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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 Jan 27. 2023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영어8

2.많이 들어라? 많이 읽어라!

‘도대체 내가 왜 이걸 듣는 거지? 엄마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림 속 두 사람은 무슨 대화를 하는 거지? 엄마는 왜 들으라고만 하는 거야, 아...재미없다...재미없다...’      


새로운 상황은 아이들을 즐겁게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한 상황이 되어 식상함을 한껏 드러내니,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기에 너무 커버린 아들의 표정은 여긴 어디? 난 누구?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나를 방해하듯이 큰소리로 깔깔깔 웃고, 몸을 비비꼬고, 머리를 긁고, 동생에게 말을 거는, 집중력이 흐트러진 행동을 했다.  

아들의 난잡함에 내 목소리는 커질 수 밖에 없었고, 안그래도 커서 문제인 내 목소리는 집 안을 소음으로 채우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책을 신경질적으로 닫아버렸다.


"나 안읽어!! 나 안읽어!"




엄마표 영어공부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남매를 영어책 읽기에 참여 시키는것이 우선이었다. 아이들을 내 앞에 앉히고 엄마가 읽는것을 멍하니 바라보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래서 두 남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외우기를 잘하는 아들의 특성을 살려 '영어책 따라 읽히기'를 시작했다. 영어 퀴즈 내기도 해 보았지만, 가장 길게 한 것은 '영어책 따라 읽히기'이다. 아이들에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단어 하나씩 바뀌는 문장이 계속되는 얇은 책 위주로 진행했고 단어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면서 읽어 줬다. 아이들이 읽을 때에도 손으로 짚어주었다. 결국 흡수력이 좋은 두 남매는 곧 전체 문장을 외울 수 있게 되었고, 반복되는 단어는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또다른 새로운 상황에 즐거워했다. 금방 또다시 즐거움이 식을지언정.


"나도 엄마처럼 읽을 수 있네!"라고 말하는 아들과 딸을 보며, 영어공부 시기가 너무 늦은게 아닌가 하는 나의 걱정은 해소되었다. 나 조차도 식상해진 무작정 덤벼든 엄마표 영어공부에 다시금 생기가 돋았다.




아들이 책 한권을 꺼내 왔다. 

“엄마! 나 읽는다! 봐봐! Five... little... monkeys...”

“엄마! 엄마가 읽지 마! 내가 읽어볼게! This...is...,I don’t...like pizza...”     


아들이 아빠를 찾는다.

“where are you?”     


딸이 영화를 보다가 소리를 지른다.

“on fire~~! on fire~~!”


아이들이 어린이용 영화를 보다가 느닷없이 영어문장을 따라 할 때면 깜짝깜짝 놀란다. 

아이들도 영어가 들리나? 너희들도 나처럼 들리니? 

아이들이 영어책을 소리내어 직접 읽는것은 무작정 듣기만 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귀를 영어에 익숙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임에 틀림 없었다. 




흔히 말하는 엄마표 영어공부 방법 중 영어책을 읽어줄 때 ‘해석해 주지 말어라!’에 심취해 있는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영어원서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한숨 푹푹 내뱉으면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영어 오디오 듣기를 무지 싫어하는 내가, 두 남매에게는 ‘너희는 그냥 들어!’ 하고 있었으니... 

그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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