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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Mar 02. 2022

스타트업의 본질은 문제를 푸는 것이다.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을 보고

2019년 기존 택시 업계와의 이해 충돌로 논란이 시작되어 2020년 3월 일명 '타다 금지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며 하루아침에 잘 나가던 서비스를 접어야 했던 '타다'. 나도 타다 서비스에 만족하며 여러 번 이용했었고, 스타트업에 몸 담고 있던 터라 안타까움과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준 사건이었다. 이후 6개월간의 악전고투 끝에 기존의 법망 내에서 운영 가능한 가맹택시와 대리운전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였는데, 그 과정이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다큐를 보기 전에는 타다가 이를 그들이 얼마나 억울했고, 힘들었고, 대한민국이 얼마나 스타트업하기 힘든 환경인지 호소하는 내용일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1시간 반 분량의 영상을 다 본 후에 내가 느낀 주된 기획 의도는, 타다 팀이 서비스를 내놓기까지 어떻게 시장의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왔으며, 법적인 문제로 회사가 좌초될 위기에 처한 순간 또한 어떻게 극복하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즉, 타다 팀이 얼마나 문제를 잘 푸는 팀이며, 계속해서 세상의 문제를 열심히 풀어나가겠다는 다짐을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다가 해결한 문제


타다가 대의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는 오직 4%만 가동되는 자가용 시장의 비효율 문제였다. 현대 도시 생활의 필수품인 자동차는 안타깝게도 환경오염, 주차문제, 민원문제, 도시문제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전체 시간의 96%를 멈춰있는 자가용 시장을 공유 차량 시장으로 바꿔 20~30%의 가동률로 높이면 전체 차량 대수를 1/5, 1/6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차에서 기인한 사회적 문제도 줄어들 수 있다. 


소비자 대상 서비스 관점에서는 기존 모빌리티 이용자가 겪고 있던 문제점을 해결하고 고퀄리티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했다. '승차 거부당하기 싫어요', '택시에서 조용히 쉬고 싶어요', '담배 냄새나요', '난폭 운전이 무서워요' 등 기존 고객이 가지고 있던 아주 사소한 불편함부터 시장의 문제로 파악해 이를 해결했다. 거기에 차내 와이파이, 휴대폰 충전기, 마음의 안정을 주는 클래식 음악, 청결한 내부 환경, 편안한 승차감 등의 부가가치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했다. 시장의 문제를 너무 잘 해결했기에 론칭과 동시에 소비자의 호응을 일으키며 많은 단골 고객을 만들었다. 기존 택시보다 20%가량 비싼 가격이었지만, 고객 입장에서 충분히 그 정도의 값어치를 하는 서비스라고 느껴졌기에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기존 택시 서비스에 불만족하던 고객들이 대거 타다로 이동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자 택시 업계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사실 기존 택시 업계는 그 나름대로 곪아 터지기 직전인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정부가 그 수를 컨트롤하는 택시 면허는 자산의 가치를 가져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재화가 되었고, 택시 기사들은 택시업체에 사납금을 내느라 하루 종일 운전을 해도 수입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 스타트업이 흥하는 모습을 보니 택시 기사들이 분했던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 때문에 사법부가 합법이라고 판결한 서비스를 일부 정치인들이 법을 뜯어고치면서까지 불법화시킨 것은 결코 옳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생각한다. 




혁신 VS 기존 산업


신기술을 가지고 시장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기존의 기득권 혹은 전통적인 시장 플레이어들과 대립하는 모습은 다른 분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의료에 기술을 접목한 원격의료 서비스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반대로 제도화가 되지 못하고 있고(코로나 상황에서 일부 허용됨), 모바일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도 변호사협회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업의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대체육도 기존 축산업계로부터 '고기'라는 표현을 못 쓰도록 하는 압력을 받고 있다. 


거시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등장하면 기존의 산업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분명 많은 마찰이 존재하며, 이 과도기가 최대한 스무스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 내부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기존 플레이어들과 긴밀히 커뮤니케이션하며 타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재교육을 돕거나 그들이 가진 자원을 이용해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도 있다. 만약 기존 산업 방식과 신기술의 격차가 너무 커 전환이 불가능하다면, 여론과 정부를 설득해 점진적인 사업 축소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는 등 연착륙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정부는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밥줄을 지켜주기 위해 혁신을 막아서도 안 되며, 혁신만을 장려하기 위해 기존 산업의 피해를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된다. 단기적인 표심 잡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적으로 더 발전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양쪽의 균형점을 찾으며 혁신에 디딤돌이 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기존 산업 종사자들 또한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열린 자세로 소통하며, 막을 수 없는 변화라면 이를 잘 이용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이래저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참 많은 조직이다. 조직의 존재 이유인 사회 문제 해결, 그들이 만드는 상품/서비스가 타깃하는 소비자 문제 해결, 혁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관계들과의 이해충돌 문제 해결. 그래서 스타트업의 핵심 역량은 문제 해결 능력이고, 끊임없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기업이 결국 세상을 선도하는 기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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