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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 Jan 26. 2023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영어7

1. 많이 들어라? 많이 읽어라!

고 1 때부터 팝송을 좋아했다.

NOW, MAX 컴필레이션 앨범을 모으는 재미를 즐겼고,  성인이 되어 christina aguilera의 한국 콘서트에 방문할 정도로 christina aguilera의 광팬이었다. 

랩도 좋아해서 힙합 앨범도 모았다. 

그러면서 2Pac, Notorious B.I.G 같은 랩퍼만이 진정한 랩퍼라고, 그들의 음악을 즐기는 내가 뭐라도 된 마냥 거들먹거리기도 했다. 

넷째언니는 ‘고 3 수험생이 음악이나 듣고 있냐! 네가 진정 정신 나갔구나' 잔소리를 했다.

정신이 나간 나는, 언니의 잔소리를 들었음에도 꿋꿋하게 학교 자습시간까지 음악을 들었다. 

‘역시 난 음악을 들어야 공부가 잘 돼’ 라고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담임선생님 몰래 이어폰을 끼고 영어 가사가 있는 음악은 모조리 들었다. 

토요일 저녁 7시에 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빌보드차트 듣기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주간의 인기 있는 팝송을 광고 없이 음악만 깔끔하게 공테이프에 녹음을 해 나만의 음악 테이프를 완성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깐.

수험생이고 뭐시고 공부는 뒷전인 채, 초집중력으로 빌보드차트 시간을 즐겼다.      


그런데! 영어는 지지리도 못했다. 

대부분 팝송을 좋아하면 영어를 잘하게 된다는데 난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난 정말 지지리도 못했다!

영어가 들리지 않으니, 오히려 음악의 리듬에 빠져 가사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문법은 내 관심 밖이었고 영어회화는 입 밖으로 토해내지 못하는 고약한 오물이었으며, 독해지문은 날 골탕 먹이려는 잘난자들의 수작으로 보였다.      


엄마표 영어 공부를 해보기로 결정한 후 공부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할 때, 자주 들었던 말은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를 많이 들어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듣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들리지 않아서 재미없음.      

남이 영어로 말하는 걸 듣는게 재미없는데 자막 없이 왜 꾸역꾸역 힘들게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음악 외에 영어를 듣는것은 소음을 듣는 것과 같았다.


CNN뉴스? 재미없다.

대한민국 뉴스만 봐도 세상 살기 싫어지는 기사만 쏟아지는데, 미국뉴스도 어차피 똑같겠지. 

미국영화? 미국 드라마? 영화를 즐겨 보지도 않고, 그들이 하는 대화내용을 전혀 모르겠는데 왜 멍하니 보고 있어야 하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아. 자막 켜고 보고 싶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팝송? 팝송은 숱하게 들어봤고 지금도 즐기지만 효과 없음. 

애들이라도 듣게 영어동화라도 틀어줘라? 나도 듣기 싫은데 애들이라고 듣고 싶을까?      

그래서 엄마표 공부를 시작한 뒤로도 아이들에게 영어로 된 자막 없는 영화나 오디오북은 의도적으로 틀어놓지 않았다.

누누이 말하지만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듣기 싫었다. 



영어원서를 볼 때, 내가 가장 많이 했던 것은 단어 찾기와 문장 읽기였다. 

오디오북을 자주 듣지는 않았다. 

주로 문장 읽기를 많이 했다. 읽을 때, 내 혀가 부자연스럽지 않은 움직임을 보일 때 까지 반복했다.

모르는 단어를 찾고, 그 다음 문장을 읽고, 해석을 했다. 

한 챕터 해석을 마무리 지으면 오디오북을 한번 들어보고 계속 읽었다. 

어색하지 않을 때 까지 원어민 발음을 흉내내면서 열심히 읽었다.    



  



한가로운 주말, 식탁에 앉아 영어 단어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남편은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 영화를 틀어주고 있었다. 씽 투게더2 영화였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내 귀는 열렸고 들렸다.

내용이 제대로 이해가 되는것은 아니었다. 

그 단어의 발음이 정확하게 내 귀에 꽂히는 것이다. 

말하는 속도가 빠른 것은 놓쳤지만, 문장이 명확하게 배열이 되면서 내 귀 안으로 들어왔다. 

신기해서 자주 듣던 팝송을 휴대폰에서 찾았다. 

그리고 산을 오르거나 걸을 때, 자주 들었던 음악 하나를 재생했다. 

어머!! 들린다!

리듬만을 즐기며 들었던 그 팝송이 ‘내 가사는 이거였다! 이것아!’ 라고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영어는 내가 원어민의 발음을 최대한 흉내 내면서 읽으려고 노력했더니, 내 귀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오겠다고 문을 똑똑 두드렸다.  


영어 정복하기 미완성 단계인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너의 귀에 영어가 방문하길 원한다면 '많이 들어라'가 아닌 '많이 읽어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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