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넌 니 아빠 아들이다!"

by 연주

2024년 8월 12일


내 귀한 아침잠을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이게 여기 있어! 버려야지!"

"쓰레기통에 버려!"

"여기에 놓을게!"

"아냐! 세탁기 있는 곳 거기 쓰레기통에 버려!"

"아니! 여기다 둔다고!"

잠결에 남매의 투닥거리는 대화를 듣고 있던 난, 딸의 여기다 둔다고에서 여기가 어딘지를 알았다. 바로 부엌 싱크대 개수대 옆 선반 위.

평소 애들이 "엄마! 쓰레기!" 하면 나는 자동으로 "어. 저기 개수대 옆에 둬라. 내가 나중에 치울게" 했기 때문이다.

딸의 말을 들은 아들은 다급하게 외쳤다.

"안전을 위해서야! 안전을!"

"아니, 여ㄱ..."

"안전을 위해서라고!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딸은 쿵쿵 걸어가 세탁실 문을 열었다.

난, "아들 어제도 그러더니, 아주 별것이여" 중얼거리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어제 오전 남매는 태권도 수련 후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에 왔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려 확진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니 도장에서 수련 중 마스크를 웬만하면 착용하라 했다는 것이다.

아들은 급하게 수납장 문을 열었고 소독제 하나를 들더니 그것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유통기한을 손가락으로 콕 찍고 "엄마, 봐봐" 했다.

2022년 몇 월 며칠이 찍혀 있는 것을 본 나는 "그 정도는 괜츈해"했다.

아들은 "아녀 봐봐!"말하고 소독제 윗부분을 눌러 손바닥에 찍 덜어냈다.

"봐! 물처럼 나오잖아!"

나는 아들 손바닥을 보는 둥 마는 둥 "모르겠는데... 알았어. 시간 될 때 나중에 버릴게"라고 말한 뒤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아들은 소독제 하나하나 거실 바닥에 늘어놓았다.

소독제 못 구할까 싶어 급하게 약국으로 달려가서 산 500미리 두 통, 학교에서 받은 소독제 두 통, 음료수인가 착각하게 만드는 이디야 뽀로로 주스 모양의 소독제 두통, 도장에서 받은 미니소독제 두 통, 누가 준건지 예쁜 보라색 소독제 한 통, 도대체 이건 어디서 준건지 도통 모르겠는 핸드크림처럼 생긴 소독제 두 통.

그걸 본 나는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워매, 내가 이따가 치운다고야!"

아들은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는 듯이 외쳤다.

"엄마! 이거 전부 다 유통기한 지났어! 버려야 돼! 지금 버려!"

"아들~~~~!!!"

그때 남편이 개수대로 와서 컵을 집어드는데....

평소 남편의 자기가 간섭을 다 해야 하는 그 성격에 질릴 대로 질린 나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애들 앞에서 그런 말 하면 안 된다는데... 나는 남편을 째려보며 말해야 했다.


"아들! 너 니 아빠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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