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 Nov 24. 2019

콘텐츠 기획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5가지 생각

콘텐츠 기획의  Do's and Don'ts

콘텐츠 기획은 참 어려운 영역이다. 감으로만 되는 영역도, 숫자로만 되는 영역도 아니다. 모든 노력, 시간, 열정을 다 쏟아부어도 망하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최소한의 리소스 투입으로 빵 터지는 콘텐츠도 가끔 있다. 잘되는 콘텐츠의 왕도는 없다. 그렇지만 콘텐츠가 망하는 분명한 길은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내가 현업에서 경험하면서 결론 내린, 망하는 기획의 5가지 모습을 정리해본다.


1.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서 폭넓은 독자층을 만족시키겠어!

2. 컨셉이 너무 일관되면 질릴 수 있으니 다양한 컨셉과 톤앤매너를 활용하자! 

3.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내보내지 않겠어!

4.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 지키지 못할 업로드 계획은 세우지 않겠어!

5. 콘텐츠 만들 시간도 부족한데, 데이터 분석은 여유가 생기면 하자!






1.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서 폭넓은 독자층을 만족시키겠어!


'다양성'은 참 좋은 말이지만, 콘텐츠 기획에 있어서는 조심해야 하는 단어이다. 독자들이 질리지 않게 여러 가지 모습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제가 다양해서는 곤란하다. 달리 말하면, 내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꿰뚫는 하나의 주제가 있어야 한다. 본인이 제작하는 콘텐츠를 통해 본인의 채널이 어떤 맛집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고민해 보면 좋다. 


내가 했던 시행착오는 이런 거였다. 채식을 지향/실천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그들의 다양한 pain point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기획했다. 그들이 겪는 불편함을 4가지로 분류했고, 그에 따라 4가지 콘텐츠 주제가 나왔다.


1) 채식메뉴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외식이 어려움 -> 채식 맛집 추천 콘텐츠

2)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음 -> 채식 레시피 콘텐츠

3) 채식을 하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 혹은 걱정됨 -> 채식 관련 건강 콘텐츠

4) 식물성 식품이나 기타 비건 제품들은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모르겠음 -> 비건 제품, 비건 패션 콘텐츠


이 외에도 채식 관련 뉴스, 채식과 환경에 관한 칼럼, 채식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담은 칼럼, 비건 라이프에 대한 칼럼 등 인수인계받을 때 넘겨받은 것들도 함께 기획했다. 당시 내가 이렇게 전략을 짰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i) 현재 우리 앱에 들어오는 유저 수가 적으니, 매일 콘텐츠를 생산해 매일 유저가 들어올 유인을 만든다.

ii) 채식 관련 여러 주제를 선보임으로써, 그중에 하나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게 만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안이하고, 공급자 중심적인 생각이었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콘텐츠 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A채널: 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맛집에 대한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린다.

B채널: 맛집, 제품, 레시피, 건강, 환경, 철학 등 채식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올린다.


당신이 수요자라면 A채널과 B채널 중 어떤 채널을 구독할까? 만약 당신이 맛집에 관심이 없다면 A채널을 구독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B채널을 구독할까? 내 대답은 '글쎄'다. 채식이라는 큰 주제 안에 있기는 하지만 너무나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B채널은 그 무엇에도 전문성이 없어 보인다. 달리 말하면, 어떤 독자가 특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 B채널이 되진 않을 것이다. A채널의 전략으로 간다면, 맛집을 찾고 있는 독자들의 구독률은 확실히 올릴 수 있다. 그러나 B채널의 전략을 선택한다면,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채널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포부는 버려라. 그건 헛된 꿈이다. 대신, 소수의 독자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주제, 당신이 깊게 파고들고 싶은 하나의 주제를 잡자. 다양성은 그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 컨셉이 너무 일관되면 질릴 수 있으니 다양한 컨셉과 톤앤매너를 활용하자! 


콘텐츠의 주제만큼이나 일관성이 중요한 것이 컨셉과 톤앤매너다. 인스타그램이든 유튜브든, 그 채널에 들어갔을 때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느낌이 중요하다. 톤앤매너가 중구난방인 채널은 명확한 컨셉이 없어 보이고, 더 나아가 전문성이 떨어져 보인다. 


