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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 Jan 18. 2023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영어3

영어 원서 파헤치기

책장 한 구석에 ‘holes’원서가 있었다.

뉴베리 수상작인 청소년을 위한 이 책은 캠프 그린 레이크라는 감호소에 있는 아이들이 커다란 구덩이를 하루 종일 파는 이야기다. 

이 책은 아이들 영어책 사이에서 쭈뼛거리며 내 눈을 사로잡았다. 이 책에게 생기를 주리라. 

비장하게 책을 꺼내 표지를 열었다. 글이 아주 빽빽하게 쓰여 있었다. 총 50챕터. 하루 한 챕터씩 공부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럼 50일안에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공간인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이 책의 오디오북을 찾았다. 1챕터를 끝까지 들었다. 모르는 단어는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 네이버 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았다. 모르는 단어 위에 뜻을 쓰고 읽지 못하는 단어위에 한글로 영어발음을 썼다. 

한 챕터를 익숙하게 읽도록, 오디오북을 듣고 따라 읽기를 계속 반복했다. 해결하지 못한 해석은 파파땡 어플을 이용했다. 

모르는 단어가 많아 단어 찾는데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책은 끝까지 읽고 싶었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놀고 있고, 나는 식탁에 앉아 오디오북을 듣고, 읽고, 밑줄 긋고, 단어를 찾고, 해석을 했다.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엄마가 신기한 아들은 


“엄마! 영어 공부해? 나 가르치려고?” 라고 해맑은 표정으로 물었다.





첫 번째 책을 마무리 하고 두 번째 책으로 ‘number the stars’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재미와 교훈이 있는 뉴베리 수상작이며 나치가 지배하는 전쟁 때의 이야기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내용이다. 

총 17챕터여서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읽기 쉽다기에 선택 했다. 그러나 아뿔싸! 어렵다. 내 영어실력에는 어려운 책이었던 것이다. 우선 모르는 단어가 많았다. 해석도 되지 않았다. 고민하다 노트 한권을 꺼냈다. 한 문장씩 필사를 하고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했다. 그리고 밑에 해석을 쓰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애썼다. 도저히 해석이 되지 않으면 파파땡 어플을 이용했다. 그리고 오디오북을 이용해 듣고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술술술 읽히지 않았다. 읽는 게 너무 힘들어서 한 챕터 끝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놀고 있었고, 난 식탁에 앉아 영어공부 하는데 열을 올렸다. 


아이들의 놀이시간은 길어졌고 아이들은 그만큼 방치되고 있었다.





‘the house on mango street’이 책은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유명한 책이라기에 선택했다.

 미국으로 이주한 멕시코 빈민가 이웃들의 이야기가 한 소녀의 눈으로 그려지는 책이다. 


그 전 책과 같은 방법으로 공부했다. 문장을 쓰고, 모르는 단어를 찾고, 해석을 정확하게 해서 작성했다. 오디오북을 찾아 듣고, 읽었다.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어서, 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이 즐거웠다. 더구나 오디오북의 여성분의 목소리가 편안해 음악처럼 들을 수 있었다. 오디오북을 틀어 놓고, 빨래를 개키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밀었다. 식탁에 앉아 이 책을 공부하는 내 모습이 바람직했다. 한 챕터를 끝내면, 다음 챕터가 궁금해 식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엄마, 같이 자자. 우리 둘만 자기 무서워. 그런데 엄마, 왜 자기 전에 책 안 읽어줘?” 


"엄마 할 게 많아. 너희들 먼저 자. 알았지? 내가 여기 식탁에 앉아서 너희들 쳐다보고 있을께."


"헐...그게 더 무서울것 같은데.."


아이들은 영어 공부에 삼매경인 엄마에게 불만이 생겼고, 나는 아이들을 살살 달래며 손에 들고 있던 볼펜을 꽉 쥐었다.





이번에는 roald dahl 작가의 책을 샀다. 어린이 판타지 소설이며 총 16권이다. 

한 유튜버가 이 작가의 책이 쉽다고 해서 믿고 선택했다. 

가장 얇아 보이는 책 the magic finger를 먼저 읽었다. 문장이 적어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영화로도 나온 유명한 소설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를 읽었다. 생소한 단어가 많이 나와 단어 찾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 다음 책은 james and the giant peach. 그 다음 책은 esio trot을 읽었다. 

해석은 쉽게 가능해서 정확한 해석 쓰기는 생략했다. 공부하기엔 좀 더 수월했지만 책 내용이 초등학생이 보기에 재미있는 책이라서 나에겐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이 책들은 꾸역꾸역 읽었다고 해야 할까? 고역이었다. 그리고 하필 영국작가 책이어서 영국식 발음의 오디오북만 있었다. 아직 미국식도 익숙하지 않는데, 영국식 영어는 더 외계어로 들려, 듣고 따라 읽는데 무리가 있었다. 


 전부 다 읽긴 읽어야겠고, 참...괴로웠다. 책꽂이에 꽂힌 알록달록 색을 입어 화려한 roald dahl 전집을 보면서 읽기 싫다...읽기 싫다...되뇌었다. 그러면서도 내 끈기가 부족함을 탓했다. 여기서 원서 읽기를 그만두면 아이들 얼굴 보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원서를 샀다. percy jackson의 시리즈. 

이 책도 한 유튜버의 추천을 받아 샀다. 

총 다섯 권으로 그리스로마신화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이 책의 장점은 1인칭 시점으로 쓰여 있어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책 두께가 상당하다. 한 챕터를 읽었다. 참...속상하다. 그분에게는 이 책이 쉬웠나보다. 아니면 내 영어실력이 처참한 것 일지도....역시나 모르는 단어에 허덕였다. 단어 찾기 삼매경에 빠질수록 이 책을 언제 끝내냐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해석은 쉬우나 모르는 단어가 많아 진이 빠졌다. 


악!!!!이 책 어려워! 악쓰며 머리 쥐어뜯는 엄마를 본, 방치된 아이들은 물었다. 


“이 책 어려워?” 


나는 대답 대신 책장 안에 이 책을 슬그머니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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