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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Jul 19. 2020

마케터가 아니지만, 마케팅을 해야 한다면

장인성 <마케터의 일>을 읽고

나는 마케터가 아니다. 대학시절 경영대 수업 하나 들어본 적 없고, 마케팅을 하고 싶다든가 마케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 사업팀에서 일하고 있는 현재의 나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 그래서 마케팅에 대해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배달의 민족 CBO(Chief Brand Officer) 장인성의 <마케터의 일>을 읽게 되었다.


나는 마케터가 아니라고 생각해왔기에,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웠던 것은, 그가 묘사하고 설명하는 마케터의 일들이 내가 스타트업에서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남들이 보기에는 '마케터의 일'로 이해될 수 있고, 마케팅이라는 것이 마케팅 수업을 듣고, 기법을 배우고, 마케터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인성이 말하는 <마케터의 일>은 기본에 충실하다. 현란한 기법과 전술을 나열하며, 본인의 업적과 능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장인성이 지금의 그 자리에 있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마치 서울대생들이 "국영수 위주로, 교과서 중심으로, 예습 복습 철저히 했어요"라는 뻔하디 뻔한 공부비법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고리타분하지만 계속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마도 이게 가장 진리에 가깝기 때문이겠지. 기교는 많이 부리지만 기본기가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 이 책도 결국에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목이 <마케터의 일>이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일하는 사람들의 일>이기도 하다. 작가는 아주 겸손하게도 마케터 장인성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라고 말하지만, 책의 많은 부분이 보편적인 이야기처럼 들렸다. 책을 구성하는 4가지 챕터의 제목이기도 한 기본기, 기획력, 실행력, 리더십. 어떤 분야에서 어떤 직무로 일하든, 이 4가지가 필요치 않은 경우가 얼마나 될까? 결국에는 훌륭한 마케터가 되려면,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먼저다.


또한, 장인성이 말하는 마케팅의 3단계는 사실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있다.

1. 목표 세우기

2. 방법 찾기

3. 계획 실현


뛰어난 마케터가 되기 위해, 마케팅 사례집을 읽고, 마케팅 툴을 공부하고, 유료광고를 직접 돌리며 경험을 쌓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본질은 위의 3단계를 거쳐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비단 마케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하는 사람들이 취해야 할 방법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우 쉽게 읽히는 책이다. 나보다 몇 년 일찍 일을 시작한 선배가 차분하게 내 옆에서 자기 이야기를 해주고, 내 의견을 묻고, 조언을 해주는 느낌이다. 실제 경험 위주의, 짤막한 에세이 형식으로 이루어져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아래는 읽으면서 특히 내게 와 닿았던 몇몇 구절을 복기하고 얻은 것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마케팅의 본질은 소비자에 있다. 모든 생각과 관점, 목표, 방법론, 계획은 그들로부터 시작해 그들로 끝나야 한다.

누구에게 팔면 좋을지,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은 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원인을 찾고,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최적의 방법을 만들고,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 제대로 실행해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는 것, 이게 마케팅의 기본이고 본질이고 실체라고 말이죠.
마케팅의 본질은 소비자에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사 제품/서비스를 바라보고, 소비자가 모르는 그들의 불편까지 느끼고, 소비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알고 들려주는 것,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것이 우리 일의 본질입니다.
파는 사람은 팔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사람들이 사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 이 좋은 걸 왜 안 사는지 이해가 안 될 겁니다. 사게 하는 사람은 사는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왜' 사고 '왜' 사지 않는지 상상합니다. 어떤 마음을 만족시켜서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중략] 사게 하는 사람이 더 잘 팔 수 있습니다.


2. 팀으로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왜'에 대한 공감이다. 그 일을 하는 이유와 배경, 동기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해야 모두가 함께 바라보는 목표를 세울 수 있고, 그 목표에 도달할 최선의 방법을 함께 찾아나갈 수 있다.

왜 하는지,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맞는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협업할 때 반드시 '왜'를 충분히 이야기해서 공감해야 한다.
목표에 맞는지 확인한다, 결과물 평가 말고. 카피를 포함한 모든 글에는 목표가 있습니다.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합니다. '이 카피의 의도는 뭐예요?', '그럼 이 카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요?', '제삼자인 고객이 봐도 그렇게 느낄까요?', '고객은 어떤 상황에서 이 카피를 보게 되나요?', '그 상황에서도 똑같이 느낄까요?', '그래서 우리 의도대로 고객들이 움직여 줄까요?' 같은 질문들입니다.


3.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되는 방법을 찾아라. 우리의 임무는 주어진 문제를 수수께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푸는 것'이다.

기획 단계에서는 안 될 만한 이유와 되는 방법이 동시에 떠오르게 마련이다. 되는 방법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문제를 더 잘 풀 수 있다.




마케팅에서 더 나아가, 일의 본질과 기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경험하고, 공감하고, 함께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가끔씩 일이 지치고 힘들 때 들춰보며 위로를 받고 다시 달릴 수 있게 도와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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