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주 Jan 24. 2023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영어6

우선 시도 해봐.

영어 동화책 여러 권이 책장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기에, 아이들 영어공부는 역시 책이지!!라고  외치며 영어 동화책을 꺼냈다. 아이들은 새로운 상황에 신기해했고, 평소 아들의 과한 호기심은 배가 되었다. 영어책 읽기는 나의 발음 외에 순조로웠고 우리들은 즐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영어책 읽기가 지루해진 순간이 다가왔다. 나도 아이들도, 지겨웠다. 아이들 영어의 내 관심이 저리 도망가 버리니 내 원서 읽기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날은 싫은 소리 한 번 하고 책을 펼쳤다.


“엄마가 귀한 시간 내서 책 읽어주는 것이니 잘 들어라잉.”

영어공부 시기가 너무 늦어버린 아들도 덩달아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엄마, 그런데 무슨 내용이야?”

“엄마, 도대체 무슨 말이야?”

“엄마, 재미없는데?”

“엄마, 해석을 해주라니깐?”


정적이 흘렀다. 그 짧은 정적을 발판삼아 의문이 생겼다. 영어책 읽어주기로 효과를 보려면 우리말로 해석해 주지 말라고 하던데? 해석해 줘도 되나? 내가 멋대로 해석했다가 잘못 해석한 것이면 그것도 난감한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짧은 고민 끝에 전체적인 줄거리 설명을 하고 다시 읽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듣고 있던 두 남매가 갑자기 싸우는 것이다. 오빠가 자기 무릎을 쳤다고 딸이 오빠에게 볼멘소리로 불평했다. 아들은 일부러 친 게 아니라고 오해라고, 억울하다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작은 두 생명체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내 머리 위의 귀여운 전구에 불이 반짝 켜졌다. 

“애들아, 내가 영어책을 읽다가 문제를 낼 거야, 니들이 맞추면 읽어야 할 책 한권씩 빼줄게. 어때?”

“오!! 좋아, 좋아!”

“한다! This is our shopping list. We need...3balls, 2shirts, 5pencils, 2books, 1cake and 4apples. Let’s go,go,go on our shopping trip! 자! 여기서 문~제! 우리는 무엇을 사러 가는 것일까요?”

“엄마!!!!내가 먼저!!!!”

“그래! 딸!”

“어,,3개 공, 4개 펜슬, 케이크 하나,,4개 사과!!!”

“땡!!!!더말해!”

“엄마!!!나!!!나!!!”

“그래! 아들!!”

“뜨리 볼, 투 셜츠, 파이브 펜솔, 투 북쓰, 원 케잌, 앤 폴 애포쓰!!!”

“맞았어!!! 원하는 책 한권 빼!!”

“앗싸!!!”


아이들은 다시 깔깔대며 책 보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자지러지게 웃다가 갑자기 방귀를 뿌웅 끼게 되는 것 처럼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 점차 쌓일수록, 아이들은 빼는 책에 혈안이 되었다. 읽어야 하는 책이 줄어들수록 불안해진 내가 문제를 내지 않으면 왜 안내냐고 빨리 문제 내라고, 책 빼야 한다고 두 남매는 안달복달 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문제를 수시로 낼 수밖에 없었고, 문제의 답을 맞히는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은 바닥나 버렸다. 금세 책 읽기는 끝났다. 

헐...이것은 내가 원하던 게 아닌데, 도대체 이것이 무슨 상황이냐,,, 어리둥절한 채 아이들 손을 잡고 재우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책 한권이라도 덜 읽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꾸준하게 보이니, 내 머리 위 전구에 불을 다시 반짝 켜야 했다. 음...그래!! 그것이야!!! 새로운 영어 공부 방법을 생각해냈다. 아들은 평소 암기력이 좋았다. 흘려들어도 될 만한 것까지 외고 있을 정도여서 그걸 활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단어 하나씩만 바뀌는 짧은 문장이 있는 얇은 책을 골랐다.


“아들!! 딸!!! 이 책을 내가 읽으면 너희들도 따라 읽자!! 어때?”

“좋아!!좋아!!”

“look at my cat.”

“룩 켓 마이 캣.”

“she can get on the chair.”

“쉬 캔 겟 온 더 체얼.”

“she can get on the bed.”

“쉬 캔 겟 온 더 베-.”

"she can get on the table."

"쉬 캔 겟 온 더 테이붜."


날마다 했더니 아이들이 따라 읽은 효과가 생겼다. 결국 두 남매는 외워서 읽게 된 것이다. 첫 페이지부터 스스로 곧잘 읽었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점차 늘어나니 아이들이 신기해 했다. 비록 짧은 문장의 얇은 책이었지만 엄마를 따라 읽지 않아도 혼자서 읽을 수 있는다는 것에 뿌듯해 했고, 서로 먼저 읽겠다고 싸우다가 순서를 정해 차례를 지켜 읽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엄마!!! 엄마는 어떻게 읽는 거야? 외우지 않고 이걸 읽을 수 있는 거야?”

“그럼 너는 어떻게 읽는 건데?”

“외워졌어.”

“엄마!!"

"그래!딸!"

"나도 외웠어! 봐봐! 쉬캔겟온더테이붜!”

"오!!!!"


속으로 앗싸!! 외쳤다. 

두 남매가 내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득한 내 머리위 풍선 안 두 남매는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훗.           

매거진의 이전글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영어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