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엄마가 돌보는데..."

by 연주

2023년 5월 13일


우리 아들은 신생아 때부터 특이했다. 안고 달래보아도 자지러지게 울던 아들은 남편 품에 안기면 내가 언제 울었냐는 듯 잠에 빠져들었다. 한두 번이면 어쩌다 그랬나 보지 하겠는데 여러 번. 계속.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아들이 아빠 출근하는 날에는 내 품에 안겨있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았다. 아들의 어마어마한 아빠사랑을 감지한 주위 사람들은 니는 애 안 키운 것 같겠다. 엄마가 애를 때리고 키우나. 등등 아무 생각 없는 말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상처받고 억울해 가슴 치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지금은 아이고 또 그런 소리하네 하고 만다. 남편도 육아에 자부심 있어 가끔 "애들은 아프면 엄마를 찾는다는데 우리 애들은 아니네?"라고 넌 무심한 애엄마다 식의 말을 던지면

네가 365일 중 며칠을 나 없이 혼자 애들을 돌보았는지 셈을 하고, 네가 하루 애들 얼굴 본 시간을 꼼꼼히 계산하고, 과거 당신의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에 홀로 아들 놀아준 추억을 하소연하면서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학교 잘 다니고 있는 애들을 들이밀면 남편을 입을 꾹 닫는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오늘도 아들 과학 공부를 도왔다. 황제펭귄은 암컷과 수컷이 같이 새끼를 돌본다는 내용이었다.

"아들! 곰은 암컷만 새끼를 돌보고 개구리는 알만 낳고 돌보지 않는다네. 무등산 개구리알 보러 갔을 때 알 주위에 개구리 없었지? 황제펭귄은 암컷, 수컷 둘이 같이 새끼를 돌보는구나! 네 엄마, 아빠도 너희들을 같이 돌보잖아. 그거 하고 똑같아."

"엄마가 돌보는데..."

"오옷"

평소 아빠 편만 들던 아들의 무심코 던진 진심이 담긴 반사적인 말에, 그동안의 억울함과 서러움이 사르르를 녹았다. 아들 너 모른 척 안 본 척 아빠 편들면서도 다 알고 있었구나. 그거면 됐다. 충분해. 기쁘다.

남편에게 아들이 이런 말했지요~ 자랑하니 아들이 다급하게 "아빠가 돌보지, 돌봐!" 하는데,

훗! 넌 이미 진실을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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