는 먹을 것을 제외하고는 인간적인 것의 미학에 관심이 없는 참 매력 없는 인간이다.


맛있는 요리들을 안내서도 없이 뚝딱뚝딱 해 내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김치를 만드는 일도, 그 흔한 된장찌개를 맛있게 만드는 보통 사람들도 신기하다. '적당히' 양념재료를 넣어서 각종 한국 국 요리들을 만들어내는 우리네 한국 엄마들은 그래서 나에게는 항상 대가들이었다. 나의 엄마는 요리를 정석대로 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요리는 그 '맛없는' 손맛으로도 뚝딱뚝딱 해 내신다. 모든 엄마들은 비장의 무기 하나쯤은 장착하고 계신 듯한데, 나의 엄마의 경우, 고춧가루가 뿌려진 오징어 콩나물 국 같은 것들을 대충대충 해 주시는데 신기하게도 얼큰 시원한 대단한 해장국이 되었다.


음식을 잘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먹는 일도 잘 못하는 나는 이상한 개체인 것 같다. 생선 뼈를 잘 못 바른다. 보통은 귀찮아서 그럴 것이라고 다들 생각해 버리는데, 닭뼈나 감자탕의 고기도 야무지게 발라내어 먹지 못한다. 특히 햄버거를 먹는 것은 항상 힘들었다.

햄버거를 먹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면, 햄버거 포장지를 잘 펴고 적당히 잘 말아서 한 손에 쥐고, 속재료들이 하나도 흘러나오지 않게 잘 먹는 사람들은 너무 신기하다. 비슷하게 서브웨이 샌드위치도 마찬가지. 햄버거는 내가 입을 크게 벌려도 한 번에 베어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내가 햄버거를 먹을 때는 언제나 - 속재료가 적은 치즈버거나 빵조각 두 개에 패티 한 장만 넣은 정도로 얇은 것이 아니면- 십중팔구는 양상추며 소스들이 이리저리 요동치며 흘러내린다. 유독 햄버거류는 깔끔하게 먹기 힘들었다. 그래도 햄버거를 꽤 먹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그때도 자주 먹은 것은 아니었는데 고기를 많이 안 먹었던 사연이 있어 지금까지 내가 먹은 햄버거 수는... 아마 100개는 넘지 않을 것 같다. 많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벼락치기로 일을 끝내고 나면 보통은 밤 10시가 다 된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잘 쉬고 서두르지 않고 일하러 가면 될 것을, 나는 아침잠이 많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챙겨서 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사무실 또는 작업실에서 준비를 하고 아침에는 일어나 바로 나가는 편을 선호해 왔다. 오후 늦게부터 준비한 일은 중간중간 다른 일로 방해받고 하느라 늘어지고 늘어져 밤늦은 시간까지 마무리를 못한 채 남아있곤 한다. 내 복이 그런 것인지, 나는 출퇴근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칠 수 있고 집으로 일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일들은 출퇴근 시간과는 관계없이 일의 완성도가 중요한 분야였다.


밤 10시 전후에는 편의점 외에는 출출함을 달랠 곳이 없다. 그런데 편의점 간식들을 자주 먹지 않는 편이고 귀찮아서 편의점까지 가기도 싫은 적도 많았다. 생각 없이 곧장 집으로 돌아오면 아차, 집에는 먹을 것이 거의 없다. 나가기가 귀찮아 또 그냥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다시 출동. 이 놈의 잠 때문에 아침은 늘 급하다. 일출도 보고, 차도 마시는 여유로움은 부려 볼 수 없다. 이번 학기는 또 1교시 수업이 있어 수업 시간보다 최소 한 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겨우 수업 시작 10여분 전에 도착한다. 아침 7시반 전에는 집을 나서야 여유가 있다.


