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날 뻔 했어..."
2024년 5월 8일
아들이 학교에서 열을 가하면 수축하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 키링을 만들어 온 적이 있다. 그 일이 갑자기 생각나 아이들과 같이 하고 싶어 쿠팡 어플을 열고 수축종이를 단번에 찾아 구입했다.
우리 딸은 어마어마한 물건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큰 기대를 갖고 수축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들도 예전에 만들어 본 경험을 되살려 동생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하면서 참여했다.
나도 애들이 실패하지 않게 내가 먼저 해봐야 될 것 같아 빠르게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것을 가위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 전자레이인지에 넣었다. 하지만 수축종이는 작동하는 전자레인지 안에서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본 아들이 조언했다.
"선생님은 열을 가두는 곳을 만들어서 뜨거운 바람을 넣어서 했어!"
당장 드라이기를 꺼냈고 어디에 열을 가두나 고민하다 방금 전자레인지에서 수축종이를 꺼낼 때 썼던 오븐장갑의 입구를 열어 수축종이를 넣었다.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을 오랫동안 넣었지만, 오븐장갑만 후끈할 뿐 수축종이는 변화 무.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서 말하는 아들.
"선생님은 이거 만든다고 바람 내는 기구까지 산 거야! 드라이기 아니야!"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아! 에어프라이기!
세탁실 안에 놓아둔 에어프라이기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미리 예열을 하고 수축종이를 넣어보자!' '10초면 빠르게 수축하던데..'라고 아들이 흘려 말한 것을 나는 놓치지 않은 것이다. 평소 쓰던 대로 에어프라이기안에 종이포일을 깔았고(도대체 왜 그랬을까.ㅠ) 180도의 온도로 5분을 맞추었다. 그리고 세탁실 문을 닫았다.
몇 초 뒤...
어디서 우우웅~~~ 소리가 났다. 창문 밖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고 윗집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다. 아.. 우리 집 세탁실이다!
세탁실 문을 열었더니.. 에어프라이기가 많은 양의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주위는 연기로 자욱했다. 만약 이쯤에서 2초만 더 지나면 연기로 인해 앞이 안 보일 지경이 됐을 것이다.
서둘러 다이얼을 돌려 전원을 껐고 코드롤 뽑으려는 찰나, 연기의 독함에 눈이 얼마나 맵던지 눈이 저절로 감기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코드 뽑다가 연기 마시고 죽겠다 싶어 세탁실문을 닫았다.
잠시 숨고르고 빠르게 세탁실로 들어가 창문을 열고 다시 세탁실 문을 닫았다. 한 번 더 숨 고르기를 하고 세탁실로 들어가 코드를 서둘러 뽑고 그 공간을 빠져나왔다.
애들은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불날 뻔했어..."
아들은 이거 하지 마! 그만해! 외치고, 딸은 으허허.. 불안에 몸을 떨었지만, 나는 애들을 진정시킬 겨를 없이 대충 바닥에 던져진 수축종이 사용 설명서를 찾아 읽었다.
[드라이기나 에어프라이어는 일정 온도의 고른 열전달이 쉽지 않아 적당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