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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 Jan 18. 2023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영어2

아이들에게 무작정 영어책 읽어주기

A long time ago, there was a small village in the country. It had not rained for several months. Everyone longed for rain.......... 


나는 어색한 발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말이야 궁금함이 가득한 눈만 끔뻑끔뻑 거렸다. 최대한 잘 읽기 위해 이야기 상황에 맞는 연기도 하며 읽었다. 점점 내 손바닥은 땀에 흥건해지고, 긴장한 내 몸은 날 떨리게 했다. 

혀는 속 타는 내 마음도 모르고 계속 삐그덕 거렸다. 얼마나 엉망인지, 아이들에게 엄마의 겨우 이정도의 영어 실력임을 드러내 창피했다. 끝까지 읽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내 영어 실력에 속상해서 책을 던져버릴 뻔했다. 


하지만 새로운 상황에 즐거워진 아이들은 “엄마! 이 책 무슨 내용이야?”라고 발랄하게 물어봤고 달달 떨리던 내 손은 다시 책을 꽉 잡았다. 한 번 더 읽어보자 라고 답한 뒤, 한 번 더 읽어 주었다. 


아이들은 깔깔대며 엄마가 한 번도 듣지 못한 말로 책을 읽어주는 것에 흥미를 갖았다. 눈을 크게 뜨고 눈동자를 빛내며 엄마의 엉망진창 발음을 받아들였다.


 아이들의 태도에 내 심장은 긴장의 두근두근에서 설렘의 두근두근으로 바뀌었다. 영어책 읽어주길 잘 한 것 같았다. 아이들이 이리 좋아하는 것을 왜 이제야 시작 한 걸까? 그날 이후로 아이들의 환호에 힘입어 날마다 책 다섯 권 씩 읽어주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런 엉망진창인 발음으로 읽어줘도 되나하는 고민은 잠시 한순간이었다. 영어책을 읽어주는 그 행위에 스스로 도취되었다. 무작정 시작하면 길이 보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지만 이 자신감이 날 잘 이끌어줄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는 즐거움이 점점 커져갔고, 아이들은 엄마가 새로운 언어로 책을 읽어준다는 것에 흥미로워했다. 우리는 즐거웠기에 나의 엉터리 영어 실력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즐거우면 됐고, 내가 즐거우면 되었다. 






어느 날, 즐기고 즐겼더니 기회가 생겼다. 내 영어발음을 바꿀 기회. 


읽고 있었던 해리포터 책에 빠지게 되어 유튜브로 해리포터 메이킹 영상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영상에는 해리포터 감독이 배우들에게 very good! very good! 외치고 있었다. 내 귀에는 이 very 단어의 발음이 굉장히 독특하게 들렸다. 꽤 과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그 과하게 발음하는 그 느낌을 따라하고 싶었다. 쭈뼛쭈뼛 입을 벌려서 따라해 보았지만 어딘가 어색했고 내 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따라 하고 싶어 반복했다. 급기야 아이들을 칭찬할 때 very good!을 수시로 외쳤다. 


“very good! very nice! oh my god! very good!”


이 짓을 일주일 정도 했던 것 같다. 남편도, 아이들도 엄마의 베리사랑에 익숙해져, 아이들도 “very good! very nice!”를 흥얼거릴 때 쯤, 어느 순간 내 혀는 베리를 받아들였다.

 베리에 익숙해지니 ‘R’발음에 날개를 달았다. 얻어걸렸다!! 


그 뒤 아이들 영어책을 읽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이리 쉬운거였다고? 그동안 입으로 하는 영어공부를 안하고 살아온 내 자신이 한심했다. 그래서 더 강한 의욕이 생겼다. 나의 한심함을 빨리 들어내 버리고 그 자리를 제대로 된 영어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 


아이들 영어책 한권을 꺼냈고 그 책의 유튜브 오디오북을 찾았다. 듣고 따라 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애들 노트를 꺼내 필사를 시작했다. 필사가 영어 실력 늘리는데 좋은지 어떤지는 몰랐다. 그냥 쓰고 싶어서 썼다. 한 권 마무리 하면 다음 한권. 


마무리 한 책은 그날 저녁 아이들 재우기 전 꼭 읽어 주었다. 공부하고 나서 읽어주는 책은 읽는 나에게 훨씬 친숙하게 다가왔다. 영어 발음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필사한 문장은 나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상황에 맞는 연기가 생생해졌다. 변화하는 나를 마주하는 것은 신기했다. 열심히 듣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웠다. 






이번 경험으로 좀 더 발전하고 싶어 엄마표 영어교육을 하고 있는 유튜버들을 찾았다. 


잠수땡 영어, 새벽땡 영어, 혼땡영어 등등 굉장히 많았다. 다들 대단했지만 나에게는 깊게 와 닿지 않았다. 우선 아이들 영어책은 성인인 나에게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내 성향에 꾸준히 하려면 내가 재미를 느껴야 했다. 

결국, 엄마표 아이공부가 아닌 엄마표 엄마공부를 간절히 바라는 내가 있었다. 내가 발전하고 싶었다. 그래야 애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엄마표 공부는 엄마공부가 우선적으로 중요했다. 그래서 엄마표가 아닌 영어공부 방법을 검색했다. 


검색한 끝에 한 유튜버를 알게 되었다. 영어 원서로 공부해 성공한 분이었다. 그 분이 말했다.


“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면서 어떻게 그 나라의 책 한권 읽지 않나요?” 


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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