컨셉과 톤앤매너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구체화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컬러

유튜브 하면 떠오르는 색은? 빨강

페이스북 하면 떠오르는 색은? 파랑 

배달의 민족 하면 떠오르는 색은? 민트 

네이버 하면 떠오르는 색은? 녹색


색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한 번 인식되면 쉽게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한 번 정착되고 나면 브랜드의 정체성과 깊은 연관을 갖게 된다. 멀리서 민트색 스쿠터만 봐도, 배달의 민족이구나 하고 인지하게 되는 것이 컬러의 힘이다.


빨주노초파남보 단순한 색 계열에서 좀 더 깊이 들어가 파스텔톤의 은은한 느낌을 줄 것인지, 진하고 강렬한 느낌을 줄 것인지, 그라데이션을 줄 것인지, 여러 색을 함께 써 눈에 띄게 할 것인지 등 색은 그 응용이 변화무쌍하다. 색 하나만으로 산뜻한 느낌, 진중한 느낌, 세련된 느낌, 신뢰감 있는 느낌, 고급스러운 느낌, 가벼운 느낌, 친근한 느낌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한 가지 색의 톤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밝기, 대비, 채도, 색온도, 음영, 투명도 등을 조절해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색과 함께 쓰는 다양한 실험도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콘텐츠 주제와 가장 부합하는, 사람들에게 인지되고 싶은 우리의 이미지를 더 잘 고취시켜주는 컬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글씨체

글씨체 또한 콘텐츠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준다. 브런치에 디폴트로 있는 6가지 서체만 봐도 느낌이 모두 다르다.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어떤 느낌인지는 다르겠지만, 내가 느끼는 느낌은 이렇다.


- 안녕하세요 (본고딕) -> 튀지 않고, 어디에든 무난하게 어울리는 느낌

- 안녕하세요 (나눔명조) -> 진지하고 신중한 느낌

- 안녕하세요 (나눔고딕) -> 본고딕보다 좀 더 부드러우면서 친근한 느낌

- 안녕하세요 (나눔바른고딕) -> 나눔고딕보다 좀 더 날렵한 느낌

- Hello (Helvetica) -> Modern, simple ambience

- Hello (Georgia) -> Luxurious ambience


이 외에도 시중에는 상업적으로든, 비상업적으로든 활용 가능한 서체들이 참 많다.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고, 눈에 잘 읽히면서,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해줄 서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서체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 상업적 이용에 문제가 없는 서체를 잘 골라서 사용하도록 하자.


3) 말투

흔히 어미로 구분되는 말투에도 일관성이 있는 것이 좋다. 어떨 때는 "~한다", 어떨 때는 "~해요", 또 어떨 때는 "~했습니다" 하며 말투가 바뀐다면, 매번 화자가 달라지는 느낌이 든다. 콘텐츠를 통해 독자와 소통하며 친밀감을 쌓아야 하는데, 말투가 계속 바뀌면 매번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 독자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장애물이 될 것이다. 


4) 캐릭터

캐릭터를 활용해 콘텐츠를 내보낸다면, 일관성 있고 설득력 있는 설정값을 가진 캐릭터가 중요하다. 밝고 명랑한 캐릭터라면 어느 상황에서든 초긍정으로, 진지한 캐릭터라면 엄근진으로, 똑똑한 캐릭터라면 설명충으로. 또한, 캐릭터가 자주 바뀌면 독자가 캐릭터에 애정을 갖는 것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5) 이미지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사진이나 그림이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다. 음식이라는 하나의 주제도 여러 가지 이미지로 표현될 수 있다. 전문 사진기자가 찍은 것 같은 고퀄리티의 사진으로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일 것인지(예시1), 누구나 일상에서 찍을 법한 밥상 사진으로 친근한 느낌을 줄 것인지(예시2), 예쁜 음식 사진보다는 다 먹고 남은 빈 그릇을 통해 음식이 실제로 맛있었다는 사실을 시각화해서 선보일 것인지(예시3) 등이다. 이러한 이미지에도 일관성을 갖고 가야 한다. '이 채널에 가면 정말 예쁜 음식 사진을 볼 수 있어', '따뜻한 집밥이 그리울 땐 이 채널을 찾아', '정말 싹싹 긁어먹을 만큼 맛있는 진짜 맛집은 이 채널에서 찾을 수 있어' 등 독자가 우리 채널을 어떻게 떠올렸으면 좋겠는지를 상상해보면 그 답이 나올 것이다.