적당한 정도의 허기는 오히려 어떤 일에 집중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진짜 집중을 잘하기 위해서는 뇌에도 몸에도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뇌라는 기계를 돌리려면 굶고서는 안 되는 법... 그날 퇴근 무렵에는 몇 시간 일을 열심히 하고 났더니 개운하면서도 기분 좋게 출출해졌던 것 같다. 갑자기 맥도널드가 생각나 조금 돌아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2017년, 지방에서 서울로 일주일에 두 번 오가며 일할 때, 수업을 마치고 기차를 타러 용산역으로 가려는 길에 학교 근처에 있던 맥도널드에 몇 번 들른 적이 있다. 내가 갈 때마다 매장은 한산했던 편이어서 조금은 여유롭게 이동을 준비할 수 있었다. 잠깐씩 숨 쉴 틈을 준 그 시간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나는 수업 전에 밥을 먹으면 왠지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있어 가능한 점심시간 이후가 수업시간일 때에는 점심을 거르는 편이었다. 그 해 가을에는 서울에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기차를 타야 했었다. 수요일마다 지방대학의 야간수업이 있었는데 오후 1시 서울에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용산역으로 이동해 기차를 타고 내려가야 겨우 시간이 맞았다. 출출함을 넘어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배가 고픈 적도 가끔 있었다. 기차를 겨우 잡아타느라 플랫폼 앞 가게에서 간단한 음료 하나 사지 못하고 뛰다시피 기차에 올라야 했던 기억들. 그래도 힘든 줄 몰랐다. 일주일에 2천 킬로 이상을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싫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버틴 것인지. 돌아보니 2017년부터 2019년까지였으니 거의 2-3년을 그런 생활을 했구나… 지난 몇 년 사이에는 두어 번쯤 일과 일 사이를 오가며 요기를 위해 맥도널드에 들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새로 나온 메뉴 중 아무거나 주문해서 받아 들고서는 곧장 한 입 베었지만... 나는 이내 차를 멈추고, 차분히, 천천히 햄버거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햄버거 먹는 법을 모른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크게 한입 베었다가 왼손이 온통 소스투성이가 되고 만 것이다. 서둘러 닦아내고 아예 여유롭게 먹기로 한다. 밤, 음악, 그리고 2017년의 맥도널드의 그 기억을 잠시 더듬어보면서.


보통은 햄버거 포장을 잘 둘러서 조금씩 조금씩 베어 먹었던 친구도 있고, 크게 크게 베어 무는 친구들도 있었던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방식으로 햄버거를 먹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안 되지? 결론은, 나는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한다. 햄버거는 한 번에 내 입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 현실에 대해서는 또 긴긴 이야기로 남길 수도 있겠으나 의미가 없어 보인다.(턱관절과 치아의 구조 때문에 수술 외에는 완벽한 치열 구조를 가져볼 방법이 없다. 수술은 그 악명 높은 양악이어야 하고 나는 수술은 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햄버거를 먹는 방식은 햄버거의 포장을 뜯기 전에, 손으로 햄버거 자체를 꾹 눌러버리는 것이다. 호떡처럼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찌그러진 찐빵 정도의 두께로 만들어 버린다. 이렇게 하면 포장지 안에서 소스는 번져있고, 가끔은 중심을 잘못 눌러 빵과 토마토, 고기 패티들이 삐뚤빼뚤하게 삐져나오기도 하지만, 먹다가 사고 치는 것보다는 이 편이 낫다. 햄버거를 두 조각으로 잘라 먹는다 해도 깔끔하게 먹을 수는 없었다.


햄버거 잘 먹는 법, 이런 것은 어떻게 연습할 수 있을지. 지금은 아주 어려운 음식도 조리법을 찾아 그대로만 하면 전문가 뺨치게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 굳이 조리법을 배울 필요도 사실 없는데, 햄버거 잘 먹는 법, 손 안 대고 생선 가시 잘 바르는 법, 치킨 뼈에 붙은 살 잘 발라 먹는 법... 이런 것들은 어떻게 연습할까.(연습이 왜 필요한가. 필요 없는 일이다.) 언젠가 떡볶이를 대충 만들어보고 맛을 내는 한두 가지 방법만 찾아 따라 해 보았더니 대단한 요리가 된 적이 있었다. 나도 요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햄버거는 멋지게 ‘우와앙’하고 덤비지 못하겠다. 햄버거를 나는 잘 먹을 수 있을까? 신체구조상 햄버거는 물론이고 찢지 않고 위아래 치아로 베거나 뜯어먹어야 하는 메뉴들은 결코 나와는 맞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굳이 턱에 무리가 갈 정도로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냥 대충 먹으면 되지.) 햄버거 포장을 다 뜯어내 패티를 따로따로 나누어 먹던 내 모습이 이상했을 친구들, 아마 속으로는 욕들 좀 했을 것이다.


베어 먹는 일은 그날도 실패했다. 역시 음식에 관한 것은 하는 것이든 먹는 것이든 나랑은 안 맞다. 먹는 일의 즐거움은 언제 알 수 있을까. 아아, 나라는 인간, 햄버거 먹는 법 하나도 모르고... 살면서 배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을밤, 나는 길 한쪽에 차를 세우고 음악을 들으며 지하철 6호선 몇몇 정거장에서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햄버거를 베어 물며, 햄버거 잘 먹는 법에 대해 생각하던 중이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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