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 Hua Bak Kut The
(https://maps.app.goo.gl/ZzTjB3NpsWjrNrQTA)
肉骨茶 / bah-kut-tê / 바쿠테
싱가포르 대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바쿠테, 많은 싱가포르 음식 중 유독 한국사람들에게 잘 맞는 음식이다. 한문으로 육골차라고 쓰여있는 게 참 재미있다. 비주얼과 맛을 보면 왜 저렇게 부르는지 이해가 간다.
싱가포르 역사가 짧은 것처럼
바쿠테도 싱가포르 음식이라기보다는 중국 푸젠성(복건성/영어로는 Fujian) 출신 이민자들에 의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퍼진 음식인데 쉽게 돼지 갈비탕이라고 보면 된다. 두 나라에서 서로 자기들이 원조(?)라고 우기지만 어쨌든 나는 뚝배기 같은 곳에 어두운 색의 국물이 담겨 나오는 말레이시아 스타일보다 맑고 투명한 국물의 싱가포르 바쿠테가 더 맛이 있다. 비주얼은 정말 딱 갈비탕!
주 재료가 돼지갈비, 마늘, 통후추 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싫어할 수가 없는 조합이다.
어느 호커센터를 가도 흔하게 팔고, 관광객들에게는 너무 유명한 브랜드의 바쿠페집도 있지만 우리 가족이 가는 곳은 ‘Ya Hua 바쿠테’라는 곳이다.
관광지 밀집지역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사실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쥐콩만해서 어딜 가든 멀어봐야 10~20분 남짓. 그랩 타고 가면 금방이다.
이곳은 정말 로컬 사람들만 가는 곳이기 때문에 식사시간을 살짝만 피해서 가면 대기 없이 먹을 수 있다.
사실 한국사람들처럼 고기에 냄새 잡는 거에 민감한 사람들이 없고, 그중에서 나는 탑오브탑… 냉동 고기는 물론 피를 제대로 빼지 않은 고기는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먹지를 못한다. 강한 향신료에 볶고 튀기고 하는 요리가 아닌, 바쿠테 같은 탕 요리는 잡내 나기 시작하면 냄새도 못 맡을 수 있다. 사실 동남아 요리에서는 핏물제거라는 단계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리거나 탕으로 끓이는 고기요리에서 고기 잡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는 적당한 잡내 또한 맛이라고 여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난 그게 용납이 안 되는 한국인일 뿐이고 그중에서도 예민하기에 그 유명한 브랜드 바쿠테 집의 바쿠테도 먹지 못한다.
그렇게 싱가포르에 살면서도 바쿠테를 2년 동안이나 먹지 못하다가 남편이 발견했다는 냄새 없는 바쿠테 집이 바로 이 집이었고 우리는 이 집의 단골이 되었다.
남편을 믿고 큰 맘먹도 한 숟갈 떠먹어보았다. 정말로 잡내가 없었다.!!! 핏물 잘 빼네 이 집!!
일단 분위기는 로컬 그 자체이다. 그렇다고 더럽거나 그렇지 않다. 정말 N간집으로 여러 번 방문을 했는데 싱가포리안 말고는 거의 본 적이 없고,
식당 안에서 들리는 언어는 90%가 중국어이다.
주문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
자리에 앉으면 음식 사진이 잘 나와있는 메뉴판, 종이, 연필을 준다.
메뉴판 그림을 잘 보고 종이에 그림에 있는 번호랑 같은 데다가 숫자 적으면 끝~! 테이블에 번호가 있으니 종이 위쪽에 테이블 번호도 같이 적어준다. 혹시 직원이 주문받으러 오지 않으면 그냥 카운터에 가서 종이를 주면 된다.
우리가 늘 먹는 조합은
- 인원수만큼 프라임컷 립 바쿠테
- 유티아오(튀긴 빵), 밥은 원하는 만큼
- 두부조림(Tau Kwa), Salted Vegetables
- 차이니스 티(Pot) Pu'er tea.
유티아오는 국물에 적셔먹으면 너무 맛있고, 밥 대신 면 시켜도 좋다.
두부조림은 탱글하고 삼삼하니 한국식 하고는 물론 다른 맛이고 Salted Vegetables은 한국어로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지만 장아찌 같기도 하고 푹 끓여 졸여낸 것 같기도 한 맛이다. 김치 같은 존재이니 무조건 시키기!
자리에 앉으면 가져다주는 고추는 칠리파디라고 하는데 간장을 부어두었다가 바쿠테가 나오면 국물에 밥을 말아 한 숟갈 뜬다음 그 위에 고추 한 개 올려서 먹으면 딱이다!
여기에 우리는 좀 더 로컬 분위기 물씬 나는 티를 시킨다. 작은 티팟에 나오는 Pu’er tea(보이차)다.
이걸 먹는 방법이 재밌는데 시키면 스테인리스 접시와 양푼이에 작은 찻잔을 담아서 준다. 식당 기둥마다 가스가 배치되어있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이 담긴 작은 주전가 올려져 있는데 그 주전자의 물을 나의 티팟에 붓고 찻잔들을 씻으며 데워준다.
그다음 코인 보이차를 티팟에 넣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서 우려 마시면 된다.
동남아에서 살거나, 여행을 하다 보면 달고 짜고 시고, 강한 향신료들과 튀김 중심 요리에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이곳에 오면 뭔가 씻겨 내려가는 듯 개운한 느낌이 난다. 더운 나라에서도 감기는 꼭 오는데 그럴 때 여기 와서 뜨끈한 국물에 차까지 마시면 땀을 쭉 빼면서 회복되는 느낌이 난다.
국물은 다른 바쿠테집처럼 계속 리필을 해준다.
‘More Soup’!! 이라고 말하면 된다.
고급 집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카드결제도 가능하다.
붐비는 관광지의 유명 바쿠테 집 보다, 로컬사람들과 함께 찐 바쿠테를 한번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그것도 깨끗한 식당에서!
진짜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