예시1: 고퀄리티 사진으로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


예시2: 평범한 일상 밥상 사진으로 친근한 이미지




예시3: 빈 그릇을 통해 음식이 실제로 맛있다는 사실 전달



















3.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내보내지 않겠어!


콘텐츠 기획에서 '완성'이라는 단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달리 말해, 콘텐츠 제작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내는' 것이다. 결과물의 완성도를 수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콘텐츠의 특성상, 시간을 들이면 언제든 고칠 거리는 나온다. 그렇게 고치다 보면 평생 고치기만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콘텐츠 제작은 적정한 선에서 끝을 내어 세상에 내보내야 한다. 그 적정한 선은 두 가지 기준을 두고 기획자가 정하면 된다.


1) 시간적 기준: 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의 상한선을 정한다. 예컨대 한 콘텐츠에 10시간 이상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10시간보다 더 투입하고 싶더라도 10시간이 되면 멈추고 게시한다.


2) 질적 기준: 기획자가 보기에 '최소한 이 정도의 퀄리티'는 되어야 한다는 하한선을 정한다. 최소 퀄리티 기준을 넘은 콘텐츠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더 개선할 수도 있지만) 바로 세상 빛을 보게 한다.


만약 최소한의 질적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이미 시간은 10시간이 투입된 콘텐츠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면 그 콘텐츠를 과감히 버리라고 하겠다. 본인이 정한 최장 투입시간을 투자해도 일정한 퀄리티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프로세스 어딘가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애초에 주어진 시간과 자원의 제약 안에서 할 수 없는 콘텐츠를 기획했거나, 기획이 섬세하지 못해 제작 단계에서 시간 소모가 많이 되었거나, 기획자-디자이너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거나 하는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 문제점을 찾아내어 고치고, 다음에는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4.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 지키지 못할 업로드 계획은 세우지 않겠어!


영화 <기생충>의 송강호가 말했다.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라고. 계획을 하지 않으면, 계획이 틀어질 일도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콘텐츠를 기획할 때 무계획은 정말 곤란하다. 지키지 못할 계획이라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콘텐츠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 SNS,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올린다. 그중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올린다는 것이다. '시간이 될 때 콘텐츠를 올린다'는 마음가짐으로는 대부분의 경우 오래가지 못하고, 업로드 주기도 들쭉날쭉해진다. 비정기적인 콘텐츠를 기다리고 찾아주는 독자들은 없다. 독자들이 잊기 전에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가 즐겁게 해주는 것이 콘텐츠 기획자/크리에이터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설령 100% 지키지 못할 것이라도 일단 계획하고 독자들에게 약속하는 것이 좋다. 입 밖으로 '매주 무슨 요일에 찾아갈게요'라고 내뱉고 나면, 이는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한다. 몸이 피곤하고 바쁘더라도 그 약속을 맞추려 노력하게 되고, 맞추지 못하면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만약 아무 계획이 없었다면 아무 부담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재 일정을 못 맞춘다면 양해 글을 올리면 된다. 그런 글에 욕하고 비난하는 독자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응원해주고 기다려준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고, 업로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것이 좋겠다. 






5. 콘텐츠 만들 시간도 부족한데, 데이터 분석은 여유가 생기면 하자!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허덕이는 나머지, 지나간 콘텐츠에 대한 평가 내지 분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콘텐츠를 세상에 내보내고 나서 좋아요수나 조회수 등 기초적인 지표는 누구나 틈틈이 체크할 것이다. 좋아요나 조회수가 높으면 좋아하고, 낮으면 실망한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그치면 안 된다. 체계적으로 자신에게 중요한 KPI를 선정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며, 흥하는 콘텐츠와 망하는 콘텐츠의 원인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콘텐츠의 개선 속도는 매우 더딜 수밖에 없다. 학창 시절, 오답노트를 작성하지 않고 주야장천 문제집만 풀어 재끼는 학생들이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이유와 같다. 


콘텐츠와 관련한 데이터 분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다른 글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여기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선방안 도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글을 끝맺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콘텐츠 기획, 어떻게 시작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