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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 Jan 28. 2023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영어10

 끈기가 없다

“영어원서 읽는걸로 대화가 가능하겠어? 오히려 생활영어책이 더 도움이 될 걸?”


친구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원서를 해석하고 읽어도 나의 말문은 트이지 않았다. 정말 입도 뻥긋 할 수 없었다. 영어로 아이들에게 말을 걸 수 없다는 것은 엄마표 영어공부를 하는 나에게 아주 큰 문제였다. 원서만 주구장창 읽다가는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 한번 하지 못한 채, 아들이 중학생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책이 너덜너덜 해 질 때까지 달달 외웠다거나, 원서를 100권 이상 읽었다면 말문이 빵 터졌겠지.     


하지만 작은 불이 크게 확 올랐다가 예고도 없이 불이 꺼져버리는 것처럼 나의 원서읽기의 흥미는 어느 순간 갑자기 사그라 들었다. (역시, 영어원서는 잘 골라야 한다는...)  영어원서를 다시 보기까지 나의 숨고르기는 필요했다. 좀 더 기다려보자. 내가 다시 하고 싶어 질 때까지.     


그렇지만 읽기 싫다는 핑계로 영어 공부를 손에 놓아서는 안 되었다.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또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엄마표 생활영어 책을 샀다. 엄마와 아이가 매일 사용하는 생활영어가 가득한 책이었다. 이 책을 외우면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총 35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응용표현도 첨부되어 있었다. 

하루 한 에피소드 씩 외워보기로 했다. 


wake up honey!

I want to sleep more.

you’re going to be late.

What time is it?

It’s 8o’clock.

oh, I am really late.     


첫번째 에피소드를 외웠다. 그 다음날에는 첫번째 에피소드와 두번째 에피소드를 외웠다. 또 그다음날에는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에피소드를 외웠다.

외우기를 날마다 할수록, 중학교 영어 교과서 지문 외우는 느낌이 들었다.


“하 알 유?”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이걸 또 하는 느낌이랄까. 정말 어지간히도 외우기 싫었나보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외우기 싫었다.(핑계거리가 생겼다) 굽힌 무릎을 쳤을 때 반사적으로 무릎이 위로 톡 올라오는 것처럼 진행되는 아임 파인 땡큐 앤 유에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에피소드 19까지 외웠다. 

그리고 그만 뒀다.      





애니메이션 sing1 오디오와 대본을 구했다. 

이제 섀도잉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정말 이번엔 끝까지 해 보리라! 


하지만 외우는 것은 잠시 안하기로 했다. 우선 똑같이 따라 하는 것에 집중했다. 어느 정도 영어 읽기가 편해졌기에 섀도잉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 영어 발음에 심취해 따라 읽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다. (영어 읽는게 편한 내가, 외우지 않는 섀도잉이 과연 도움이 될까 살짝 자만 가득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듣고 읽고를 반복하는 내 모습을 본 남편은 너 정말 즐기는 것 같아 라고 말했다. 그랬다. 맘껏 즐겼다.      


그러는 도중,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다. 급하게 남편을 방안으로 보내고 남편 하루 세끼 챙기면서 졸지에 학교와 유치원을 못가는 두 남매를 돌보느라 섀도잉은 중단했다. 코로나는 아들만 빼고 딸과 나에게도 침투했다. 방에 갇혀 코로나에 대응하느라 섀도잉은 잊혀졌다. 그 뒤로 지금까지 화장대 위에 놓여 있는 sing 대본은 내 손에 닿지 않았다.     



이것저것 건들지 말고 한 가지만 진득하게 하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울까? 그래서 내가 이렇게 방황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끝까지 할 수 없으면, 시작이라도 자주 해야지. 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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