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관점에서 본 식량 수급 및 대체육류의 미래
대체육류(alternative meat)의 필요성으로 주로 언급되는 것이 환경 문제(기후 변화, 수질 오염, 질 오염, 산림 파괴 등)와 동물 문제(동물 복지, 동물권, 동물윤리 등)이다. 많은 환경 운동가와 동물권 운동가들이 중요한 이슈를 계속 피력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이나 경제권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로 들린다. 그래서 오늘은 환경과 동물 이야기는 싹 빼고, 철저히 경제학적 수요 공급의 관점에서 대체육류가 올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증가하는 세계 인구에 및 육류 소비에 따라 육류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 예고한다. 2050년 세계 인구는 100억 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개도국의 소득 수준 상승까지 고려하면 약 5억 톤의 육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3년 소비량 약 151%에 달하는 수치다.
하지만 급격한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는 획기적인 공급량 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World Resources Institute가 World Bank, UN 등과 함께 쓴 2019년 World Resources Report에 따르면, 2050년에는 2010년에 비해 56% 더 많은 식량 자원이 더 필요할 것이고, 이를 'Food Gap'으로 명명했다. 이에 따라 1인당 일일 열량이 부족하게 될 것이고, 이 간극을 매우기 위해서는 필요 식량의 1/3을 새로운 방식으로 공급해야 할 것이라 보고했다.
혹자는 기존의 축산업의 생산량을 늘리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축산 방식으로는 그 간극을 메우기 어렵다. 투입 대비 산출물의 비율(Input-output ratio)이 매우 낮은 비효율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고기 1 칼로리를 얻기 위해 소에게 34 칼로리를 먹여야 하며, 이는 3%의 에너지 전환율로 치환된다. 돼지의 에너지 전환율은 9%이며, 그나마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닭도 13%밖에 되지 않는다. 축산업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비효율적인 산업이다.
가축을 통한 에너지 전환 효율성을 더 증대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인류는 지난 50년간 가축의 선택 번식을 통해 효율성 증대를 꾀했고, 가축들은 이미 생물학적 한계에 이르렀다. 오늘날 농장에서 사육되는 닭은 가슴이 너무 비대해져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정도다. 따라서 향후 축산업 분야에서 엄청난 효율성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밀집도를 높여 토지 사용량 대비 가축 사육량을 늘리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미 과도한 밀집 환경으로 동물 감염병이 취약한 상황이고, 동물 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축산업은 이미 매우 많은 토지, 물, 곡식 등의 자원을 쓰고 있고,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어 축산업의 절대적 규모를 확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도시화, 기후변화, 사막화 등으로 농경지가 감소세에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축산업 관련 정부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밀집 사육된 돼지 농장의 돈육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축산업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제한하는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은 공장식 축산업을 제한하는 엄격한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 중이며, 네덜란드는 폐기물 처리 제한 및 특정 기술/방식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호주는 축산업에서 사용되는 담수를 제한하고, 브라질과 콜롬비아는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축산업 가능 지역에 제한을 두고 있다. 축산업이 크지 않은 이스라엘은 전통적인 축산업의 대안이 되는 배양육 및 대체육 생산에 대해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육류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세에 있다. IMF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의 그래프를 보면, 2010년대 이후 더욱 급격히 상승하는 소고기 가격을 볼 수 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의 식품 인덱스 수치에서도 다양한 육류의 유사한 증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대체식품 시장의 성장 요인은 다각도로 존재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0)은 대체식품의 시장을 성장시키는 요인을 Push drivers와 Pull drivers로 구분했다. 건강, 동물복지 및 윤리성 문제, 지속가능성(자원 및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가가 push drivers로 작용하며, 개인의 호기심, 편의성, 개인 영양 및 맞춤 식품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pull drivers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유명인이나 대기업의 투자가 세계 대체식품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의 필요에 따라 대체단백질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Good Food Institute의 분석(2022)에 따르면 A.T. Kearney, Credit Suisse, Barclays, BCG, Bloomberg, EY, USB, McKinsey 등의 글로벌 컨설팅 업체 및 금융기관들이 이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저성장 시나리오는 연평균 성장률 15% 미만, 중간 성장 시나리오는 연평균 15~20% 성장률, 고성장 시나리오는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저성장 시나리오는 소비자의 거부감을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중간 성장 시나리오는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 adoption이 빨라지며 addressible market이 커지는 경우를 상정했다. 고성장 시나리오는 이와 더불어 탄소배출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거나 대체육류에 보조금이 지급되는 등 정부 정책의 우호적 변화까지 있을 경우를 가정한다. 특히 A.T. Kearney는 2040년 미화 1조 1000억 달러 (한화 약 1456조 원), Credit Suisse는 2050년경 미화 1조 1110억 달러(한화 약 1470조 원)로, 1조 달러 시장으로의 도약을 예측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대체육류 시장의 개화는 경제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경제학의 아주 기본적인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해서, 대체육류의 시장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역사적인 챕터의 시작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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