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에세이
꿈을 꿨다.
담임 선생님이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시상식이 진행 중이었다. 어떤 종류의 시상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막 대상을 발표하려던 참이었다.
‘•••의 대상은.. <기억 속의 항아리> 김경자!’
카메라가 객석에 앉아있던 대상 수상자를 비췄다.
“우에?? 엄마잖아?? 엄마!!! “
나는 짝꿍을 툭툭 치며 말했다.
“야야!! 봐봐! 우리 엄마야!! “
짝꿍도 나만큼 놀라며 말했다.
“우와.. 너네 엄마 짱이다....”
다시 다큐멘터리 화면으로 바뀌었다. 화면 속 엄마는 내가 예전에 사진으로 봤었던 엄마의 젊은 시절 모습과 닮아있었다. 까만 단발머리, 그 시절 무스와 스프레이로 잔뜩 띄어놓은 볼륨, 입술 선이 돋보이는 진한 브라운 계열의 립스틱.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지금 봐도 굉장히 세련된 모습이었다.
대상 수상자인 엄마는 그다지 놀라는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때 주위에서 웅성웅성 수군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니 저게 대상이라고?’
‘김경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누구야 대체?’
‘무슨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인 애송이한테 대상을 줘?’
엄마 보고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쑥덕거렸다. 그러나 화면 속 엄마는 의연했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도 개의치 않고 당당한 걸음으로 시상대로 올라갔다. 그리고 짧고 담백한 수상소감을 마치고 내려왔다.
나는 아쉬웠다. 대체 <기억 속의 항아리>가 무엇인지, 어디서 어떤 영감을 받아 만들게 된 것 인지 듣고 싶었는데 엄마의 수상소감은 너무도 간단했다. 그리고 나는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그 <기억 속의 항아리> 작품은 어디에 있는 건지. 그리고 나는 왜 이런 엄마의 에피소드를 모르고 있었을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이제 엄마는 친구들과 뒤풀이를 하고 있었다. 가벼운 안주와 맥주 정도를 곁들인 엄마의 수상소감만큼이나 담백한 뒤풀이를 즐기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예뻤다.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던, 알지 못했던, 사실 어쩌면 그다지 관심 없었던... 엄마의 청년기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다시 장면이 바뀌었다.
찬란하게 빛나던 젊은 시절의 엄마와 나이 든 지금의 엄마가 번갈아 겹쳐 보였고, 그 장면을 보는 나는 울고 있었다.
지금의 엄마는 허리가 불편한지 구부정한 자세로 싱크대에 몸을 살짝 기댄 채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찬찬히 살폈다. 설거지를 끝내고 싱크대 주변을 정리하는 엄마의 모습을 눈으로 열심히 좇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나이 들면 자연스레 주름도 생기고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아지고 다 그런 거지. 그런데 아까 대상 받고 친구들과 놀 때의 그 눈빛은 어디 있지.. 당차고 유쾌해 보이던, 담백하면서도 순수하던, 꿈으로 가득해 빛나던 그 눈빛은 어디 있지..‘
어느덧 나는 끅끅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나는 꿈속에서 처럼 울고 있었다. 그리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메모를 했다.
<기억 속의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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