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 빨리!"
2021년 11월 8일
밖은 비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를 가야 한다. 딸은 궂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내가 생각해 둔 옷이 있어!"
자기 방으로 들어간 딸은 파란 엘사 드레스와 얼마 전 딸 친구 엄마가 선물로 준 왕관 머리띠를 가지고 나왔다. 딸은 내 손길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완성한 후 유치원 가방을 메었다. 그리고 현관으로 나가 뽀얀 털이 신발 안쪽을 두루 감싸고 있는 반짝이는 핑크 구두를 신었다. 엘사가 그려진 진한 핑크색 우산도 챙겼다.
아들과 딸을 데리고 비와 바람을 뚫고 학교 가는 길. 초록불 신호에 우리는 조심조심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횡단보도 중간에서 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딸은 기는 자세로 엎어졌고, 핑크 구두 한 짝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나는 급하게 딸을 일으켜 구두를 발에 넣어주는데, 딸 손에서 나가떨어진 엘사 핑크 우산이 갑자기 확 부는 바람에 밀려 파란 신호를 기다리는 차 쪽으로 걸어갔다. 한쪽 다리씩 번갈아 가며 성큼성큼. 나는 우산을 잡으려 했지만 우산이 어찌나 빠른지 성큼성큼성큼성큼. 우산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러다 정말로 우산 놓쳐서 큰일 나는 거 아니냐 싶어 급하게 허둥대면서 가까스로 우산을 잡았다. 하지만 아이고 드디어 잡았네~하며 한숨 쉴 여유가 없었다. 초록불 시간 얼마 안 남았다. 내 바쁨속에 아들은 동생! 하며 소리 지르고 있었고 딸은 당황해서 울먹이고 있었다.
나는 팔을 휘저었다.
"얘들아! 지금 그럴 시간이 없어! 건너!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