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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양 Jun 22. 2023

[16화] 다시 만난 세계

이해받지 못한 마음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中>



어린 시절 부모님의 세계에서 살았습니다. 그 세계는 참으로 잔혹했죠.

제 감정을 말해서도 안 되었고, 제가 원하는 것을 말해서도 안 되었습니다.

애써 부모님을 위해 노력하면서 그저 숨죽이고 묵묵히 제 생존을 지켜야 했습니다.

제 무릎은 매일 바닥을 향했지만, 그럼에도 저는 무릎 꿇고서라도 기어서 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생존하기 위해 제 영혼을 포기한 적도 있고, 생존하기 위해 무엇이든 붙잡고 발악한 적도 있습니다.

마음은 심리적인 고아 상태였고,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고 또 버텨왔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고, 제 손에 쥐어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돌아와야겠다고 결심한 그때, 저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저는 마치 누에고치처럼 아주 단단한 껍데기에 꽉 옭아매인 상태였습니다.

영혼은 거의 죽은 상태와 다름없었고, 조금 더 버티다가는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러고 나서 저를 기필코 살려내야겠다고 결심을 한 순간이 기억납니다.

제 안에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서 마음의 응어리를 녹여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요.

계절은 선선한 가을이었고 창 밖에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그때 잔잔한 마음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제 그만 깨어날 때가 되었다."


그때부터 수많은 심리학 책과 강연을 보기도 하고, 매일 제 감정을 일기장에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있는 모든 실타래를 하나하나 걷어내는 작업은 매일이 눈물 투성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기억과 감정은 그대로 제 심장에 저장되어 있더군요.

마음은 절대로 거짓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주 정교하고 정확하더군요.  

그렇게 저는 스스로를 책임지며 자기확신을 차곡차곡 쌓았고

마음에 쌓인 감정을 일기장에 쏟아내며 제 마음에 꼬여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갔습니다.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상처도 많았습니다. 과거에 모두 제가 외면했던 것이었습니다.      

제 심장에는 불쌍하고 애처로운 저도 있었지만, 어느새 부모님과 똑같아진 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 마음 안에는 갈기갈기 찢어져서 고통받고 있었던 수많은 제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서러움에 눈물을 펑펑 흘리고, 두려움과 공포에 떨면서, 어린 시절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꼈고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내면의 저항감을 마주하면서 제 모든 감정과 기억을 회상하고 위로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매일매일 통찰하고 반성하고 교정하고 성장해 나갔습니다.

어느새 부모님이 저를 사랑으로 키우지 못한 사실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제 모습도 발견했고요.

하지만 제가 돌아가야 할 곳은 부모님의 품이 아닌 저 자신이었습니다.


수많은 오해와 방황 그리고 미움의 골짜기를 지나면서 저는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닌 사랑으로 저를 둘러싼 무수한 껍데기를 깨고 녹여 제 세상에 다시 도착했습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제 세상에 도착하니 진정한 휴식과 평온이 찾아오더군요.

너무 오랜만에 느껴본 것이라 반갑고 낯설었습니다.

그 느낌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 걱정이 없는 잔잔한 상태

지나친 환희도 아닌 차분하고 안정적인 상태

굳이 애쓰지 않아도 여유롭고 산뜻한 콧노래가 나오는 상태

아무 사심 없이 누군가를 기꺼이 도와줄 수 있고 교류할 수 있는 상태

그 어떤 조급함과 집착 없이 내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제가 얼마나 기다려온 순간인지 모르겠네요. 일평생을 기다려왔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진심으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그래도 지난 날이 정말 지옥 같지 않냐고요? 네, 맞아요. 참 쓰고 아프고 눈물겨웠습니다.

하지만 그것마저 모두 저에게 필요했고 성장의 약으로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그래서 과거에 아등바등 살면서 저와 함께 고생했던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참 미워하고 싫어했던 그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다니 기적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제 인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며,

더 큰 사랑을 알아갈 것이고 저는 더 많은 성장을 이뤄낼 것입니다.


여러분, 부모님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깊이 이해해 보세요.

그것이 사랑이고, 사랑만이 우리를 살립니다.

모두 알을 깨고 자신만의 멋진 세계를 만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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